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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Oct 11. 2015

인간의 굴레에서 - 서머싯 몸

2012년 4월 20일에 네이버 블로그에 올렸던

감상문 겸 서평입니다.

지금 다시 읽어보니 정말 몸 둘 바를 모르게 쓴

글이네요.

뭐, 그래도 내 소중한 과거이니 이민시켜 봅니다^^


장애를 가지고 불우하게 태어난, 애매한 '신분'을

소유한 남자 아이의 성장 소설.

몸의 소설은 기본적으로 평이하고 잔잔한 것 같으나, 갑자기 극단적인 캐릭터들 및 사건들을 등장시켜 분위기를 환기시키는 경향이 있다.


작가인 몸의 자전적인 소설 :

말더듬으로 고생했던 본인의 모습을

절름발이인 주인공에 투영시키고 있다.


인간됨은 굴레가 아니며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스피노자의 '윤리학'의 한 chapter의

제목이라고 하는데 한 번 읽어 보고는

싶으나 동의는 할 수 없다.

신의 존재 부정 및 당대 유행하던 철학

사조 및 무신론, 모더니즘에 젖어 가는

젊은이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는 것,

씁쓸하다. 


한동안 유행했던 '나쁜 남자'라는 '개념'이

있었는데 주인공은 나쁜 남자이면서 동시에

나쁜 여자에게 휘둘리는, 어찌 보면 자연스럽고

어찌 보면 어리석은 남자의 전형을 보여 준다. 

주인공은 사랑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 못한다,

그냥 사랑한다는 느낌으로, 자기를 더 사랑해주는

착한 사람을 택하기 보다는 자신이 더 사랑하는

나쁜 사람으로부터의 사랑을 갈구하는 조금은

짜증 나는 모습.

한마디로 감사할 줄 모르는 인간 군상이라고

할 수 있겠지. - 이기적인 바보 


19세기 후반에는 회계사가 뜨는 신생 유망

직종이었다고 한다.

산업 혁명 이후, 산업 고도화 및 기업 중심의

산업 구조 발전에 호응하는 것이겠지. 

주인공도 이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도제를

하다가 갑자기 그림으로 진로를 바꾼다.

뭐 그림도 한 2년 하다가 바로 포기하지만.

이 부분에서 인상적인 것은,

파리에서 화가로서의 도전을 끝내려고

자문을 구한 늙은 선생이 본인에게 젊은 시절에

본인의 화가로서의 자질에 대해 냉정하게 이야기

해 준 사람이 있었으면 이 모양으로 살지는 않았을 거라는 고백.

진로를 정할 때 본인의 싹수를 스스로 냉정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문학적 증거...


본인이 잘하는 것,

본인이 잘한다고 생각하는 것,

본인이 잘 할 수 있는 것,

본인이 좋아하는 것(소질에 상관없이) 中,

어느 것을 선택하느냐의 문제.


형이상학적인, '자유'로운 삶을 꿈꾸던 주인공이

투자 실패로 경제적인 빈곤을 겪은 후 숙부의

유산으로 의사 자격을 천신만고 끝에 획득,

그 과정 중에  인간으로서의 행복이 본인이 그렇게

무시하고 피하고 싶어 했던 일상에

- 결혼해서 아이 낳고 가정 꾸리는 것-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는 결말.


'인간의 굴레'라고 생각했던 삶의 요소들이

결국 인간 행복의 조건임을 깨닫는 길고

긴 과정이라니...


자전적 소설이다 보니 조금은 허무한 결말이나

충분히 동감할 수 있는  내용. 

전반적으로 이 소설, 많이 우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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