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킨 마음의 반사신경

by 이영미

나는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기분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 사람이다.


알고 있다.

그래서 늘 감추려 애쓴다.

하지만 종종, 그 노력이 무색해지는 순간이 있다.


며칠 전, 함께 일하는 직원이 농담처럼 말했다.

“점장님은 기분 나쁘면 표정이 금방 바뀌어요.

질문할 때마다 제가 좀 멍청해지는 느낌도 들고요.”


웃으면서 들을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전혀 웃지 못했다.


순간 얼굴이 굳었다.

그리고 방어가 시작됐다.


“저는 그런 적 없는데요.

괜히 저를 이상하게 보이게 말씀하시니까 기분이 좀 그렇네요.”


말을 뱉고 나서야 깨달았다.

나는 ‘팩트’에 반응한 것이 아니라,

들킨 마음에 반응한 것이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내가 가장 숨기고 싶었던 부분을

누군가 가볍게 말했을 때,

나는 그것을 공격으로 받아들였다.


돌이켜보면 그 말은 사실이었다.

그래서 더 부끄러웠고, 그래서 더 화가 났다.


나는 아직도 완벽해 보이고 싶은 사람이다.

감정을 잘 조절하고,

어른스럽고,

여유 있어 보이고 싶은 사람.


하지만 그건 ‘보이고 싶은 나’일 뿐이다.

실제로 나는,

내 안의 불편한 감정에 휘둘리고,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도 쉽게 요동친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그런 나를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숨기기보다

조금씩 받아들이는 것.


오늘도 나는 배운다.

들킨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오히려 그 순간, 진짜 나를 마주할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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