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세운 법을 따르라

'내가 곧 법이다'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by 생각창고

# 법은 손발을 관리하기 위한 도구이다

군주가 법을 내세우는 것은 그것이 옳기 때문이다
『식사(籂邪)』


사장님 입장에서 부하 직원들은 손발입니다. 본인이 모든 일을 다 할 수 없으니 손과 발이 당연히 필요합니다. 그런데 손발이 내 손발이 아닌 이상 내 뜻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그래서 이것을 제어할 무언가가 필요한데 그것이 법이요 규정입니다. 저도 월급쟁이입니다만, 우리 회사에 이런 규정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규정이 있더군요. 존재 여부를 몰라서 규정을 어기는 경우도 종종 나올 만큼 다양한 규정이 있고 이게 생각보다 촘촘하게 작동을 합니다. 조직의 효율성을 높이고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대응하는 것을 생각하면 양날의 검과 같은 역할을 하기는 합니다만 관리 및 통제 목적으로는 효과가 그만입니다.


회사에 입사를 하면 사내 생활에 필요한 각종 규정, 규칙 등을 안내받고 지키기를 요구받습니다. 사내 규정은 모두 다 옳은 거니 그냥 지키면 된다라는 것이지요. 조직은 너무나 당연하게 규정을 지키기를 요구하고 구성원들은 의심하지 않고 그냥 지킵니다. 옳은 것이니까 토 달지 말고 지키면 됩니다라고나 할까요? 사내 규정에 대해 의심하고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저는 지난 직장 생활 동안 한 번도 보지 못했습니다. 그게 본인의 족쇄가 되기 전에는 말이지요.


물론 규정의 최우선 목적은 업무의 효율적인 수행과 명확한 R&R 수립 등으로 직원들에게 도움을 주는 부분이 훨씬 많습니다(동의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런 규정들이 존재하는 근본 이유는 여러 직원들로 하여금 제멋대로 규정 테두리 밖으로 벗어날 생각을 못하게 하고 개인적인 생각, 의견 등을 규정 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서 재량권을 베풀지 못하게 하기 위함입니다. 즉 조직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일들이 규정 안에서 움직이게 하려는 것입니다.


현명한 군주는 여러 신하들로 하여금
제멋대로 법테두리 밖으로
벗어날 생각을 가지지 못하게 하고
또 사사로운 은혜를 법테두리 안으로 끌어들여서
베풀지 못하게 합니다.
모든 행동이 법에 의하지 않은 것이
없도록 하는 것입니다.
『유도(有度)』


덧붙여서 한비자는 인의라는 개념에 대해 유가 사상에 비해 훨씬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정의를 내립니다. 현대 기업 조직에 그 정의를 적용하면, 부하직원으로서 사장님에 대해 예의를 지키고 위계질서를 깨뜨리지 않는 것, 그것이 한비자가 정의하는 인의입니다.


인의(仁義)란 것은 남의 신하 된 예를 벗어나지 않고
군신 간의 위계질서를 깨뜨리지 않는 것이다
『난 일(難 一)』



규정하면 군대가 생각나는 것은 저의 편견이겠지요^^;;




# 법과 형벌은, 사장님이 뒤통수 맞지 않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이다


법도가 정한 바를 잘 지킬 사람을 신중하게 가려내
여러 신하들의 윗자리에 앉혀 둔다면
그 군주가 거짓말에 속임 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유도(有度)』


정확하게 equal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닙니다만, 규정/규칙을 잘 키지는 사람 ≒ 조직에 복종하는 사람 ≒ 사장님 말 잘 듣는 사람으로 정리해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규정을 어기는 것도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규정이 상식선에서 크게 어긋나거나 지키기 불가능한 내용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그리고 규정을 잘 지켜야 조직이 효율적으로 안정감 있게 잘 돌아가는 것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입니다.


그런데 조금 더 들어가 생각해보면 규정을 잘 지키는 사람은 사장님에게 거짓말을 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사장님 입장에서는 본인이 필요한 정보는 여과 없이 다 얻을 수 있습니다. 한 가지 단점은, 이런 규정을 잘 지키는 반듯한 사람들은 사장님이 융통성을 발휘하고자 할 때 눈치 없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럼 사장님은 이 사람을 응징하고 그 자리를 조금 더 말랑말랑한, 말귀 잘 알아듣는 사람으로 바꾸겠지요?



법이란 죄를 저지르지 못하게 억눌러서
사심을 품지 못하게 하는 수단이며
엄한 형벌이란 법령을 철저히 수행하여
아랫사람을 응징하는 수단입니다....
권위는 두 사람이 행사해서는 안 되며
통제가 양쪽에서 이루어져서도 안 됩니다.
『유도(有度)』


규정과 징계는 동전의 앞뒷면과 같습니다. 사장님은 규정으로 부하들을 제어하고 징계로 응징합니다. 그리고 상벌을 주는 권한은 반드시 본인이 행사합니다. 이를 통해 본인의 권력을 과시하고 유지하며 사람들이 복종하게 합니다. 규정은 궁극적으로 조직이 구성원을 통제, 제어하는 수단이며 조직의 정점에 있는 사장님이 즐겨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본인의 의지가 아니라 규정대로 하는 거야라고 개인적으로 쳐내고 싶은 사람을 쳐낼 수도 있고, 마음에 드는 사람에게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도 있는 그런 도구가 되기도 한다는 게 함정이기는 합니다만.


천하에 최상의 사람은 상을 가지고 권할 수 없으며
천하에 최하의 사람은 벌을 가지고 금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하여 최상의 사람 때문에 상을 마련하지 않고
최하의 사람 때문에 벌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나라를 다스리고 민을 부리는 도가 상실되고 만다.
『충효(忠孝)』


규정은 법 없이도 살 사람법 없이 사는 사람에게는 그다지 도움이 안 되는 도구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조직과 규정에 순응적인 대부분의 상식적인 사람들에게만 통하는 도구입니다. 사장님은 양 극단을 보고 기업을 경영하지 않습니다. 상식적이고 순응하는 대부분의 일반적인 사람들을 활용해서 조직을 이끕니다. 양 극단 언저리에서 노는 미꾸라지들도 간혹 나오기는 합니다만 그 부분은 그때그때 판단해서 잘라 버릴지 계속 데리고 갈지를 결정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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