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터에서 관계를 움직이는 가장 조용한 기술
정성(精誠)은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된 마음’이라고 정의되지만, 직장에서 이 단어를 떠올리면 나는 사람 사이의 거리부터 생각하게 된다. 업무는 시스템으로 돌아갈 수 있지만, 신뢰만큼은 결국 사람이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2년에 한 번씩 인사이동을 통해 새로운 조직을 맡는다. 처음 방문한 영업점에서 서로의 표정을 탐색하는 매니저들의 눈빛을 마주할 때면 늘 같은 질문이 떠오른다.
“이분들과 어떤 관계를 쌓아갈 수 있을까?”
점장에게 필요한 역량은 많지만, 결국 관계를 여는 첫 열쇠는 ‘정성’이라고 나는 믿는다. 화려한 말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한 태도다. 출근하자마자 각자의 하루를 먼저 묻는 일, 업무 변동이 있을 때 이유를 충분히 설명하는 일, 누군가 불만을 털어놓을 때 방어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주는 일. 이런 작은 행동들이 시간이 지나면 마음의 무게를 바꾼다.
그러나 정성이 항상 즉시 받아들여지는 것은 아니다.
새 조직에 갔을 때, 어떤 매니저는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괜찮습니다”라는 말만 남긴 채 자리를 피한 적도 있었다. 그 순간 느껴진 거리감은 분명했다. 이전 점장과의 경험, 조직 변화에 대한 피로, 그리고 나라는 사람에 대한 불신까지. 여러 감정이 겹쳐 있었을 것이다.
그럴 때 나는 서둘러 다가가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다. 대신 일관된 태도로 설명하고, 필요한 지원을 조용히 챙기며 시간을 들이기로 한다. 조급함을 버리고 정성을 지속하는 것이 결국 관계를 여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안다.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그 매니저는 어느 날 이렇게 말할 것이다.
“점장님, 요즘은 그냥 믿고 따라가 보려고 합니다.”
그 말을 나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정성의 결과는 늘 더디지만, 정확한 순간에 도착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직장에서의 정성은 감정적 호의를 의미하지 않는다.
상대를 존중하고, 신뢰를 쌓고,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시간을 쓰는 전문적인 태도에 가깝다. 조직은 결국 사람이 모인 곳이며, 사람은 진심을 바라보는 감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화려한 리더십보다 ‘꾸준한 정성’이 조직을 움직인다고 믿는다.
큰 목소리보다 안정된 태도가, 즉흥적 지시보다 충분한 설명이, 무심한 명령보다 성실한 관심이 팀을 훨씬 더 단단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정성을 선택한다.
성과를 내기 위한 전략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사람을 대하는 나의 방식으로서의 정성이다. 조용하지만 흔들리지 않는 이 태도는 조직의 신뢰를 세우고, 결국 나 자신을 가장 단단하게 만든다.
정성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일터에서 관계를 움직이는 가장 강력한 기술은 언제나 조용하게 작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