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덜컥 고전 읽기 교육하겠다고 승낙을 하고 나서 사실은 많이 막막했습니다만 약속을 한지라 무를 수는 없고, 말 그대로 맨 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특히 초등학생 가르쳐 본 경험이 전무해서 잘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요, 예상대로 쉽지 않았습니다.

우선 같이 이야기하기로 한 책인 '책먹는 여우'를 세 번 정도 정독했습니다. 아이들 보는 책이라고 무시할 것 아니더군요, 내용이 만만치 않았습니다.
어떻게 아이들 위주로 교육(?)을 할까 이래저래 고민하다가 내가 읽으면서 궁금했던걸 물어보고 그걸 중심으로 이야기하면 되겠구나 하고 결론을 냈습니다. 그래서 우선 질문을 정리했습니다.
- '왜? 주인공을 여우로 했을까?
- '왜? 여우는 책을 먹을까?'
- '왜? 여우는 '독서 절대 금지'인데 사흘 하고 반나절도 더 살지 못한다고 생각한 걸까?'
- '소설이 무엇일까?'
- '왜? 소금과 후추를 뿌려 먹을까?'
이렇게 정리한 질문을 아이들과 함께 나눴는데 생각보다 아이들이 대답을 굉장히 적극적으로 해줘서 무난하게 교육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질문하면서 스스로에게 계속 다짐하고 또 주의를 준 게 절대 정답이 있는 질문은 하지도 말고 또 아이들의 대답에 옳다 그르다 내 의견을 이야기하지 말자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마음껏 본인들의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게 판을 깔아 주는 것이 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이 부분에 가장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책을 같이 읽으며 나름대로들 답을 찾을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나의 역할이지, 내가 정한 답을 선생이라는 이유만으로 강요 아닌 강요를 하는 것은 정말이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책을 왜 읽어야 하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초등학생 세명이 그 이유를 스무 가지 이상을 이야기했던 때입니다. 물론 장난기 섞인 대답도 많았습니다만(제 아들이 특히 심했습니다. 뭐 방귀를 잘 뀌게 된다나요^^;;) 나름 진지하게들 대답하고 왜 독서가, 책을 읽는 것이 좋고 중요한지 너무나들 잘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고 또 대견했습니다. 이 아이들이 더욱 독서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잘 가르쳐야 할텐에요, 의무감 및 부담감 가득입니다. 하지만 첫날 교육, 너무 즐거웠습니다. 아이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교육 진행이 수월하기도 했고요. 앞으로의 시간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교육 후에 아이들 셋이 책상에 나란히 앉아 얼마 전에 구입한 '오무라이스 잼잼'을 한 권씩 나눠서 사이좋게 읽더군요. 너무 예쁘고 기특해서 혼자 계속 웃었습니다. 만화면 어떻고 고전이면 어떻습니까? 어떤 경로로든 텍스트와 친해진다는 것은 좋은 일임에는 틀림없습니다.
다음 주부터는 본격적으로 독서 및 고전 읽기 교육이 시작됩니다. 첫 번째 책으로 율곡 이이의 '격몽요결'을 같이 읽고 나눠 보기로 했습니다. 너무 어려운 책 고른 것 아닌가 고민되기도 합니다만 일단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전체를 다 읽을 거는 아니고요, 공부 및 독서에 대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되 2주 정도로 나눠서 진행하려고 합니다.
이제부터 '격몽요결'을 열심히 공부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