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by 이영미

휴식의 사전적 의미는 하던 일을 멈추고 잠깐 쉼이다.

나는 그중에서도 ‘잠깐’이라는 단어 앞에서 오래 멈춰 섰다.


잠깐은 짧은 시간이 아니다. 끝이 정해져 있다는 뜻이다.

다시 돌아올 것을 전제로 한 쉼이다.


30년 동안 같은 일을 해왔다. 그 시간을 내려놓을 생각은 없다.

다만 잠깐, 멈추고 싶을 뿐이다.


요즘 시간은 유난히 빠르다. 하루를 시작할 때는 아직 여유가 있는 것 같다가도 마무리하는 순간이면 늘 같은 자리에 서 있다.

어제와 오늘 사이에서 달라진 것을 찾지 못한 채 또 하루를 접는다.

잘 해냈는지 묻기보다 버텼는지만 확인하는 날들이 이어진다.


잠깐만, 정말 잠깐만

이 압박과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다.

아무 역할도 맡지 않고, 누군가의 기대도 감당하지 않는 시간.

그렇다고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왜 이토록 어렵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하루하루 이어진 시간이 어느새 30년이 되었다.

이 시간은 쉽게 끊어낼 수 없다. 그래서 내가 허락한 ‘잠깐’은 한 달도, 일주일도 아니다.

하루다.


하루.

알람을 맞추지 않고 누구의 이름도 부르지 않는 하루.

2025년의 버킷리스트에는 혼자 여행, 그리고 혼밤이 적혀 있었다.

끝내 실천하지 못했다.

혼자라는 단어가 생각보다 무거웠기 때문이다.


2026년 1월,

나는 다시 혼자 떠날 계획을 세웠다. 목적지는 통영이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를 하나 정했다. 혼자 앉아도 어색하지 않을 식당을 골랐고, 말없이 걸을

수 있는 길도 미리 찾아두었다.

계획은 충분했다. 남은 것은 출발뿐이었다.


평일 하루.

누구에게도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날. 그런데도 쉽게 결정하지 못한다.

지금 나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휴식이라는 걸 알면서도 막상 떠나는 일은 늘 미뤄진다.

휴식은 나에게도 이렇게 어렵게 다가온다.


어쩌면 나는 일하는 것보다 쉬는 일에 더 서툰 사람인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휴식을 도피라고 말한다.

쉬는 것은 멈추는 것이고, 멈추는 것은 뒤처지는 일처럼 여겨진다.

그래서 충분히 쉬기 위해 더 많은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다르게 생각한다. 30년을 이어온 일에는 흐름이 있다.

그 흐름은 잠깐 멈춘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하루 자리를 비운다고 무너지지도 않는다.

휴식은 떠나기 위한 시간이 아니라 계속하기 위한 시간이다.


통영의 아침,

아무 일정도 없는 하루를 보내고 다시 돌아올 것이다.

아마 많은 것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중단되지 않게 만들 뿐이다.


그래서 나는 그만두지 않는다. 잠깐 멈출 뿐이다.

하루를 쉬고, 다시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할 것이다.

나에게 휴식은 도피가 아니다. 계속하기 위한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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