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생각하다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창고 Oct 23. 2016

감사하는 삶, 만족하는 삶

살면서 지키는 작은 원칙 중에 하나가 매일 감사하는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사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려고 노력합니다. 의식적으로, 그리고 말 그대로 습관적으로 계속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생각하면서 살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이런 삶의 태도는, 삶을 긍정적으로 사는데 크게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감사'하는 삶이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감사와 만족은 비슷한 듯 하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요 삶의 태도입니다. 조금 건조해지기는 합니다만, 사람을 평생 동안 스스로에게든 다른 이들에게는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제공해야 하는 존재로, 극단적인 가정을 해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심하게 이야기하면, '감사'하며 사는 삶은 인생에 크게 도움이 되지만 '만족'하며 사는 삶은 삶을 퇴보시키는 것이 아닌가 합니다.


'감사'라는 단어에는 '더(more)'라는 단어를 붙여서 계속 나아지고자 하는 의지를 담을 수 있습니다. 즉 현재 주어진 삶과 기타 여건들에 충분히 감사하지만 사실 '더' 감사할 조건들을 찾을 수 있고 또 찾고자 하는 의지를 다질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현재 20평대 아파트에 충분히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30평대에 살 능력이 되면 더 감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네, 30평대에 살면 더 감사하다는 말이 아니고 30평대에 살 능력을 갖춘다는 의미입니다. (실제 30평대에 사는 것은 개인의 선택의 문제이겠지요) 월급쟁이로서의 현재 월급과 삶의 조건들에 충분히 감사하지만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만족'이라는 단어에는 개인적으로 '더(more)'라는 단어를 붙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이미 말 그대로 모자람이 없고 충분하고 넉넉한데 더 무언가를 바랄 수 있을까요? 만족한다는 것은, 조금 극단적인 표현을 쓰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는 상태이니 앞으로 더 나아갈 여지가 없는 상태입니다.


위에서 잠시 언급했습니다만 인간은 끊임없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야 하고 스스로에게 그리고 남에게 그 가치를 '판매'해야 하는 존재입니다. 어찌 보면 기업과 비슷한 존재입니다. 내가 끊임없이 남들을 만족시키지 못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는 그런 존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네덜란드 출신 영국 의사이자 작가인 버나드 맨더빌'꿀벌의 우화'에 보면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사실 이 책에서 좋아하는 구절들은 '이리하여 모든 구석이 다 악으로 가득한데 그래도 전체를 보면 낙원이었다' 등 시대를 시니컬하게 풍자하나 현재를 바로 보게 해주는 그런 문장들입니다만 오늘은 일단 패스^^)


산업의 원흉인 만족감


조금 딴 길로 새는 것 같기는 합니다만, 한 산업에 대해서 고객들이 만족하는 순간, 그 산업은 끝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업들은 친절하게도 스스로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말을 바꾸면 고객들이 무엇에 불만족하는 지를 끊임없이 고객들에게 알려 주면서 그 불만족을 채워줌과 동시에 또 다른 불만거리를 스스로 찾아냅니다. 상상해볼까요? 우리가 스마트폰, 예를 들어 갤럭시 S1이나 아이폰 초기 모델에 '만족'해버렸다면 현재 같은 규모로 스마트폰 산업이 '발전'할 수 있었을까요? 그래서 고객들은 끊임없이 불만을 토로하고 기업은 그 불만 포인트를 계속 해결해줌과 동시에 '고객님께서는 이 부분이 불만이실 겁니다'라고 끊임없이 자아비판하며 제품을 개선시키고 발전해 가는 것입니다. 스마트폰에 만족해버리는 순간, 바로 사양 산업의 길에 접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끊임없이 불만족을 유도하고 스스로 자아비판을 하는 것이지요.


개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합니다. 조직이 특정 개인에게 만족하는 순간, 그 사람의 그 조직에서의 성장 및 발전 가능성은 '0'가 됩니다. 개인 스스로가 스스로의 '현재'에 만족하게 되면 그 순간부터 퇴보가 시작됩니다. 그래서, 조금 피곤하고 서글프기는 합니다만 스스로에게는 끊임없이 불만족을 토로해야 합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동료들이 나에게 불만이 없다는 이야기는, 조금 냉혹하게 이야기하면 이 사람에게는 더 뽑아낼 게 없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어찌 보면 '나'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다는 것은 더 많은 그리고 더 고품질의 부가가치를 제공해달라는 의사표현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감사하는 하루하루를 살되 만족하지는 말자는 것입니다. 감사는 삶을 긍정적으로 살게 하면서 균형감과 희망을 갖게 하지만 '만족'하는 삶은 그 순간 퇴보의 시작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국과 소련과 쿠바, 중국과 미국과 대한민국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