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즈넉한 여유를 배우는 시간

by 이영미

나이 든다는 건 세상을 오래 살았다는 뜻일 것이다.

하지만 오래 살았다고 해서 꼭 많은 경험을 한 건 아니다.

나보다 더 많은 세월을 살아온 사람이라 해도 그만큼의 이해와 통찰을 가진 건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경험의 깊이는 살아온 세월의 길이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바라보고 지나왔느냐에 달려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요즘 주말이면 자연스레 황산공원으로 발길이 간다.

캠핑 도구를 챙겨 그곳에 앉아 책을 읽고 하루를 보내는 일,

그게 내게는 가장 편안한 쉼이자 작은 행복이다.

남편은 러닝을 하고, 나는 책을 읽는다.

같은 공간이지만 서로 다른 방법으로 각자의 시간을 즐긴다.


바람이 나뭇잎을 스치며 지나가고 햇살이 천천히 나무 사이로 번져온다.

그 고즈넉한 시간들이 내 마음의 먼지를 털어내는 듯하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조금은 달라진 나를 느낀다.

사람을 대하는 마음에도, 일을 하는 태도에도 여유가 생긴다.

급하게만 보이던 일도 천천히 들여다보게 되고, 서운했던 일도 한 번 더 이해하게 된다.


한때는 시간이 늘 아깝다고 생각했다.

퇴근길 차 안에서 멍하니 보내는 시간도, 잠시 쉬는 그 순간조차도 낭비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지금은 안다.

그건 내 몸과 마음이 잠시 쉬어가라는 신호였다는 걸.

피곤한 몸을 달래고, 정리되지 않은 생각을 내려놓으라는 조용한 권유였다는 걸.


그 틈이 있었기에 나는 다시 나로 돌아올 수 있었다.

삶은 그렇게,

조용한 틈 사이에서 단단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2025년 10월 18일 황산공원의 하루를 떠올리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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