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플렉스를 마주하는 용기

by 이영미

누구에게나 하나쯤은 콤플렉스가 있다.

나에게는 학벌에 대한 콤플렉스가 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대학 진학을 포기했던 그 시절의 선택은

지금까지도 내 마음 한구석에 그림자처럼 남아 있다.


사회생활 내내 실력으로 인정받고 싶었지만,

“어디 학교 나왔어요?”라는 한마디에 늘 어색한 미소로 대답을 대신하곤 했다.

그때마다 나 자신이 조금 작아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런 내가 요즘 자주 떠올리는 사람이 있다.

바로 아들이다.


얼마 전, 아들이 양악수술을 했다.

어릴 적 치과 의사는 “턱 모양이 부모님을 닮은 것 같아요.”라며 부정교합이 유전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겉보기엔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아들에게는 그것이 오래도록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우리는 처음엔 반대했다.

‘양악수술’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두려웠고, 뉴스에서 본 부작용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게다가 비용도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아들은 조용히 준비를 시작했다.

군 적금으로 수술비를 모으고, 유튜브와 지인을 통해 병원을 알아보며 군 휴가 때는 서울

강남의 병원 세 곳을 직접 상담했다.

재대 후에는 수술 날짜와 병원을 모두 정해놓고 담담하게 우리에게 통보했다.


그날 밤, 나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

대견하면서도 서운했다.

이제는 부모의 허락보다 자신의 판단을 더 믿는 사람으로 자랐구나, 그 사실이 자랑스러우면서도 왠지 모를 쓸쓸함이 마음 한편에 남았다.


그래도 우리 부부는 전적으로 아들의 뜻만 따를 수는 없었다.

부모로서 조금이라도 더 안전한 길을 함께 찾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도 여러 병원을 알아보고, 비용도 함께 부담하겠다고 조심스레 제안했다.


다행히 아들도 우리의 마음을 받아들였고, 결국 부산의 병원에서 교정치료를 먼저 한 뒤

수술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025년 10월 28일, 아들은 양악수술을 받았다.



수술 직후 그는 극심한 통증 속에서도 “괜찮아요.”라는 말만 했다.

배고프다거나 아프다는 투정 한마디 없었다.

오히려 이전보다 훨씬 다정해졌다.


“수술 허락해 주시고, 큰 수술비까지 도와주셨잖아요. 정말 감사해요.

앞으로는 부모님께 금전적으로 도움은 절대 안 받을게요.”


그 말에 마음이 먹먹해졌다.


붕대를 푼 날, 아들은 거울을 보며 환하게 웃었다.

“이제 진짜 새 인생이 시작될 것 같아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나는 나의 콤플렉스를 이렇게 당당히 마주한 적이 있었을까.’


아들은 자신의 부족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을 인정하고, 스스로의 힘으로 극복하려 애썼다.

아픔을 감내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반면 나는 늘 현실을 핑계로 나의 부족함을 애써 덮어두며 살아왔다.

‘학벌’이라는 단어 앞에서 스스로 한 걸음씩 물러서던 나를 떠올리며

오래도록 마음이 먹먹해졌다.


콤플렉스란 결국,

남이 아니라 나 자신이 얼마나 용기 있게 마주 하느냐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아들의 수술은 그 사실을 내게 다시 일깨워주었다.


나는 오랫동안 나의 부족함을 감추며 살아왔다.

모자람을 인정하는 대신, “지금도 괜찮아.”라는 말로 스스로를 달래 왔다.

하지만 아들은 달랐다.

두려움을 끌어안고, 그 속을 뚫고 나왔다.

아픔과 고통을 을 감내하면서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그 모습을 보며 깨달았다.

용기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자신이 가장 숨기고 싶은 부분을 먼저 인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 나는 나의 콤플렉스를 숨기지 않으려 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때로는 느리게 돌아가더라도, 내 삶의 속도대로 묵묵히 걸어가려 한다.


그 길 위에서 쌓여가는 경험과 시간, 그리고 진심이 결국은 나의 학벌이자,

나의 자부심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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