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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창고 Jun 30. 2015

내 인생의 결과는 시들고 노래진 낙엽으로 전락했고

맥베스, 윌리엄 셰익스피어

희곡은 상당히 어려운 장르입니다. 방백이나 독백이라는 수단이 있기는 합니다만 이야기 전개의 대부분을 배우의 대사에 의존해야 하고

작가가 직접 개입해서 풀어나갈 수 있는 여지가 적습니다. 더구나 한정된 공간인 연극 무대를 감안하면서 쓰여지기 때문에 표현 가능한 범위가 상당히 제한적입니다.


그러다 보니, 역설적으로 작가스토리텔러로서의 역량이 가장 잘 발휘될 수 있는 장르이기도 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까다로운 제약 조건들을 뚫고 어떻게든지 해야 하는데 그게 보통 실력으로 되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말 그대로 캐릭터와 구성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장르인  것입니다.



스코틀랜드의 뛰어난 장군이자 영주인 맥베스는 왕에게로 귀환하던 중 마녀 셋을 만나고 그들에게서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그의 숨겨있던 권력욕이 그의 아내의 철저한 내조(?)와 함께 불타 올라 결국 왕을 암살하고 왕위에 오릅니다. 왕위를 지키기 위해 정적들을 계속 제거하면서 그와 그의 아내 모두

정신질환에 가까운 고통을 겪게 되지만 이미 돌이키기에는 늦었기에 결국, 맥베스 본인의 말대로 '시들고 노래진 낙엽이 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게 됩니다.


권력욕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가져 오는 지를 결코 브레이크를 밟지 않고 거침 없이 달리면서 일관성 있게 이야기하는데요,

현실에서도 '권력'이라는 그 짧은 단맛을 위해 얼마나 많은 이들이 스스로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지는 두말할 필요가 없는 것 같습니다.



셰익스피어 희곡의 가장 큰 힘은

극단적인 캐릭터들의 효과적인 활용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맥베스를 비롯해서 그의 비극 대부분은

조금 과장된 것 같으나 멀게 느껴지지는 않는 인간 군상들의 모습을 정말 사실적으로 그리는데요,

말 그대로 갈 데까지 가는 이야기 전개를  통해

읽는 이들로 하여금 각성하게 만듭니다.


인간 군상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오늘날 읽어도 결코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 인간 본성에 대한 표현,

그를 통해 나와 주변 사람들을 돌아 보게 만드는 것,

셰익스피어의 희곡이 나에게도 고전인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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