brunch

매거진 읽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창고 Oct 03. 2015

발해고 - 유득공

* 한줄평 : 역사를 기억하고자 하는 한 선비의 몸부림, 안타깝다 ★★★★


이를 세가(世家), 전(傳), 지(志)로 삼지 않고 고(考)라고 부르는 것은, 아직 역사서로 완성하지 못하여 정식 역사서로 감히 자처할 수 없때문이다.

- 유득공의 서문 中에서 -


1. 위의 문장으로 이 책이 가진 '안타까움'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사실 한 나라의 역사를 다룬 책치고는 굉장히 적은 분량인 것이 번역기준으로 100페이지 조금 넘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사마천의 사기에서 본기, 세가, 열전에 해당하는 내용을 다 담고 있습니다. 그만큼 참고할 만한 자료가 많이 부실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박제가의 '북학의'를 읽다가 느낀 점인데 북학파 저술의 특징은 지독하다 싶을 정도의 꼼꼼함이

아닌가 합니다. 그런데 이 책은 꼼꼼함이 발휘될 수 없는 빈약한 기반하에서 저술되어 그 공허함과 안타까움이 증폭됩니다. 더 많은 자료가 있었다면 저자의 식견이 반영된, 아마도 탁월했역사의식도 맛볼 수 있었을 텐데요, 그럴 여유를 가질 수 없는 환경의 산물입니다.


2. 읽어가다 보면 참 지루할 정도로 fact들만 나열이 되어 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빈약하고 또 엉성하기까지 합니다. 이런 기반이라도 활용해서 저자인 유득공은 발해를 우리 민족의 역사에 편입시키려고 했고 그리고 그것이 뜻대로, 실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음을 안타까워했습니다(짐작입니다). 발해라는 나라가 역사가 짧은 나라도 아니요 주변국들과의 교류도 상당히 활발한 나라였는데 이렇게 기록이 남아있지 않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책임이 크겠습니다만 사료에 대한 관리의 중요성을 그만큼 절실하게 깨닫지 못했던 이후 세대들의 잘못도 큽니다.


3. 발해를 우리 역사의 한 부분으로 주장을 하는 것이 타당하냐에 대한 고민보다는 보다 근본적으로 우리의 역사를 후손들이 기억할 수 있게 잘 정리해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깨우침이 이 책을 읽으며 느낀 가장 큰 소회입니다. 결국 역사라는 것은 기억하고 보존하며 활용하는 자들의 것이니까요. 역사를 기억하고, 또 후손들이 기억할 수 있는 터전을 닦아 주는 것이 우리의 할  일입니다.


백성이 여호수아가 사는 날 동안과 여호수아 뒤에 생존한 장로들 곧 여호와께서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모든 큰 일을 본 자들이 사는 날 동안에 여호와를 섬겼더라 그 세대의 사람도 다 그 조상들에게로 돌아갔고 그 후에 일어난 다른 세대는 여호와를 알지 못하며 여호와께서 이스라엘을 위하여 행하신 일도 알지 못하였더라

   - 사사기 2장 7절, 10절 -

매거진의 이전글 중국인 이야기 4 - 김명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