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잔머리는 굴리지 마라
남의 신하 된 자가 어떤 일에 대하여 자기 의견을 진술하면
군주는 진술한 말에 걸맞은 일을 맡겨 주고
오히려 그 일에 맞추어 성과를 요구한다.
성과가 그 일과 들어맞고 일이 그 말과 맞으면 상을 준다.
성과가 그 일과 들어맞지 않고 일이 그 말과 들어맞지 않으면 벌을 준다.
의견은 크면서 성과가 작은 신하는 벌한다.
의견은 작으면서 성과가 큰 신하도 벌한다.
『이병(二柄)』
# 일을 맡겨 주고 그 일에 맞추어 성과를 요구하는 것, 조직이 역사에 등장한 이래 변함없이 적용되는 조직 관리의 기본 tool입니다. 대통령은 관료들에게, 사장님은 부하 직원들에게 끊임없이 일을 맡기고 성과를 요구합니다. 좋은 성과를 내면 상을 주고, 부족하면 기회를 조금 더 주다가 계속 저조하면 자리에서 물러나게 합니다. 여기까지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의견이 크면서 성과가 작은 신하나 의견이 작은데 성과가 큰 신하는 벌한다', 특히 '의견이 작은데 성과가 큰 신하는 벌한다'는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다. 어찌 되었건, 성과를 더 많이 냈으면 좋은 것 아닌가요?
모회사에서 있었던 일이라고 합니다. 금년 실적을 기반으로 내년 예상 실적을 사장님께 보고하고 실행 방안을 보고하는 자리였습니다. 한 사업부가 금년에 전년에 세운 계획 대비 몇십 퍼센트를 초과한 이익을 달성했다고 보고했습니다. 그런데 내년 손익 계획을 보고하면서 '내년 이익 목표는 금년보다 조금 낮은 수준입니다. 왜냐하면 이유는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사업부 담당 임원이 얘기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사장님의 피드백은 '딴 주머니 감춰놓고 있다가 내년 이맘때쯤 몇십 퍼센트 초과 달성했다고 발표하는 거 아닌가요?'라는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한마디로 정말 객관적이고 냉정하기만 한, 분석에 기반한 목표치인 것인지, 의지는 전혀 반영이 안 되어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입니다. 금년도 전년 대비 거의 비슷한 시장 상황에서 목표를 초과 달성했는데, 내년도 그다지 시장 상황은 더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는 상황에서 목표를 올해 수준보다 오히려 낮게 잡는다? 조금 더 적나라하게 얘기하면, 믿기 어렵다, 꼼수 쓰는 거 아니냐는 질문이었죠. 당연히 분위기는 '쏴'했고요. '군주가 간신을 (막기 위해 그 실적과 명목이 일치하는 가를 살핀다는 것은 신하가 진술한 말과 실제 일한 성과를 가리킨다 (『이병(二柄)』)'라고 한비자는 얘기했는데요, 위의 임원은 사장님 보기에 간신이었을까요, 아니면 기특한 사람이었을까요?
사장님 입장에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상황입니다. '아무리 임(시직)원이라고는 하지만 저렇게까지 하고 싶은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한비자의 주장대로라면 이 임원은 초과 달성에 대한 상을 받는 것이 아니라 허위보고, 축소보고에 따른 벌을 받는 것이 맞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면, 본인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 '간신'짓 한 거라는 의심을 받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된다면 사장님은 그 임원을 거짓말쟁이, 정확한 의사결정을 방해한 사람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잔머리 굴리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자기가 의도하는 바를 견지하고
신하의 주장과 실적을 맞추어 보며
군주로서의 상벌권을 신중하게 손안에 굳게 장악하여
신하의 욕망을 차단시키고 음모를 깨뜨려
군주 자리를 욕심낼 수 없게 한다
『주도(主道)』
# 부하직원의 주장과 실적이 얼마나 정확하게 일치하는지를 늘 살피고 그에 맞게 대응을 하면 부하들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어집니다. 그리고 딴생각을 할 여유가 없어집니다. 자기 일에만 집중하게 되는 것이지요. 사장님들은 부하들이 '나는 생각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라고 생각하게 하고, 부하들이 자신이 가진 역량 하에서 최선을 다해 결과를 가지고 오게 만들려고 합니다. 그걸로 직원들이 얼마나 최선을 다하고 있는 건지, 잔머리 굴리는 것은 아닌지 늘 판단하고 재는 것이지요. 그래서 제대로 된 조직일수록, 직급이 올라갈수록 공부를 많이 하고 많은 정보를 수집합니다. 그걸 가지고 부하들을 옥죄는 것이지요. 사장님은 일을 시켜놓고 늘 판단하고 판단하고 점검하고 또 점검합니다, 당신(부하직원)이 말한 대로 하고 있는지, 성과가 말한 대로 나오고 있는지. 그리고 그에 맞춰 상을 주고 불이익을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