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기도수첩을 펼친다.
기도는 늘 같은 문장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거의 같은 말로 이어진다.
날마다 달라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분명해지는 것이 있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 사람인지.
내 기도는 단순하다. 막연한 바람은 적지 않는다.
지금의 상황을 그대로 적고, 그 안에서 내가 원하는 것을 문장으로 남긴다.
돌려 말하지 않는다.
2026년 1월에 시작된 기도수첩.
처음에는 종이가 단단했고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소리가 났다.
지금은 모서리가 조금씩 접혀 있고 자주 펼친 쪽은 자연스럽게 휘어 있다.
매일 같은 시간, 같은 자리.
날짜는 하루도 비어 있지 않다. 내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나를 오래 붙잡는다.
매일 같은 기도를 적는 일은 생각 없이 반복하는 일이 아니다.
나는 매번 확인하듯 쓴다. 지금 여전히 내가 원하는 기도가 맞는지를.
기도수첩에는 미사여구가 없다. 잘 보이고 싶은 마음도 없다.
펜 끝이 잠시 멈추는 날은 있지만 결국 적는다.
원하는 것을 모른 척하지 않기 위해서.
기도를 적을 때는 잘 지낼 하루를 바라기보다 부족함이 남지 않기를 바라며 쓴다.
마지막 줄에는 늘 같은 문장이 남는다.
요한복음 14장 14절. “내 이름으로 무엇이든 내게 구하면 내가 행하리라.”
이 문장은
함부로 바라지 않게 하고 대신 정확히 바라게 한다. 내가 적은 바람이 언제나 옳을 거라
믿지는 않는다. 그래서 기도의 끝에는 짧은 말을 덧붙인다.
이 바람이 나의 뜻으로만 남지 않기를.
기도를 쓰다 보면 원했던 것이 조금 달라져 있는 날도 있다.
이루어지지 않은 기도는 지워지지 않고 남아 다시 펼칠 때마다 그날의 마음을 불러온다.
1월부터 지금까지 수첩은 하루도 비어 있지 않다.
그 사이 많은 것이 눈에 띄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다만, 수첩은 덮이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것과 그분이 원하는 것이 겹치지 않는 날에도 나는 적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
기도수첩을 덮고 나면 아침은 늘 하던 모습이다.
같은 하루가 조용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