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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Oct 28. 2015

삐딱하게 세상 보기 - 1.1.9 회식 문화

철이 좀 지난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1.1.9 회식 원칙을

세우고 실천하기로 했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1.1.9 : 한 가지 술로 1차까지만 9시 이전에 끝낸다)

표면상의 이유는 매우 그럴 듯합니다.

밤 늦게까지 술 마시고 노는(?) 것은

그다음날 업무에 지장이 있다는 것과

또 가정에 충실한, work & life balance를

추구한다는 것이었지요.

그런데 잦은 회식으로 인해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가정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닌데, 왜 최근에 갑자기

이러는 걸까요?


개인적으로 회식의 근본적인 목적은

사람들을 회사에 조금이라도 더 붙잡아 놓고,

조직 구성원 간의 유대 관계를 강화해서 이를

기반으로 회사 중심의 삶을 살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고도 성장기를 거쳐 그나마 성장세를 유지하던 최근까지는 이런 정책이 유효했던 것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사람들을 가능한 조직에 오래 붙잡아 놓고

열심히 굴려서 매출 및 이익을 낼 수 있으면

회식비 지출은 기업 입장에서는 용납이 가능한

것이지요, 쓰는 것 이상으로 벌어들일 테니까요.


그러나, 성장이 정체된 요즘은 사정이 달라진 것

같습니다.

비용을 줄이는 것이 기업이 살아남는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궁극적으로 비용을 절감해야만

주주들이 자신들의 몫을 더 챙길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성장이 정체되고 또 하루하루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이익을 추구하는 주주들 입장에서는 한 팀 단위로 보면 매달 몇 십만 원에 불과할지라도 회사 전체로 보면 몇 억이나 되는 지출이 곱게 보일 리 없습니다. 왜 자기 돈 가지고, 그만큼의 성과도 못 내면서 그렇게 먹고 마시는 지가 용납이 안 되는 겁니다.


아마 국내 대기업들의 회의비 명목의 회식비를

1년 단위로 놓고 보면 상당히 큰 금액이 나올  것이고 이걸 점차 줄여가면 주주들에게 돌아가는 몫이 그만큼 커지겠지요.


아내가 외국계 기업 생활을 한 적이 있어서

한 번 물어봤습니다, 외국계 회사도 팀 단위 단체 회식이 자주 있냐고.

공식적으로 반드시(?) 참석해야(?) 하는 팀 단위 회식은 자기 기억에는 한 번도 없었답니다.

아마 우리나라 기업들의 모습도 이렇게 변해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주 이익 극대화의 원칙하에,

수익 창출에 기여하지 못하는 것들은

하나하나 없어지고

말 그대로 일과 그에 따른 건조한 관계만 남는

그런 기업의 모습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회식을 굉장히 싫어하는 편이라서

이런 이유에서라도 회식이 점차 줄어드는 것에는

찬성입니다만, 너무 삭막해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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