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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Mar 22. 2017

미국과 소련과 쿠바, 중국과 미국과 대한민국

작금의 THAAD 사태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입니다.

요즘 THAAD 배치 때문에 온 나라가 난리입니다. 정치, 경제적으로 중국은 우리나라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국가가 된 지 오래인지라 중국의 전방위적 압박은 여러모로 대한민국 사회 전 분야에 걸쳐 큰 부담입니다. 특히 중국인 관광객과 긴밀한 관계에 있는 업에 종사하는 제가 체감하는 부담감은 정말 큽니다, 하루하루가 위기이고 살얼음판입니다.


혹자는 중국이 너무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하고 혹자는 왜 미국에 직접 뭐라 안 하고 불쌍한 우리나라만 압박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합니다. 너무 치사한 것 아니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있고요. 개인적으로는, 중국의 대응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자기 턱 밑에 레이더 하고 미사일을 들이대는데 가만히 있으면 그게 바보겠지요. 작금의 사태가 우리에게 벌어진 일이라 새롭고 어이없고 당황스럽기는 합니다만, 역사적으로 보면 전혀 새로운 일은 아닙니다.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지요, 1962년에 비슷한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주인공은 미국과 소련, 그리고 쿠바입니다.



당시는 미국과 소련 중심의 냉전시대였다. 하지만 서서히 힘의 균형이 깨지고 있었다. 특히 핵무기의 사용 능력에서 미국은 소련을 압도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쿠바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 설치 요청은 소련의 핵전력 열세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으로 떠올랐다. 소련은 미국의 턱 밑에서 미국을 압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1962년 7월부터 소련은 쿠바 내에 미사일 기지 건설에 착수했다. 하지만 10월 14일, 미국의 U-2 첩보기에 의해 건설 중인 미사일 기지가 발각되고 세부 사진이 공개되었다. 당시 미국의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강경하게 대응했다. 쿠바의 해상을 봉쇄하고, 소련이 미사일 기지 완공을 강행할 경우에는 제3차 세계대전도 불사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전 세계가 세계대전의 공포에 휩싸였다. 10월 28일. 소련이 극적으로 쿠바 미사일 기지 철수를 발표함으로써 극단으로 치닫던 대규모 핵전쟁 위협은 해소되었다.


                                                                                                               - 채사장, '열한 계단' 중에서 -


그 유명한 '쿠바 미사일 사태' 이야기입니다. 요약하면, 후르시쵸프 정권 하 소련은, 카스트로의 요청을 받아들여 쿠바에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구축을 비밀리에 추진합니다. 하지만 미사일 기지 건설용 부품을 수송하던 배가 미군 정찰기에 의해 발견되고, 미국이 제3차 세계대전도 불사하겠다고 강력히 대응하자 소련은 설치를 포기하고 불과 몇 달만에 철수하고 맙니다.


미국은, 어찌 보면 당연한 대응을 한 것입니다. 바로 턱 밑에, 그것도 적대국이 장거리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겠다는데 격렬하게 저항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합니다. 가만히 있는 게 오히려 이상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쿠바라는 사회주의 정권 자체도 눈에 가시였기 때문에 '피그스만 침공' 등을 통해서 카스트로 체제를 전복하고자 시도했었습니다만 실패했습니다. 따라서 늘 불안하고 골치가 아팠을 텐데 거기에 소련의 미사일 기지라니요. 전 세계를 전쟁의 공포에 몰아넣는 한이 있어도, 더 나아가 또 한 번의 세계대전을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그 단호함,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쿠바의 입장에서 이 상황을 바라보면 또 쿠바의 입장이 십분 이해가 갑니다. 미국이 언제든 자신을 침공할 수 있다는 것을 피그스만 사태를 통해 경험했기 때문에, 쿠바로서도 나름의 생존 방안을 마련했어야만 했을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맹주 격인 소련에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고, 당시 소련의 정치적인 상황과 맞아떨어져 미사일 기지 건설까지 추진하게 된 것이지요, 결과는 뜻대로 되지 않았지만 말입니다. 즉, 약소국인 쿠바가 생존의 위협을 느끼면서 우방인 소련에 도움을 요청했고, 소련은 그에 응해서 조치를 취했지만 미국의 협박(?)에 소련이 두 손을 들고 만 것입니다.


쿠바 사태에 현 상황을 대입해보면 다음과 같을 것입니다 :

시의 미국은 현재의 중국, 당시의 소련은 현재의 미국. 쿠바는 현재의 대한민국(?).


당시의 지정학 및 정치적 상황을 현재 한반도 및 미-중 관계에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을 것입니다만 쿠바 사태 당시의 미국과 소련(현재의 미국과 중국)은 냉전 체제 하에서(G2 체제 하에서) 서로 힘겨루기를 하는 중이었다는(하고 있고) 것은 공통점입니다. 그리고 쿠바는 그 상황을 일정 부분 이용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애매한 것은 대한민국입니다. 쿠바처럼 대한민국 정부는 미-중 사이에서 무언가를 얻기 위해 이 둘 사이를 이용한 것일까요? 현재 THAAD 사태는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의 결과라는 점에서는 당시의 상황과 비슷합니다만 대한민국의 역할은 당시의 쿠바와 같다고 보기에는 상당히 애매합니다.


대한민국 정부가 미국에, 북한의 핵이 위험하니 THAAD를 배치해달라고 간청했을까요? 아니면 미국이 너희들 북핵 때문에 힘들지, 우리가 보호해줄게라고 먼저 손을 내밀었을까요? 아니면 미국이 누이 좋고 매부 좋고 하자는 식으로, 너희는 THAAD를 얻고 우리(미국)는 중국 상황을 조금 더 정확히 파악 가능한 레이더 기지를 얻자라는 식으로 합의를 했을까요. 아니면, 미국이 우리에게 '강요'했고 우리는 수용할 수밖에 없었을까요? 그 깊은 속사정은 알 길이 없습니다만 하여간 대한민국은 외교에 있어서는 대단한 삽질을 하고 있다는 것만은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 삽질의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로 생계의 위협을 느끼는 정부 관료 및 정치인은 아무도 없을 것 입니다만, 상당수의 국민들은 큰 피해를 봤고 상당기간 계속 보게 될 것입니다.


이번 사태를 통해 가장 큰 소득을 얻은 것은 미국이고 가장 크게 손해를 본 나라는 대한민국입니다. 말 그대로 대한민국은 THAAD 말고는 얻은 게 없습니다. 중국을 욕할 일도 아니고, 미국을 욕할 일도 아닙니다. 이 과정에서 얻은 것 하나도 없는 대한민국 정부를 비판해야 합니다. 나라가 힘이 없음을 한탄해야 합니다. 국민과 소통하지 않고 모든 것을 독단적으로 결정한 대한민국 정부를 철저하게 비판해야 합니다. 개인적으로 THAAD 설치에 무조건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정부가 하는 모든 일을 불신하게 만듭니다.


도대체, 언제쯤 국민들의 의견을 물어볼 줄 아는 정부를 우리는 가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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