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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Aug 16. 2017

[서평] 82년생 김지영 - 조남주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 보지는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굉장히 실망스러운 작가요 책입니다. 노회찬 의원이 청와대 방문 시 영부인께 선물했다는 말에 낚여서 읽었는데, 차라리 관련 신문 기사를 키워드로 검색해서 찾아 읽는 것이 더 좋았을 것 같습니다. 82년생 여자 이름 중에 가장 흔했다는 지영이라는 이름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성씨인 김씨를 붙여서 주인공을 만들어서 80년대 초반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이런저런 팩트들과 신문기사, 논문 등을 편집해서 한 번 쭉 훑어 보겠다는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는 글쎄요입니다.


저널리스트, 즉 언론인 출신의 작가들이 제법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많은 사건사고를 접해서 경험이 풍부하다 보니 소재도 많을 것이고 또 기자(또는 방송사) 생활을 상당 기간 해서 글솜씨도 기본적으로 있을 테니 말입니다. 모르긴 몰라도 언론계 출신의 작가들이 종종 등장하고 주목받는 것은 김훈 작가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언론계 출신의 작가가 다 김훈처럼 될 수는 없다고 봅니다. 그를 단순히 흉내내거나 저널리즘 글쓰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소설에서 기본적으로 기대하는 재미를, 유감스럽게도 하나도 느낄 수 없습니다. 하다 못해 문장이라도 훌륭하면 좋을 텐데, 김훈의 문장력과 비교하려고 하니 김 작가님에게 미안할 따름이고요.


평범한 캐릭터를 구축하는 것은 좋으나 그 캐릭터가 평범하기만 하며, 구성에 기여하지 못하고 독자에게 페이소스를 느끼게 하지 못한다면 문제가 심각한 겁니다. 이 작품은 캐릭터의 힘으로 끌고 가야 하는 작품입니다. 하지만 캐릭터의 힘과 이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힘이 많이 부족합니다. 불평등한 대우를 받는 여성 또는 억압받는 여성에 대해 시대에 외치고 싶었다면 조금 더 강력하게 캐릭터를 구축하고 쭉 밀고 나갔어야 합니다. 신문 사회면이나 논문을 짜깁기 하는 것으로는 말 그대로 사실을 전달하는 것 밖에 안 됩니다. 트루먼 쇼를 보고 싶어서 소설을 읽는 것이 아니라 주인공과 함께 기뻐하거나 슬퍼하고 싶어서, 또는 공감하거나 반대하기 위해서 읽는 겁니다. 이 작품에 대해 신문 사회면보다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고 문학적인 가치를 부여하기 어려운 이유도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캐릭터와 구성에 대해서 할 이야기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작품은 팩트들을 시간순으로 잘 모아놓는다고 해서 역사가 되거나 시대 소설이 될 수는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아주 좋은 예입니다. 가장 평범하다고 생각한 한 인물을 중심 캐릭터로 구축해놓았지만 정작 주인공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은 일반적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가 있습니다. 캐릭터를 구축하면서 전형성이냐 특별함이냐의 사이에서 길을 완전히 잃었습니다. 그렇다고 시대를 면밀하게 분석해서 녹여 넣었느냐,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해의 소지를 없애기 위해, 이 작품 속에 나오는 모든 팩트들에 대해서 부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간 신문에서 읽은 기사들과 아무런 차이가 없어서 당황스러울 정도니까요. 그리고 이런 시대적인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다만 문학적인 아름다움을 제대로 추구하지도 못했고 시대에 대해 사자후를 외치는 것도 아니고, 이도 저도 아닌 것 같아 답답했습니다, 읽는 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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