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독서만담 - 박균호
재미있습니다, 한 번 읽어 보세요!!!
* 재미있고 유익한 책입니다. 특히 책 사모으는데 취미있는, 그래서 집에서 그 덕분에 구박 꽤나 받는 40대 이상의 남자들은 내용에 공감하면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저자와 스스로를 비교해가면서 읽는 것도 재미있는 경험일 것 입니다.
* 문장력도 유머러스하면서 상당히 훌륭하고 저자가 소개해주는 책들도 몇 권 사서 읽을 예정이니, 개인적으로는 꽤 유익한 책읽기였습니다. 부부싸움 및 화해하는 과정이 일상 에피소드의 대부분이라 뒤로 갈수록 조금 지루해지기는 했습니다만 한번쯤은 읽어볼 만한, 재미있고 유익한 책 입니다.
*에피소드 자체는 재미있고, 나름 교훈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이어지는 책 소개도 훌륭합니다만 이 둘 간의 연결이 100% 마음에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인과관계 또는 개연성이 2% 정도 부족합니다만, 이건 아주 사소한, 지극히 개인적인 불만입니다. 읽기를 권하는 데에는 전혀 지장이 없습니다.
# '천국으로 가는 길은 수많은 책으로 뒤덮여 있다.'
현역 영어 선생님인 저자의 좌충우돌 일상과 서재, 그리고 책과 가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국어 선생님인 부인, 딸과의 평범한 일상을 맛깔나는 문장으로 정겹고 유머러스하게 써내려가면서, 책과 서재에 대한 본인의 생각과 사랑을 유감없이 드러내는 그런 책입니다. 평범한듯 하지만 재미있게 글을 잘 쓰시는 분입니다. 특히 40대의, 책 사모으느라 가족에게 잔소리깨나 듣는 남자들이 읽으면 100% 공감할만한 내용들이 가득합니다. 책에 대한 이야기가 주 입니다만, 어렵지 않고 읽기 편하게 썼습니다. 제목대로 '만담'입니다.
# 40대의 책 사들이고 읽기 좋아하는 남자들이 읽으면 많은 부분 공감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
현대판 간서치들이 읽으면 동의하고 도전받고 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책입니다. 결국 시간과 돈 싸움 아니겠습니까, 책을 사들이고 모은다는게. 저자는 책과 서재라는 전리품을 유지하고 더 많이 얻기 위해 다른 소소한 전투에서는 위대한 패배자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을 다 가질 수는 없습니다. 책과 서재를 얻었으니, 그에 상응하는 것을 포기해야겠지요.
저자는 가장 넓은 안방을 서재로 꾸미고 살고 있는 남자입니다. 이 점은 저하고 비슷합니다. 저는 집에서 가장 넓은 공간인 거실을 서재로 쓰고 있습니다. (저자의 거실에는 TV, 나의 거실에는 책꽂이와 책상. 나는 TV없이 살고 있으니, so, I win^^) 저자와 비슷하게, 개인적으로도 수시로 집을 둘러보며, 책꽂이 더 사다가 박스에 들어 있어 숨을 제대로 못 쉬고 있는 나의 책들을 어디에 꽂아 놓을 수 있을까를 생각합니다, 아내는 기겁을 하겠지만.
# 절판본이나 희귀본에 대한 욕심은 없습니다. 그래서 다행입니다.
주인공은 책으로 재테크를 하는 경지까지 이른 사람입니다. 저와는 양 극단에 서 있는 사람입니다. 개인적으로 책을 사고 팔 생각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절판본이나 희귀본을 모으는데 돈과 시간을 투자할 생각도 현재까지도 없고 모르긴 몰라도 앞으로도 없을 것 입니다. 책을 사는 것을 좋아하지 파는 것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책을 빌리는 것도 빌려 주는 것도 생각해본 적 없습니다. 책은 반드시 사서 읽습니다. 이런 나의 습성을 잘 아시는지라, 심지어 장인장모께서도 책 빌려 가실때는 꼭 말씀하십니다.
# 저는 육체파와 정신파의 면모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만, 육체파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책에 관한 한.
저는 책을 함부로 다루는 편입니다. 밑줄 긋고 메모도 거리낌없이 합니다. 하지만 침을 묻혀 가면서 읽지는 않습니다. 그리고 읽던 부분을 접는 일은 좀처럼 없습니다. 책 읽은 부분을 표시할 때 포스트잇 스티커를 사용합니다. 책의 띄지도 웬만해선 버리지 않습니다. (나쓰메 소세키 장편 전집 첫 몇 권의 띄지를 버렸다가 엄청 후회했습니다.)
책의 물성을 - 종이/잉크 냄새, 촉감, 무게 등 - 사랑하는 사람인지라 덕분에 ebook과의 인연이 쉽게 맺어지지 않습니다. 서점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도 아주 좋아해서, 서점 가는 재미를 포기하지 못해서라도 종이책은 아마도 포기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 책의 다양한 용도 : 이 부분 읽다가 완전히 몰입해서, 책과 저자와 내가 일체가 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 책을 베게로 사용하는 것 : 개인적으로는 비추입니다. 딱딱해서 잘 수가 없습니다.
- 수면 안대로 사용하는 것 : 생각도 못해봤습니다. 역시 비추. 얼굴이 무거운데 눈 감고 잘 수 있을까요?
- 수면제 대용 : 어렵고 딱딱한 책이 수면제라는 데는 100% 동의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양 철학책 추천합니다. 그리고 성석제나 천명관 같은 작가의 책은 수면제로 부적합하다는 저자의 말에도 또한 100% 동의합니다. '너무 웃기고 재미있어서' 수면을 방해하며, 손을 떼지 못하게 만들어서 오히려 수면 시간을 줄입니다.
- 컵라면 뚜껑 누르기용 : 저자는 책만큼 적당한 물건이 없다고 하나, 비추입니다. 컵라면의 열기에 책 겉표지의 코팅이 벗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라면 받침용은 더우기 말도 안 됩니다, 냄비 받침 얼마나 한다고.
- 인테리어로 사용 : '새로운 시대에 맞는 콘셉트가 필요하다'에 100% 동의하며 조금 살을 붙여 봅니다.
① 고전 문학 전집으로 집안을 꾸미고 싶으면 '문학동네'판 '세계문학전집'에 덧붙여 불멸의 책 인테리어계의 고전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제본이 읽기에는 불편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 저는 다른 출판사 문학전집으로 갈아타고 있는 중 입니다)이 좋습니다. 거기에 '열린책들'의 '문학전집' 또는 '니코스 카잔차키스 전집'이 있으면 금상첨화.
② 최근에 '현암사'에서 출간한 '나쓰메 소세키' 장편소설 전집(14권)도 책꽂이 한 칸을 채우는 용도로 손색없습니다. 이 시리즈는 일단 번역이 훌륭하지만, 띠지조차도 고풍스럽고 멋지고 고풍스럽습니다. '사계절'판 홍명희의 '임꺽정'도 그 옆 칸에 꽂아 놓으면 나름 폼납니다.
③ 조금 더 방문자들을 진압(?)하고 싶다면 '한길사'의 '그레이트북스' 시리즈도 유용합니다. '책세상' 출판사의 '니체 전집'도 만만치 않습니다. 이 시리즈는 표지색깔도 강렬해서 한 눈에 확 들어옵니다. '민음사'의 '로마제국 쇠망사'도 표지 색이랑 디자인이 괜찮아서 장식용으로 괜찮습니다.
④ 만화를 활용한 인테리어도 열렬히 지지합니다. 저자의 취향인 'H2' 등 '아다치 미츠루'의 작품도 좋고 최근 우리 나라 웹툰도 좋습니다.('미생', '인천상륙작전', '이끼', '무빙', '오무라이스 잼잼' 등) 이들도 한데 모아 놓으면 나름 폼납니다.
#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문장들
내 생각에, 어떤 책이 필요할 때 최대 5분 이내에 찾을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조련된 서재라고 해도 무방하다. 만약 자신의 서재에서 필요한 책을 즉시 찾을 수 있는 주인이 있다면, 그 사람은 기억력의 천재이거나 장서의 수가 너무 적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책꽂이를 튼튼하게 꾸며서 그 용량의 두배만큼의 책을 보유하는 편이 적당하다. 즉 책을 두 겹으로 꽂아둘 만큼이 좋다.
내 서재는 나와 함께 늙어갈 터이고 언젠가는 아내나 딸에 의해서 묘지(헌책방)로 실려 가겠지.
한국 남자들이 왜 그렇게 자동차에 열광하고, 튜닝에 열중하는지 아는가? 집안에서 서열이 애완동물에게 밀리는 불쌍한 이들에게 자기가 하자는 대로, 가자는 데로 순종하고 따르는 것이 자동차 밖에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