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엔 내 취향이 꽤 특별하다고 생각했다.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감각이라고 믿었다.
가끔은 그 취향이 나라는 사람을 설명해 주는 유일한 언어 같기도 했다.
오늘 아침, 출근 준비를 마치고 잠깐 멍하니 앉아 생각해 본다.
“나는 요즘도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걸 즐기고 있나?”
나는 액션, 어드벤처, SF 영화를 좋아한다.
아이를 키우던 시절, 그런 영화 한 편을 몰래 보는 게 나만의 낙이었다.
불을 다 끄고, 아이가 깊이 잠든 걸 확인한 뒤, 조용히 이어폰을 끼고 〈우주전쟁〉을 틀던 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위기와 탈출, 외계 생명체가 덮쳐오는 세계 속에 온몸을 몰입시켰다.
현실에서도 늘 누군가를 지켜야 했던 내 모습과 겹쳐 보여서였을까.
그 혼란스러운 이야기 속에서, 묘한 위로를 받곤 했다.
공포영화는 지금도 어렵다.
겁이 많아 혼자선 절대 못 본다.
그래서 대신 오컬트 장르를 본다.
조금은 으스스하지만, 묘하게 빠져들게 되는 이야기들.
눈을 반쯤 감고 있지만 마음은 기묘하고 낯선 세계를 기꺼이 헤맨다.
생각해 보면, 내 취향은 겁 많지만 호기심 많은 나를 닮았다.
현실에선 늘 단단하고 어른스러워야 하지만,
마음속 한편에는 여전히 두근거리는 상상력이 살아 있다.
취향은 그렇게, 내가 잊지 말아야 할 ‘나’라는 사람을 조용히 알려주는 작은 신호다.
그리고 어느 날, 누군가와 영화 이야기를 나누다
“나도 그거 진짜 좋아했어.”
그 짧은 말이 낯선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혀주었다.
사는 이야기는 쉽게 꺼내지 못해도,
좋아하는 취향 하나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대화.
말하지 않아도 통하는 순간들 속에서, 우리는 조금씩 마음을 나눈다.
나이 들수록 인간관계는 조심스러워지고,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진다.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때로는 내 자리가 희미해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럴수록 나만의 취향은 다시 나를 붙잡아준다.
혼자지만 외롭지 않고,
고요하지만 텅 비지 않은 삶.
그 중심엔 어쩌면, 내가 끝내 놓지 않았던 작은 취향 하나가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누군가와의 연결이 되기도 하고,
무너질 듯한 하루를 견디게 해주는 작은 등불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나는 문득, 이렇게 묻는다.
“지금, 내가 좋아하는 것을 여전히 사랑하고 있는가?”
그 대답 안에서, 잊고 지냈던 나의 모습이 조용히 고개를 든다.
아주 오래전부터, 내 안에 살아 있던 바로 그 ‘나’라는 사람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