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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Jul 19. 2015

책을 많이 읽어야 하나요?

'얼마나' 보다는 '왜'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죠

작년에 사내 게시판에서 회사 내에 책 많이 읽기로 소문난 분들의 인터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다 좋았는데 마지막 부분을 읽다가 감동이 싹 사라졌는데요 인터뷰 대상들의 독서량이 - 정확하게 기억나지는 않습니다만 -1년에 평균 350페이지 분량의 책 00권 이상을 읽는다고 친절하게 밝혀놓았더군요. 좋은 기사 읽고  도전받는 것 까지는 좋았는데 막판에 좀 씁쓸해지더군요. 아무리 숫자가 인격인 기업 조직이지만 책 읽는 것까지 그런 식으성과측정(?)해서 올리다니, 그런 의도가 뭔지 묻고  싶어졌습니다.


일정 부분 양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좋은 성과 내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스피노자가 '나는 깊게 파기 위해 넓게 파기 시작했다'라고 했는데 정말 100% 동감하는 말입니다. 전문성을 갖추고 그 부분에 대해서 성과를 보고자 한다면 일정 수준 이상의 독서량을 확보하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일입니다.


특히 지식 근로자로 사는 사람들은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분이니 일정 수준 이상의 시간 투자와 독서량의 확보는 중요합니다. 다만, 무엇을 위해서 왜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꾸준히 던지지 않으면 읽는 만큼 바로 잊어 버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얻고자 하는 바가 뚜렷하지 않아도 별로 남는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도 매년 독서량에 대한 목표를 세웁니다. 굉장히 간단한 원칙인데요, 내 나이만큼 매년 책을 읽자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권수에 포함되는 책의 종류는 제한이 없습니다.(극단적인 예로, 만화방에 가서 몇 시간 앉아서 권수를 채워도 인정합니다.)

한 4~5년 전에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서는

매년 완독으로 100권 이상을 읽자는 것이 매년의 목표였으나 이게 책 읽는 즐거움을 상당 부분 빼앗아 가더군요. 어느 순간부터 독서를, 책을 즐기지 못하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목표 및 조건을 대폭 완화했습니다.


그 이후부터는 독서를 마음 편하게 하고 있습니다.

읽다가 재미없고, 무엇보다도 계속 읽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면 과감하게 바로 덮습니다.

(얼마 전에 오르한 파묵의 '내 이름은 빨강'을 읽다가 도저히 머리 속에 들어 오지 않아서 주저 없이 접었습니다^^)


요즘에는 책을 읽을 때 계속 내가 이 책을 왜 읽지 라는 질문을 계속 던집니다.

'내가 귀중한 시간을 들여서, 잠 못 자고 쉬지도 못하면서 이 책을 읽고 있지?'

라고 말입니다. '목적 없는 독서'가 어느 순간부터 굉장히 공허하더군요. '많이' 읽음의 유용성을 절대로 부인하지 않습니다. 다만 왜라는 질문이 없는 다독의 공허함이 어느 순간 다가왔다고나 할까요.


제 아들 이야기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아들이 가끔 저에게 자랑을 합니다.

'아빠, 나 책 올해 50권 읽었어, 누구는 몇 권 읽었고 누구는 몇 권 읽었어.' 저는 반드시 칭찬해줍니다, 우리 아들 책 많이 읽었다고, 잘했다고. 그리고 반드시 질문합니다.

오늘은 또는 최근에 무슨 책을 읽었니? 재미있었니? 무슨 내용이 인상적이었니?

그러면 뭐라 뭐라 신나서 이야기합니다.


제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에 책 많이 읽은 사람 또는 독후감 많이 쓴 사람 상주던 게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더군요. 학교에서의 독서교육 기본 형태의 변화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최근 몇 십 년간. 한 권을 읽더라도 이 아이가 무엇을 느끼고 인상 깊게 생각했는지 최대한 자세히 살펴주는 독서 교육을 기대하는 것은 너무 무리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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