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 그냥 쓰고 싶어서
내일이 말복이라는데요, 아침 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게 가을이 성큼 다가온 것 같습니다. 차가운 기운이 물씬한 가을 바람을 맞으며 졸린 눈을 비비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갑자기 겨울바다가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왜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으나
겨울바다가 몹시 보고 싶습니다.
겨울바다의 쓸쓸함을 맛보고 싶다느니 차가운 바람에 맞서며 고독을 씹고 싶다느니 그런 이유는 아닌 것 같고요, 그냥 조용히 바람을 쐬고 싶나 봅니다. 그렇죠, 눈이라도 와 있거나 혹은 오는 중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습니다.
뜻하지 않게 일 년쯤 전에 직장을 옮기게 되었습니다. 업종도 완전히 바뀌었고 지역도 완전히 다르고(뭐 같은 서울 하늘이기는 합니다만 서울만큼 지역간 편차가 큰 곳도 드물죠)
덕분에 향후 몇 년간 받을 스트레스 다 받으며 꾸역꾸역 살고 있는 중입니다. 그래서, 바닷바람에 스트레스로 인한 피곤함과 복잡한 머리 속 생각들을 날려 버리고 싶은 간절한 소망이 '겨울바다'로 발현된 것인지도 모릅니다.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좋은 일이 생기겠지,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힘든 일상이 익숙해져서 힘듦에 둔감해지겠지, 시간이 지나면, 시간이 지나면...
시간은 모든 문제를 잊게 해주거나 해결해주는 역할도 하지만 '모든 것을 보는 시간'은 또한 이 모든 문제들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그대는 모르고 행했지만, 모든 것을 보는 시간은 그대를 찾아냈고' - 오이디푸스 왕 中에서)
시간이 지나면 나아지겠지라는 것, 어찌 보면 근거 없는 낙관주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마저 없으면 사람들은 어찌 살까요?
앞으로 조금씩 나아지겠지라는 희망은 삶을 지속시켜 주는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일 것입니다.
이 희망이 없으면 어찌 살까요? 감사할 것이 참 많은 인생입니다만 가끔은 이렇게 언제쯤 편해질까라는 불평불만이 생기는 것은
어쩔 수 없이 나약한 인간이라서 그런 것이겠지요.
바로, 오늘이 그러네요. 물론, 자고 일어나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일어나서 출근을 할 것이고
주변의 모든 것들과 씨름을 하겠죠?그래도 이 순간만큼은 마치 겨울바다에 있듯이 생각과 모든 것을 멈추고 그냥 가만히 있고 싶네요.
머리 쓰기 싫은 날,
그냥 넋두리 한 번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