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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독서 - 이현우(로자)

by 생각창고

* 이 서평집을 읽고 나면 소개한 책들 가운데 읽었던 책은 다시 읽고 싶어 지고, 안 읽은 책은 읽고 싶어 집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서평으로서의 역할을 100% 이상 달성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사적'으로는요. 읽어 보기를 추천합니다!!!


이원석 작가의 '서평 쓰는 법'이라는 책을 얼마 전에 인상 깊게 읽었습니다. 이작가께서 서평을 잘 쓰고 싶으면 유명한 서평가들의 글이나 책을 열심히 읽으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추천한 책들을 열심히 사들여서 부지런히 읽고 있는데 이 '아주 사적인 독서'는 그중에 가장 인상적이고 또 개인적으로는 가장 도움이 많이 된 책입니다.


이 서평집은, '욕망'이라는 키워드를 주요 소재로 삼고 있는 7권의 고전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마담 보바리', '주홍글자', '채털리 부인의 연인', '햄릿', '돈키호테', '파우스트', '석상 손님') 첫 3권은 여성의 욕망을 다룬 책이고 나머지 4권은 남성의 욕망에 대한 책입니다. 각 작품에 대해서 문학 전공자답게(러시아 문학 박사 학위가 있으시지요) 그리고 뛰어난 서평가답게 깊고 넓게, 때로는 객관적으로 때로는 주관적으로, 어느 한쪽에 치우치치 않고 잘 기술하고 있습니다.


서평은 그 글을 읽는 이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쓴 글입니다. 즉, 서평가가 추천한 책을 읽게 만들거나 읽지 말라고 한 책을 - 비록 그게 베스트셀러라고 할지라도 - 읽지 못하게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주관이 뚜렷해야 하고 그 책에 대한 서평가의 스탠스가 명확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논리적으로, 팩트 기반으로 잘 써야겠지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이 서평집은 굉장히 훌륭한 서평집입니다. 고전에 대한 소개글로서도 훌륭하고 또 분석적이고 상당히 많은 각 고전에 대한 배경지식을 담고 있어서 지적인 만족감을 주는데도 부족함이 없습니다.


이 서평집을 읽으면서 특히 '햄릿' '파우스트'가 다시 읽고 싶어 졌습니다. '햄릿'과 '돈키호테' 부분을 읽으면서는 이 작품들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예를 들면, 저자인 셰익스피어가 공식적으로 인정한 판본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햄릿형 인간과 돈키호테 형 인간이라는 구분을 처음으로 한 사람이 러시아 문호인 투르게네프라는 것 등). 그래서 작품에 대한 이해도가 많이 올라갔고, 많이 알게 되었으니 다시 한 번 읽으면 더 많이 보이고 알게 되리라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특히 '파우스트' 편을 읽으면서는 그 난해하고 어려웠던 책의 구조가 쫙 잡히면서 로자 선생이 씌어준 안경을 끼고 다시 한번 읽고 싶어 졌습니다. 그리고 읽지 않았던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읽고 싶어 졌고요.


저도 얼마 전에 읽은 천명관 작가의 '나의 삼촌 브루스 리'에 대한 서평을 나름 쓰고 있는 중인데요, 이게 말같이 쉽지가 않습니다. 인상 깊게 읽은 책에 대해서 긍정적인 부분들과 아쉬운 부분들을 골라, 팩트에 기반해서 나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쓰고 그를 기반으로 이 책을 읽게 하고 싶은데,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저자인 이현우 님은 프랑스는 권태를 발명했고 영국은 우울을, 러시아는 광기를 발명했다고 이야기합니다. 상당히 타당하면서 탁월한 요약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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