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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May 06. 2016

한비자 공부(14) - 양권(揚權) 편(3)

#1 무릇 군주 된 사람이 신하의 말을 듣는 태도는 크게 술 취한 것처럼 스스로의 정체를 모호하게 하여 신하로 하여금 심중에 있는 말을 남김없이 하도록 만들어야 합니다.


군주가 먼저 입을 열지 않으면 신하는 스스로 먼저 말을 할 것입니다. 그때 군주가 무지하여 어리석은 듯 가장하면 신하는 안심하고 자랑삼아 그 의견과 지혜를 모두 펼쳐놓을 것입니다. 따라서 그 말에는 시비할 점이 있을 것이지만 군주는 모르는 척하고 있다가 뒤에 조용히 생각하여 좋은 의견을 실행케 합니다. 이것이 곧 도의 정태인 것입니다.


리더들이, 말하기보다 듣기를 많이 해야 하는 이유가 부하들에게서 무언가를 많이 뽑아내기 위해서라는 것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해주는 그런 구절입니다. 듣기를 많이 하는 것도 내가 아는 듯 모르는 듯 운을 띄워가면서 커뮤니케이션을 해야 말 그대로 나올게 다 나옵니다. 거듭 강조합니다만 리더의 자리는, 특히 사장의 자리는, 무언가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리가 아닙니다. 신하/부하들이 가지고 온 안을 윤허하고 경과를 챙기며 책임을 묻는 자리입니다. 


한비자를 읽다 보면 솔직히 좀 섬뜩할 때가 있는데요, 이 구절들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이야기 잘 들어주는 사장, 리더가 부하 입장에서 마냥 좋은 리더요 사장은 아닙니다. 내가 한 이야기를 가지고 어떻게 책임을 물을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2 종아리가 허벅지보다 굵다면 밑이 무거워 빨리 달리고자 해도 달릴 수가 없는 것처럼, 신하의 세력이 군주보다 크다면 나라는 붕괴를 면할 수 없습니다.


설명할 필요가 없는 문장입니다만 한 가지만 첨언하자면, 사장에게 저는 달릴 때 유용한 가벼운 허벅지입니다라고 계속 어필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라고 봅니다.


#3 그러므로 신하의 요구를 함부로 들어주어서는 안 됩니다. 그는 무기로 군주를 치려고 덤빌 것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해관계로 맺어진 인연, 그 주도권은 늘 윗사람이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4 군주가 국가의 위기를 걱정한다면 서둘러 태자를 책봉해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신하들이 다른 야망을 키우지 않게 되고, 따라서 재난도 일어나지 않는 것입니다.


후계자를 신속하게 결정해서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인데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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