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진로를 고민하다.

1번으로 끝나버린 드럼수업

by 파랑

아이가 고학년이 될수록 내 아이가 가진 재능은 무엇인지 관심이 있는 분야와 잘하는 것은 무엇인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부모라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을 더 잘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내가 교사로서 아이들을 관찰한 결과 공부를 모든 아이가 잘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 공부를 잘하는 아이들은 지능이 높고 공부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짧은 기간 공부해서 빠르게 학습을 하는 아이가 있고 늘 열심히 해서 중상권에 머무르는 아이들도 있다.

가장 공부를 잘하는 아이는 지능도 높은데 성실하기까지 하며 학습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있는 아이는 공부를 하지 말라고 해서 스스로 한다.

하지만 대부분 아이들은 공부를 스스로 할 정도로 공부에 의욕이 많지 않다.

한국 교육의 많은 부분이 공부를 잘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만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찾아서 그 분야의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는 어떨까?

자폐 스펙트럼인 내 아이는 날짜와 숫자에 대한 기억력은 매우 뛰어나다.

수학에서 나오는 파이(π)는 3.14192 뒤에 100자리까지 외우고 한동안 계산기를 가지고 놀더니 2의 10승은 계산하지도 않고 한 번에 말한다.

계산기를 가지고 놀면서 외웠기 때문이다.

반면에 언어 능력은 매우 부족하다.

엄마 아빠가 집에 나갈 때 ‘다녀오세요’와 ‘다녀올게요’를 구분하지 못한다.

자기가 집 밖을 나갈 때도 ‘다녀오겠습니다.’와 ‘다녀오세요’를 구분하기 어렵다.

화용 언어는 매우 부족하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뛰어난 정보처리 능력과 암기력으로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한 집중력이 높고 수용언어도 좋은 편이라는 것이다.


또 어렸을 때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다.

혼자 앉아서 이것저것 그리며 노는 것을 좋아하고 색칠을 하지 않았지만, 펜으로 그리는 그림을 잘 그렸다.


음감도 좋은 편이었다. 아이에게 취미로 갖게 해주고 싶은 음악회 공연을 보고 그 음악을 찾아서 듣는다든지 클래식 공연가는 것을 매우 좋아하는 아이를 보면 아이가 좋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아이가 좋아하는 많은 것들을 시켜보기로 했다.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이 꼭 공부가 아니더라도 아이가 관심 있어 하는 분야와 좋아하는 분야를 관찰하고 그 분야를 좀 더 탐색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으로 생각한다.

배워봤지만 아이가 좋아하지 않으면 그만두어도 좋지만 배워보지 않으면 아이가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이런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음감이 있다는 것을 알고 난 뒤 드럼을 배우러 갔다.

박자를 잘 맞추고 리듬도 잘 알기에 타악기를 배우면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선생님과 미팅을 약속하고 드럼을 배우러 갔는데 처음부터 아이는 그 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복도의 불빛이 하얀 색인 게 마음에 들지 않고 비상계단에 있는 불빛은 깜빡이는 것이 무섭다고 표현했다.

선생님이 드럼을 연주하는 것을 보고 두 손으로 드럼을 치고 발도 같이 조작했어야 했는데 반복해서 두드리는 동안 손이 매우 불편했나 보다.

아이는 계속 ‘나가고 싶어요’ ‘드럼 싫어요’를 외치며 울기 시작했고 30분 수업을 참지 못하고 중간에 나왔다 다시 들어가기도 했다.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배우는 게 왜 이렇게 힘든지 그날 하루를 가고 드럼을 배우고 싶지 않다고 한 100번은 계속 말해서 드럼 수업은 처음이자 마지막 수업이 되었다.

그래도 아이에게 드럼 수업을 해본 것을 후회하지 않는다.

이건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시청각이 예민한 우리 아이는 드럼의 소리도 크게 들려서 힘들었고 그 공간의 시각 자극에도 마음이 힘들었던 것 같다.

다른 장소라면 달랐을 수도 있지만, 아이의 재능을 찾아주기 위한 드럼 수업은 그렇게 끝났다.


그럼 너는 무엇을 하는게 좋으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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