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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Apr 15. 2017

[영화평] 프랭크 - 레니 에이브러햄슨

* 음악 영화일까요, 음악을 소재로 어떤 다른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걸까요? 음악 영화라고 하기에는 음악이 그리 뛰어나지도 않고 스토리 텔링에 강점이 있다고 보기도 어렵고, 애매하고 어정쩡한 영화입니다. 주인공인 마이클 패스벤더와 '기상천외한 인디밴드 이야기'라는 마케팅에 넘어가면 후회할 영화입니다.


* 감독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것 같은데 무엇 하나 확실히 이야기하는 것이 없습니다. 회복? 치유? 속물근성을 비판하고 진정한 음악의 위대함을 설파한다? 가장 인상적인 것이 주인공 프랭크의 가면입니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네이버 영화에 '좋아요'가 166명, '글쎄요'가 20명인데, 저는 21번째 '글쎄요'입니다.


#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것일까요?


평범한 샐러리맨이지만 음악에 대한 꿈을 잃지 않고 늘 곡을 쓰고 노래하는 주인공 존은 우연한 기회로 한 밴드에 키보드 주자로(C, F, G키를 연주할 줄 안다는 이유만으로) 합류하게 됩니다. 밴드의 리더는 늘 가면을 쓰고 생활하는 프랭크인데 존은 이 밴드와 같이 아일랜드에서 앨범을 만들게 되고 그 과정을 유튜브와 트위터에 계속 올리면서 밴드의 인지도를 조금씩 높여가고 마침내 텍사스에서 열리는 음악 축제인 SXSW(South by Southwest)에 참가하게 되지만 처참한 실패를 맛보고 밴드는 뿔뿔이 흩어집니다. 그 후 온갖 우여곡절 끝에, 가면을 벗은 프랭크를 포함해서 밴드는 다시 모이게 되고 존은 밴드를 떠나 자신의 길을 갑니다.  


평범한 사람이 꿈을 이루어 가는, 일종의 어른들의 동화로 만들었어도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는 마음의 병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서 음악을 통해 치유받고 행복을 찾게 되는 이야기로 만들었어도 괜찮았을 것 같습니다.(치유받은 프랭크가 가면을 짜잔 하고 벗는다, 뻔하고 진부한 스토리이지만 이게 차라리 나았을 것 같습니다) 또는 진정한 음악이 무엇인가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갈등하는 모습을 담았으면 어땠을까도 생각해봅니다. 결론적으로, 감독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지, 감이 잘 안 옵니다.


수많은 질문들이 떠오릅니다만 - 예를 들어, 돈은 왜 자살했을까요? 프랭크는 왜 가면을 늘 쓰고 다니는 걸까요? 그들의 음악은 도대체 왜 그럴까요 등등 - 그냥 생략하겠습니다. 생각할수록 시간이 아깝습니다.


# 이 영화를 보고 떠오른 몇가지


① 우선 가면을 보고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은 Daft Punk였습니다. 이 EDM의 전설들께서는 사람들 보기가 부끄러워 가면을 쓰고 노래한다고 하죠. 가면 쓴 탁월한 뮤지션이라는 캐릭터의 출발점은 이 Daft Punk가 아니었을까요? 문제는 Daft Punk는 세상과 소통하고 그들을 이해시키려 노력했으나 프랭크 및 그의 밴드는 세상을 그들에게 맞추려고 한 것이 차이라면 차이입니다.


② 이 영화는 영국 영화입니다. 그러다 보니 미국에 대한 문화적인 우월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게 눈에 많이 거슬립니다. 네, 텍사스 팬케이크 가게에서 포크를 라이브로 연주 및 노래하고 있는데 프랭크를 포함한 밴드의 멤버들이 똥씹은 듯한 얼글을 하고 앉아 있는 것이지요. 이런 식으로 영국 영화가 미국 문화에 대해서 문화적인 우월감을 표현하는 장면이 이 작품에만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그 유명한 '러브 액츄얼리'에서도 영국인이 미국에 넘어가서 영국식 발음으로 이야기하는 것만으로 미국 여자 몇 명을 꼬시는(?) 웃기는 장면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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