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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Nov 28. 2015

와이키키 브라더스 - 임순례

2013년 4월 22일에 네이버에 올린 글 입니다.


* 20자평 : "원하는 일을 하고 살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행복하십니까?" ★★★★


1. 이 영화, 참 평하기 어려운 작품입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뛰어나다고 볼 수 없고(심지어 어설프기까지 합니다) 이야기가 훙미진진한 것도 아닙니다. 밴드가 소재이나 음악이 인상적인 것도 아닙니다. 그런데 묘한 느낌이 있습니다.


힘을 빼고 담백하게 그려내려간 수묵화를 감상하는 느낌이랄까요, 잔잔함과 묵직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아주 좋은 작품입니다.


2. 어떻게 생각하면 소위 말하는 루저(loser)들에 대한 영화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조금 더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누군가의 삶의 단면을 그냥, 담담하게 그려서 보여주는 것일 뿐 이라는 아주 평범한 결론을 내리게 됐습니다.  

   

누군가의 눈으로 보기에는 루저들의 삶으로 보일 수도 있으나 사실 그들 자신에게는 소중한 삶입니다.

   

누구나 순간순간 최선의 선택을 합니다만 그것이 항상 최선의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음악을 평생 하고 싶어서 그 길을 선택했지만 그게 뜻대로 되지 않고 꼬여만 갑니다, 그 꿈을 선택한 댓가이지요.

   

꿈을 따라서 원하는 삶을 사는 것이 늘 풍요롭고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주연들의 삶의 궤적을 통해 보여주지만 그렇다고 비참하게 비극적으로 그리지 않습니다. 그냥 담담하게 보여줍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들이 포기하지 않고 하루하루 본인들의 삶을 이어간다는 것 입니다. 밴드를 중간에 포기하고 나가서 마을버스 운전기사를 하는 것도 결국 본인의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고 마지막에 고향을 떠나, 사랑하는 이와 함께 타지에 가서 밴드로서의 삶을 계속하는 사람도 그렇습니다.  


3. 황정민, 박원상, 박해일 등의 풋풋한 시절의 연기를 보는 즐거움이 큰 작품입니다. 황정민과 박원상의 연기는 안정감있게 극을 지탱하구요, 박해일의 신선함은 대체가 불가능 할 것 같습니다(노래와 기타 실력도 꽤 좋더군요^^)


4. 임순례 감독은 본인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상업성에 구애받지 않고 만들때 정말 좋은 작품을 만드는 분인 것 같습니다. 이 작품 이후의 필모그래피에서 이 작품 정도의 여운을 느끼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최근의 '남쪽으로 튀어'는 정안타깝네요;;) 다시 한 번 이런작품을 만들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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