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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Jun 24. 2015

고전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1)

고전은 오래된 책이다?

정의를 내리는 일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우선 정의 내리고자 하는 대상에 대해서 잘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 정의에 대해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하고 내가 내린 정의에 대해서 어떠한 공격이 들어와도

논리적으로 방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정의가 무너지면 다 무너지는 것이니 말 그대로 완벽해야 합니다.


솔직히, 고전에 대해서 정의를 완벽하게 내릴 수 있을 만큼 고전에 조예가 깊거나 통달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리고 정의를 내리겠다고 야심 차게 선포한(?) 이 순간, 후회막급이기도 합니다.(내가 도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지?) 하지만 시작을 했으니 일단 진도는 나가 보겠습니다.




고전에 대한 정의를 내릴 때 빠지지 않는 이야기는 '이 책은 오래 되었다'는 건데요, 이런 시간을 활용한 정의는 꽤 많은 곳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우선, 너무나도 유명한, 개인적으로는 저의 독서 생활을 송두리째 바꿔놓은 이지성 작가님의 '리딩으로 리드하라'입니다.



우리나라에서 인문학 및 고전 독서의 열풍을 불러 일으킨 책 답게 고전에 대해서도 나름의 정의를 내려 놓고 있는데요, 그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책이 있다. 고전古典과 비고전非古典. 고전은 짧게는 100~200년 이상,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살아 남은 책을 말한다. 쉽게 말해서 천재들의 저작이다."


사실 여기서 개인적으로 주목한 부분은 '짧게는 100~200년 이상, 길게는 1,000~2,000년 이상 살아 남은 책'이라는 부분입니다. 오랜 기간 동안 살아 남아서 현재까지도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있는 천재들의 저작을 고전으로 정의하고 있는데요, 상당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는 정의입니다. 이 정의에 의하면 고전이 되기 힘든 몇 권의 책들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가네요.


벽초 홍명희의 '임꺽정'(1928년에 조선일보에 연재 시작) ;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1952년에 발표);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1919년 발표);


시간을 기준으로 고전을 가르는 것은 너무 단순한 구분 짓기라고 생각합니다. 오래된 책이라고 다 고전으로 인정받는 것도 아니며 위에 언급한 작품들을 포함해서 20세기에 쓰여진 많은 작품들이 이미 고전으로 인정받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그래도 이지성 작가님은 100년이라고 하셨죠.

여기 한 수 위인 분이 있습니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성인이요 작가인 다치바나 다카시입니다.

  


이 분의 정의는 훨씬 더 '혹독'(?)합니다.


"진정한 의미에서 고전이라는 이름을 붙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면 적어도 500년이1,000년 정도의 시간 속에서 검증을 받고 후세에  남겨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500년이나 1,000년 정도라는 시간 제약에서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책은 훨씬 더 많아집니다.


이이의 '성학집요'(1575년); 이순신의 '난중일기'(1592년); 다산 정약용의 저서들(18~19세기) - 목민심서, 흠흠신서 등; 도스토옙스키, 톨스토이, 빅토르 위고의 저서들;


위의 책들도 시간 제약에 걸려 고전의 반열에 들못합니다;;


네, 잘 압니다. 단순히 오래된 책이 좋은 책이야라는 단순한 구분으로 이 분들이 고전을 정의하려고 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고전을 워낙 많아 접하다 보니 최소한 이 정도의 세월의 힘을 이겨낸 책들이 많은 감동과 삶의 지혜를 주었겠지요. (그리고 살아남았다라는 것은 정말 무시 못할 장점입니다. 동의합니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한 것이 중요한 무언가가 빠진 것 같습니다. 오래된 책이 고전이라는 우리의 일종의 고정관념이 고전에 이르고자 하는 길을 가로막는 장애물 중의 하나는 아닐까요?


그리고 정말 단순한 질문, 정말 고전의 정의에 오래됨, 옛것이라는 의미가 반드시 포함되어야 할까요?무언가, 다른 정의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결론은 다음 글에서 내리도록 하겠습니다.

본의 아니게 글이 너무 길어졌네요.


(참고로 위의 글은 제 네이버 블로그( http://blog.naver.com/95kimik )에 쓴 초고를

 다듬어 쓴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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