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성도 측면, 즉 구성과 이야기 전개, 캐릭터의 완성도 부분에서 높은 점수를 주기는 힘든 영화입니다. 특수 효과 부분은 어느 정도 성취가 있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만 그 이외에 장점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한 번 '봐줘야' 하는 이유가, '정서적', '파토스적'으로는 충분히 있습니다.
이 영화의 모티브는 지난 '09년 1월에 발생한 용산 참사라고 생각합니다. 연감독은 이 참담한 사건을 상업 영화 프레임에 잘 녹여서 무언가 메시지를 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게 결론적으로는 욕심을 부린 것이 되었습니다. 상업성 확보와 메시지 전달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시도는 좋았으나 결과는 솔직히 참담합니다. 둘 사이에서 길을 잃고 계속 허둥대고 헤매는 느낌이라고나 할까요. 기본적인 스토리 텔링과 캐릭터 구축에 심각한 문제를 보이면서 '영화적'으로는 이도저도 아닌 영화가 되었습니다.
조금 더 비평을 해보면, 첫째 없어도 되는 부분이 있고 구성이 엉성한 부분이 상당히 많습니다. 예를 들어 나이트 클럽에 가서 오디션(?) 보는 장면은 통째로 드러내거나 조금 더 간결하게 처리했어도 문제가 없을 것 입니다. 또 주인공인 신석헌(류승룡)이 경찰서에 불려 가게 되기까지의 과정도 조금은 빈약해 보입니다. 둘째, 캐릭터 구축에 상당한 결함을 나타냈습니다. 류승룡은 '7번방의 선물'에서 보여준 캐릭터와 차별화에 실패하고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모습을 보여 줍니다. 가장 문제는 신루미역의 심은경입니다. 제가 아는 심은경은 이 정도 수준의 캐릭터 몰입을 보여주는 배우는 아닌데, 솔직히 실망스러웠습니다. 민사장역의 김민재와 민사장 부하역의 태항호도 들쭉날쭉 자리를 지키지 못하고, 별 도움 안되는 개그 코드만 날리면서(전산회계 1급은 또 뭡니까?) 영화 상영 내내 헤매는 모습만 보여 줍니다. 변호사 박정민은 결론적으로 심은경 결혼시키려고 등장시킨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의 의도, 감독이 이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로 만든 이유, 히어로물로 만든 이유에 대해서는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영화의 밑바닥에는 감독의 '안타까움'이 깔려 있습니다. 한마디로, 이 영화는 용산참사 희생자 및 피해자들에게 영화의 형식을 빌려 바치는 조사입니다.
여기서 잠시, 용산 참사 얘기를 좀 해야 합니다. 용산참사는 2009년 1월 20일 서울시 용산 재개발 보상대책에 반발하던 철거민과 경찰이 대치하던 중 화재로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으로,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고 24명의 부상자가 발생하였으며, 철거민 20명과 용역업체 직원 7명 등 총 27명이 구속되었습니다.
연감독은 영화 마지막 약 30분 정도를 철거민들이 경찰 및 용역업체 직원들과 대치하는 장면을 묘사하는데 사용합니다(의도적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철거민은 약 30여명 정도 되어 보입니다). 그리고 철거민 중 한 사람도 죽거나 구속되지 않는 것으로 영화를 마무리합니다(구속되어 실형을 사는 것은 주인공인 류승룡 뿐 입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들이 전부 다 연감독의 안타까움의 표현으로 읽혔습니다. 또 영화 중에 경찰 한 명이 죽을 위기에 있는 것을 심은경과 류승룡이 필사적으로 구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연감독은 이 장면을 통해 실제 용산참사에서 희생된 경찰 1명에 대해서도 안타까움을 표합니다(저는 개인적으로 그렇게 읽었습니다)
저는 연감독의 마음, 이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를 '안타까움'으로 읽었습니다. 이런 히어로가 한 사람이라도 있어서 그때, 용산 그 장소에서, 모두를 구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마음이 느껴져서 많이 아팠습니다.
오늘 이 글을 쓰려고 네이버 영화에 들어가 보니 2월 14일 기준으로 약 99만명 정도가 이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나오더군요. 음, 재미없고 영화적인 완성도도 낮은 작품이지만, 감독의 안타까움에 동참하는 의미로, 한번 정도 봐주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용산참사 희생자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심심한 조의를 표합니다.
■ 용산참사
용산 4구역 재개발의 보상대책에 반발해 온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30여 명이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며 2009년 1월 20일 새벽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을 점거하고 경찰과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6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당한 대참사다. 검찰은 사건 발생 3주 만에 철거민의 화염병 사용이 화재의 원인이었고, 경찰의 점거농성 해산작전은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해 경찰의 과잉진압 책임은 묻지 않고 철거민 대책위원장 등과 용역업체 직원 7명을 기소한 바 있다.
<용산참사 일지>
ㆍ2009년 1월 20일 : 경찰 철거민 강제진압 과정에서 화재 발생, 철거민 5명ㆍ경찰 1명 사망
ㆍ2009년 1월 28일 : 병원에 있던 철거민대책위원회 이충연 위원장 구속
ㆍ2009년 2월 9일 : 검찰 사건 수사결과 발표. 경찰은 무혐의로 결론. 철거민 20명ㆍ용역업체 직원 7명 등 27명 기소
ㆍ2009년 2월 11일 : 청와대, 연쇄살인사건으로 용산참사 여론 무마하라는 홍보지침 이메일 발송 드러남
ㆍ2009년 3월 26일 : 용산사건 국민참여재판 신청 기각
ㆍ2009년 4월 22일 : 용산사건 검찰수사기록 요청에 검찰 불응. 재판부도 수사기록 압수신청 기각
ㆍ2009년 6월 1일 : 변호인단, 수사기록 압수신청 거부한 재판부에 대해 기피신청냈으나 기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