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의 시작

by 이영미

관계는 언제나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였다.

나는 오랫동안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그 마음은, 생각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시작됐다.


20대에 처음 사회에 발을 들였을 때 나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을 잘하면 인정받고, 인정받으면 관계는 저절로 따라온다고.

그래서 더 열심히 일했고, 내 일이 아닌 영역까지 욕심냈다. 상사가 하던 업무를 내가 대신하고 싶다고 먼저 말했다. 잘하면 모두가 나를 필요로 하게 될 거라 믿었다.


그 시절엔 손으로 처리하는 일이 많았다. 예산 정리, 회의 자료 정리 같은 일은 늘 귀찮은 업무였고, 나는 그걸 기꺼이 맡겠다고 나섰다. 지금 돌아보면 그것은 성실함이었고, 동시에 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태도였다.


문제는 그 열정이 나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다른 부서 사람들 눈에는 선을 넘는 후배였고, 같은 직급의 동료와 선배들에게는 불편한 존재였을 것이다. 잘난 척하는 사람, 분위기를 흐리는 사람. 나는 일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관계는 이미 어긋나고 있었다.


그 사실을 몰랐을까.

아마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고개를 더 들었다. 일로 인정받으면 결국 관계도 따라올 거라 믿었고, 그 믿음은 꽤 오래 흔들리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나는 후배를 맞이하는 위치가 되었다.

어느새 나는 일에 익숙해져 있었고, 새로운 일을 맡는 것이 부담스러워졌다. 그때부터 생각이 바뀌었다. 더 잘하려 애쓰기보다, 적당히 잘하면서 좋은 선배로 남고 싶었다.


지금의 50대 직장인들이 가장 자주 선택하는 태도다.


나는 과거의 시기와 질투를 ‘이미 지나간 일’로 정리하려 했지만, 사실 그렇지 않았다. 그 시절 나는 많이 울었고, 많이 참았고, 혼자 견뎠다. 그래서 다짐했다. 다시는 그런 관계를 만들지 않겠다고.

그 다짐은 또 다른 선택으로 이어졌다.

후배들에게 최대한 잘해주자.

지적하지 말자.

불편한 말은 삼키자.


그러면 모두가 나를 좋아할 거라 생각했다.

‘좋은 선배’라는 평판은 관계를 안전하게 지켜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됐다.

그 선택은 관계를 지킨 게 아니라, 미뤄둔 것에 가까웠다는 걸.

말하지 않은 지적은 사라지지 않았고, 삼킨 불편함은 오히려 쌓였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던 마음은, 어느새 책임을 회피하는 핑계가 되어 있었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다만 이제는 그 말이 훨씬 조심스럽다.


잘못된 점을 말하지 않는 사람이 과연 좋은 사람일까.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 관계를 바로 세울 수는 없는 걸까.

합리적인 태도와 미움받지 않으려는 욕심은 함께 갈 수 있을까.


이 책은 그 질문에서 시작됐다.


나는 관계를 잘해온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관계를 피하기 위해 태도를 선택해 온 사람에 가깝다.

일로 증명하려 했고, 침묵으로 유지하려 했고,

좋은 사람이라는 말 뒤에 숨어 버텨왔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관계는 노력이나 착함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관계는 결국, 말해야 할 순간마다

내가 어떤 태도를 선택했는지가 남긴 흔적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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