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 잘하지 않아도 괜찮아

by 이영미

어릴 적부터 음악이 나오면 몸이 먼저 반응했다. 거울 앞에서 혼자 춤을 추고,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수들을 따라 부르며 흥에 겨워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춤과 노래를 정말 좋아했다. 지금도 그렇다.

흔히 “음주가무(飮酒歌舞)를 즐긴다”는 표현을 쓰지만, 나는 술은 못하고, 그저 춤과 노래가 좋았던 사람이다. 좋아하는 마음이 크다 보니, 자연스럽게 더 잘하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춤과 노래를 배워보기도 했다.


처음 춤을 배우러 갔을 땐, 거울 앞에서 신나게 움직일 상상을 했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앞자리는 익숙한 동작을 매끄럽게 소화하는 사람들로 채워졌고, 나는 늘 뒤에서 겨우 동작을 따라 하기 바빴다. 몸은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았고, 연습을 해도 늘지 않는 기분에 점점 자신감을 잃었다.

노래도 마찬가지였다. 좋아하는 노래를 부를 땐 누구보다 즐거웠지만, 학원에서는 발성부터 호흡까지 하나하나 교정받아야 했다. 노래가 아니라 훈련처럼 느껴지면서 마음이 지치기 시작했다. 결국 얼마 지나지 않아 그만두게 되었다.

좋아하는 마음만으로는 부족한 걸까?

그때는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나는 잘하지 못할까?”

많은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 역시 좋아하면 잘하게 될 거라 믿었다. 하지만 그 믿음이 항상 현실이 되는 건 아니었다.

이 순간은 내게 ‘좋아함’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씁쓸한 깨달음, 그리고 ‘성장’이라는 단어가 늘 성취와 연결되는 건 아니라는 걸 알게 해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좋아하는 마음은 사라지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도 음악이 흐르면 여전히 어깨가 들썩이고, 운전할 때는 댄스곡을 크게 틀고 따라 불렀다. 친구들과 노래방에 가면 누구보다 먼저 마이크를 들었다. 춤을 잘 못 춰도, 노래가 전문적이지 않아도 그 순간이 즐거웠다.

이런 경험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성장은 꼭 실력 향상이나 결과로만 증명되는 것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좋아하는 마음을 지켜나가는 과정 자체에도 있다는 것을.


춤과 노래가 결국 내 직업이 되지는 않았지만, 나는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좋아했고, 그 길을 선택했다. 처음엔 서툴렀지만 경험이 쌓이면서 조금씩 익숙해졌고, 어느 순간부터는 '잘하고 있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잘하게 되는 건,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일이 아니었다.

작은 실수와 시행착오, 그리고 꾸준한 반복 속에서 나는 조금씩 성장하고 있었다.


지금 나는 여전히 싸이의 ‘흠뻑쇼’ 같은 콘서트를 챙겨 보고, 음악이 나오면 어깨를 들썩인다. 그것이 일상이 된 작은 리추얼이고, 내 삶에 소소한 활력을 주는 원동력이다.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즐기며 나답게 살아가는 것.

그것도 아주 멋진 ‘성장의 방식’ 아닐까?


혹시 여러분도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정말 좋아했지만, 실력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멀리하게 된 무언가.

잊으려 해도, 마음 한편에 조용히 남아 있는 감정 말이다.


좋아하는 마음은 분명했지만, 실력이 따라주지 않아 아쉬웠던 순간들.

나도 그런 마음을 느껴봤기에 안다. 포기한다고 해서, 그 마음까지 함께 사라지는 건 아니다.


좋아하는 것이 항상 잘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좋아하는 것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삶을 사랑하게 되는 것도 분명한 성장이다.

잘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좋아하는 마음 하나만으로도, 삶은 충분히 따뜻해질 수 있으니까.

그리고 그 마음을 꾸준히 지켜내는 리추얼이 결국, 나를 조금씩 더 단단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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