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만 보고, 오에 겐자부로의 소설을 별로 좋아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바로 주문을 했으니 누구를 탓할 수는 없습니다만,결론적으로 이 책은 그리 인상적이지 못합니다.내용이 상당히 어렵고 그리 익숙하지 않은 고전들에 대한 작가 나름의 공부법 및 견해를 그의 50여 년 독서 및 작가 인생을 담아서 풀어내니,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려울 수밖에요.읽기 상당히 어려운 책입니다.
겐자부로의 소설은, 몇 권 읽지는 않았습니다만 인간의 본성에 대한 탐구 및 서술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깊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깊습니다.그런데 이 책을 읽어 보면 그의 소설들이 왜 이리 무겁고 난해한지를 어느 정도는 이해하게 됩니다. 그의 소설은 비슷한 수준의 전문가들에 어필할 수 있는 깊이와 수준이 되는 관계로 평단의
인정을 받고 노벨상까지 받았는지는 모르겠으나 대중과의 소통과는 조금 거리가 있겠다고 생각했었는데, 네, 이 책을 보면서 그 생각이 굳어졌습니다.
이 책을 이해하려면‘허클베리 핀의 모험’과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들, 그리고 단테의 ‘신곡’에 대한이해가 상당히 깊은 수준으로 필요합니다.
책의 주요 내용이 저자가 이러한 작가들 및 작품을 어떻게 공부했는지,그리고 그 영향이 본인의 소설에 어떻게 투영되어 있는 지를 설명하는 것이어서그의 소설들을 많이 읽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그가 사랑하는 고전들에 대한 이해도가깊지 않은 나에게는 정말 무슨 암호 읽는 것 같습니다.출퇴근 시간에 가볍게 읽으려고 샀는데, 그 무게에 눌려 버리고야 말았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무라카미 하루키가 여행을 다니며‘노르웨이 숲’을 저술했던 기간 동안오에 겐자부로는 ‘신곡’을 읽었고 ‘그리운 시절로 떠나는 편지’라는 작품을 남겼습니다.참 기가 막힌 문단 세대 교체 아닌가요.
- 인상적인 구절들 -
역사에는 무자비한 측면이 있어서 인간의 경험 깊숙한 곳으로 파고들지.어떤 것들은 결코 돌이킬 수 없어. 그것은 과거에 속한 것이니.
이처럼 저는 3년마다 제 문체를 바꿔가는 방법으로 소설을 썼습니다.
저는 이렇게 소설을 쓰면서 문제점을 해결해왔습니다.
상상력이라는 인간의 힘은 다양한 것을 꿈꾸기도 하지만, 진정한 진실이란 무엇인가를 추구하며 사고하는 것이야말로 상상력의 중심 기능이며, 단테는 이를 발휘하여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