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장르상으로 보자면 '에스피오나지' 즉 스파이물이지만기존의(?) 스파이물과는 많이 다른, 일명 오피스 스파이물입니다.
총쏘는 장면 하나 없고 그 흔한 제대로 된 격투씬 하나 없는데영화 내내 흐르는 긴장감은 정말 대단합니다.
독일 대테러 정보업무를 담당하는 주인공과 그의 팀이 그들이 포섭한 정보원들과 그로 인해 얻은 미끼, 그리고그 미끼를 기반으로 '대어'를 낚으려고 차근차근 다가가는 모습을 그린 작품인데요, 마지막에 '낚아채는 놈들'에게 당하며 절규하는 모습은정말 인생의 쓴 맛을 제대로 간접 경험하게 해 줍니다.
2. 오피스 스파이물을 몇 편 봤는데요,
'팅커 테일러 솔저 스파이', '스파이 게임' 등
나름 수작들을 봤습니다만개인적으로 이 작품이 지금까지 감상한 작품들 가운데서는 가장 좋았습니다.
필립 세이무어 호프만의 딱 맞춘 옷을 입은 듯한 연기도 좋았고주변 인물들의 균형 잡힌 연기도 그에 못지 않게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일부러 긴장감을 조성하려고 굳이 노력하지 않는 것 같은데도시종일관 흐르는 그 팽팽한 긴장감이 일품입니다.
(배경음악 하나 기억나는 것이 없는 걸 보면 이 작품 참 건조합니다.그리고 배우들의 대사 처리도 감정이 가능한 철저히 배제된 체로무표정한 가운데 건조하게 순간순간 진행이 됩니다.)
007 시리즈나 본 시리즈(이 시리즈들도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합니다)에 익숙하고
또 그런 스타일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지루해할 가능성이 100%입니다만조금만 인내심을 발휘한다면 조금은 색다른 재미를 맛 볼 수 있을 것입니다.
3. 이 작품의 또 다른 묘미는 세상 사는 지혜 한 가지를 이야기한다는 것인데요
그것은 바로 어느 누구도 100% 믿기만 하지 말고 어느 누구도 불신만 하지 말고
철저하게 본인의 이해 관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인공은 미국 정보국 요원을 막판에 믿었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뒤통수를 맞는데요,우스운 것이 이렇게 당한 것이 처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이전에도 속였다고 이실직고까지 했는데도 플랜 B는 전혀 생각지도 않고 있다가
그냥 눈뜨고 당합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믿고 손을 빌렸는데 바로 그것 때문에죽쒀서 개주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지요.
이해관계로 둘러싸인 세상과 인간 관계,
'어떻게'나 '왜' 보다는 '그래서 결과는'을 먼저 묻는 세상이기에끝까지 외로울 수 있는 사람이 최후의 승자가 되는 것 같아 조금 씁쓸하면서도 쓸쓸하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