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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Jul 29. 2015

'암살', 최동훈 감독

역사는 반복된다, 슬프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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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줄평 : 재미있으나 무겁고 생각이 많아진다. 캐릭터들을 활용하는 능력은 여전히 발군 ★★★★☆


1. 최동훈 감독의 작품들은 일단 극장을 가서 제일 비싼(예를 들어 4D) 형태로 감상해도 그닥 후회가 없을 만큼 가성비가 훌륭합니다. 아마 볼거리 중심의 오락성과 촘촘한 구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줄 아는 몇 안 되는 감독일  것입니다. 배우들이 훌륭해서 그런 것 아니냐, 돈 많이 써서 그런 것 아니냐라는 비판도 있을 수 있습니다만 똑같은 돈과 배우들을 가지고 모든 감독들이 이런 퀄리티를 낼 수는 없다는 데에 한 표 걸겠습니다.


캐릭터 이야기를 조금 더 하면, 

하정우는 최동훈 감독과 합이 참 잘 맞는 배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고,(아마도 지금까지 본 그의 연기 중 가장 깔끔하면서도 멋있는 연기가 아닌가 합니다.)

조진웅과 최덕문의 캐릭터 및 연기는 보는 내내 즐거웠습니다.(대사 비중이 적다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습니다만 많았으면 지루했겠죠?)

오달수의 캐릭터 및 연기는 너무 드러나지 않아서 좀 아쉬웠고 전지현은 이제 배우로 보이기 시작하더군요.

이정재는 '도둑들'에서의 캐릭터와 조금은 비슷한 느낌인데 늘어난 비중만큼 혼신을 다해서 연기를 하는데 특히 마지막 재판 장면에서의 광기와 집중력이 뒤섞인 대사 처리는 인상적입니다.


2. 지금 돌이켜 보니 전작인 '도둑들'에 저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던 이유는 충분한 볼거리의 제공과(김윤석님의 줄타기 액션은 지금 봐도 참 잘 찍었다고 생각합니다) 탄탄한 구성 그리고 절묘한 캐릭터의 활용, 이 삼박자가 맞았기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써놓고 보니 참 뻔한 이야기이기는 합니다만, 이 삼박자를 골고루 갖춘 영화 찾기 쉽지 않습니다;;)


이 '암살'이라는 작품은 '무거움'이라는 것을 하나 더 추가했습니다. (진지함보다는 무거움이 더 어울리는 단어인 것 같습니다) 음 , 조금 엉뚱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가장 먼저 떠올린 작품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다크 나이트'였습니다. 볼거리 충만, 이야기 재미지고 캐릭터 설정도 발군인데 정말 무거웠던, 그 작품 말입니다. (사실 그 무거움이 싫어서 '다크 나이트 라이즈'도 아직 보지 않았습니다;;)


3. 좀 길어졌습니다만 한마디로 서론을 요약하면 재미있게 잘 만든 영화인데 (감독의 의도는 잘 모르겠으나) '조금' 무겁다는  것입니다.



4. 사실 친일파 척결이라는 소재는 정말 식상하지만 해결되지 않은 어찌 보면 참으로 불편한 소재입니다. 그리고 이 소재를 잘못 들고 나오면 엉뚱하게도 이념 논쟁의 희생양이 되기도 합니다. (생각해보면 참 이상합니다. 이념과 친일파 청산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최동훈 감독이 해결되지 않은 역사에 대해서 그 해결을 촉구하는 심정으로 이 작품을 만들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이 분은 제 짐작으로 우리 나라에서 상업성이 가장 투철한  분입니다)


다만 1930년대 경성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살았고 그들 나름의 논리와 삶의 원칙들이 있었고 그것들이 서로 부딪쳐서 파열음을 내는 복잡하면서도 커다란 거시적 환경이 일제 치하였다는 것이 상황을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든 것이겠죠. 개인간의 이해 관계의 얽힘과 최악의 거시적 환경의 만남이 영화 상영 내내 펼쳐집니다.


5. 광복 70주년이라고 정부 차원에서 전 국가적인 이벤트를 많이 준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영화를 보고 나니 이게 말 그대로 이벤트로만 보이네요. 누구를 위한 행사인지 상당히 궁금합니다.


글쎄요, 광복도 어떻게든 살아남은 자들만의 기쁨은 아니었을까요? 그리고 과거야 어찌됐든 본인의 이득을 취하고 그를 활용해서 더 나은 이득을 취했던 이들만을 위한 것은 아니었을까요?


만약에 다시 일제 강점과 같은 비슷한 일이 이 땅에 벌어지고 또다시 독립을 쟁취한다고 해도 똑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요?조국을 위해 희생한 사람은 그냥 잊히고 어떻게든 이익을 취하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판을 치는 그런 상황 말이지요.


6. 생각이 많다 보니 글이 두서가 없어지고 길어지기만 하네요.

'최동훈 감독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정도가 이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최고의 감상평이 되겠네요.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나라를 위해    희생하신 분들께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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