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살아 있어서.
# 정신질환을 겪고 있는 지은이가 본인 이야기를 담담하게 써 내려간, 어찌 보면 전형적인, 정신질환 치료기 또는 그 과정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미지 북(만화라는 표현은 왠지 쓰고 싶지 않네요)이어서 편하게 읽히기는 하는데, 내용은 많이 무겁습니다. 지은이에게 박수를 쳐줄 수도 없는, 묘한 끝 맛을 남기는 책입니다. 읽기가 쉽지 않았습니다만 '세상에 이렇게 고통 속에 사는 사람들이 있구나'라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작은 이해를 시도해볼 수 있는 좋은 책입니다.
# 우울증, 공황장애, 그리고 이 책 저자가 가진 질환인 사회 불안 장애(사회 공포증)는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정신 질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 심각하게 또는 무겁게 와 닿지 않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지은이는 안 좋을 때 본인의 상태를 이렇게 표현합니다.
사는 것도 어렵고, 죽는 것도 어려운 그 어디에도 있지 못한 나구나.
죽고 싶지 않아. 하지만 '살고 싶지도 않아'라고 생각했다.
나도 이 우울과 불안이 지긋지긋했다.
사는 게 사는 게 아니고, 죽으려야 죽을 수 없는 본인도 어찌할 바를 모를 답답한 상황, 그런데 아무도 이해하려 하지 않고 이해해줄 수도 없는 상황. 한마디로 답답한 상황이지요. 저자의 절규처럼, '정신 질환은 겪어본 이만이 아는 고통'인 것이니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답 안 나오는 상황, 힘들지요. 본인이 가장 힘들지 않겠습니까? 누구에게나 인생은 쉽지 않다고 하지만 정신적으로 힘들면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지요.
# 이 서평을 작성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저자를 힘들게 했던 주변 사람들의 반응 및 시선 - 예를 들면, 약해 빠져서 그런 거야. 이겨내면 되는 거 아냐 라고 한다든지 -을 보낸 사람들 중 제가 하나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성격이 좀 강한 편이어서, 정신 질환에 대해서 이해하려 들지 않는 경향이 있기에 아마 십중팔구 상처 주는 반응을 보였을 것입니다.
정신 질환을 가지고 있거나 멘털이 약한 사람들을 이기적인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왜 저렇게 본인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나(멘털 약한 사람 주변에 있으면, 솔직히 힘들기는 합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정신질환도 유전적, 생화학적 질환임을' 알게 되면서 이런 생각은 조금 순화가 되었습니다(100%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아직도...). 약과 치료가 필요한 말 그대로 질환인 것이지요.
# 저자를 포함한 비슷한 정신 질환 및 고통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감히 한 말씀드린다면, 자신을 조금만 더 사랑하고, '살아 있으라'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말 그대로 죽는 사람은 죽으면 끝이지만 남아 있는 자들의 고통과 슬픔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조금만 더 기운을 내서, 하루하루 살아달라고 부탁하고 싶습니다. 살아 있어야 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비록 현재 진행형이라고는 하지만 상당 부분 질환에서 회복한 저자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그동안 흐린 장마철 하늘 아래, 비만 계속 맞으면서 살았다면, 이제는 햇볕도 쪼이고 바람도 느끼면서 조금은 더 행복하게 살기를 기도합니다. 설령 먹구름 끼는 시즌이 다시 온다고 해도, 일전에 누렸던 햇볕과 산들바람을 기억하며 다시 한번 이겨내고 '살아가기'를 부탁드립니다.
# 힘들게 써서 그런지 두서도 없고 뒤죽박죽이네요. 그만큼 복잡하고 힘든 책이었다는 반증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