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떡을 좋아한다.
아침밥은 대충 때우거나 거르면서도, 시장에서 떡집 앞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고소한 콩가루가 흩날리는 인절미, 쫄깃쫄깃한 절편, 알록달록한 경단까지… 진열장 속 떡들은 나를 향해 “한 입 해볼래?” 하고 손짓하는 것 같다.
하지만 떡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다. 쌀을 불리고, 빻고, 찌고, 치대야 비로소 제 모습을 갖춘다. 그 과정에는 손길과 시간, 그리고 귀찮음을 무릅쓰는 마음이 들어간다. 결국 떡은 정성이라는 또 다른 이름을 가진 음식이다.
이사한 첫날, 나는 동네 떡집에서 팥 시루떡을 주문했다. 떡집 아저씨는 내게 말했다.
“이사 첫날은 시루떡 많이 해요. 좋은 집에서 좋은 이웃들과 나눠 드세요.”
그 말을 듣자, 마음이 괜히 뭉클해졌다. 봉지를 받아 들고 나오는데, 밑바닥에서 모락모락 피어오른 김이 손바닥을 데웠다. 그 온기는 마치 “축하한다”는 말을 대신 전하는 듯했다. 시루떡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함께 축복해 주는 작은 의식 같았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동료가 승진을 하거나 집안에 좋은 일이 있을 때, 어김없이 떡이 돌았다. 설탕이 묻은 손가락을 쪽 빨아가며 웃던 동료의 얼굴, “역시 떡이지!” 하며 농담 섞인 웃음을 터뜨리던 순간들. 그때 나는 알았다.
축하의 말보다 더 직접적이고 따뜻하게 마음을 전하는 방법이 바로 떡이라는 것을. 떡 한 조각이 건네질 때마다 우리는 서로의 기쁨을 함께 베어 물었다.
그래서 나에게도 좋은 일이 생기면 가장 먼저 떡이 떠오른다. 인절미 한 조각에 담긴 내 마음이 누군가의 입안에서 고소하게 퍼져나갈 때, 그 순간 우리는 함께가 된다.
돌아보면, 떡은 내 삶의 방식이기도 했다. 정성을 들여 만든 것을 아끼지 않고 나누는 일. 그 작은 나눔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마음과 마음을 묶어준다.
나는 어쩌면 ‘떡처럼 살아가는 사람’ 인지도 모른다. 손이 많이 가고 때로는 귀찮아도, 정성을 쏟는 과정에서 따뜻함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따뜻함이, 떡 한 조각처럼 소박하고 고소하게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