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첼로를 배워요.

진로찾기 프로젝트

by 파랑

드럼 수업에 재능이 없음을 알게 된 뒤 어떤 악기를 배워볼지 음악 선생님과 상의해보았다.

음악치료는 초등학교 저학년부터 계속해왔다.

처음에는 말도 잘하지 못할 때부터였는데 음악이 놀이이고 상호작용의 과정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오카리나 발표회가 있었는데 음악 선생님이 오카리나 연습을 시켜주시기도 하고 단소, 우쿨렐레, 리코더 같은 음악 시간에 배우게 되는 악기를 음악 선생님이 필요할 때마다 가르쳐주셨다.


연말을 맞이하여 호두까기 인형 공연을 보러 갔는데 공연장을 너무 좋아하고 신기해하며 발레를 하며 빙글빙글 돌기도 하고 유튜브에서 공연장에서 들은 노래를 찾아 듣기도 하는 아이를 보며 아이가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이는 드럼처럼 시끄러운 음악과 높은음은 싫어했고 교정 중이고 부는 힘이 약한 편이라 관악기는 배울 수가 없었기 때문에 낮은음을 가진 첼로를 시켜보기로 했다.

악기를 시키려면 좀 더 어린 나이가 좋았을 것 같은데 나는 중학교에 시작했으니 조금 늦게 시작한 것일 수도 있다.


아이가 독특하다 보니 일반적인 첼로 학원에서는 배울 수가 없었고 우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을 소개받아 수업을 주 2회 시작해보게 되었다.

처음에는 배우러 잘 갔었는데 몇 번 가다 보니 아이가 첼로를 어려워하기 시작했다.

허리를 피고 왼팔은 뻗고 왼손가락으로는 줄을 잘 누르고 오른손으로는 활을 움직이고 다리로는 첼로를 꽉 잡아야 하는데 이걸 악보를 보면서 연주를 해야 했기 때문에 인내력이 짧은 내 아이는 너무 힘들어했다.

선생님이 5번 연습하자고 했는데 ‘5번은 너무 많아 3번만 할래’를 외치던지 ‘3번도 싫어요. 안 할래’ 하며 연주를 거부하기도 했다.


또 어떤 때는 첼로를 연주하는 게 힘들었는지 첼로를 쿵쿵 때리는 행동이 나타나서 악기를 '쿵' 하고 떨어뜨리기도 했다.

악기를 때리는 행동이 나오면 계속 연주를 시킬 수 없다.

첼로 선생님은 연주를 멈추고 힘들었던 점이 무엇인지 물어보고 남는 시간은 좋아하는 음악 감상을 하게 했다.


치료실에 아이를 들여보내고 나는 밖에서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듣고 있다.

애가 잘할지 울지 탠트럼이 나서 악기를 또 때리는 건 아닌지 40분 수업에 몇만 원을 하는 수업을 감상만 하고 집에 오는 건 아닌지 이 아이에게 새로운 것을 가르치는 것은 늘 나를 시험에 들게 했다.


집에 오는 길에 아이가 클래식 음악을 듣는 것을 좋아한 것이었는데 내가 연주를 시킨 건 너무 힘들었던 건 아닌지 이걸 계속 시키는 게 맞는지 아이를 위해 시키는 것인지 나의 욕심에 시키는 것인지 머릿속이 복잡했다.

돈을 들여 시키는데 내가 시킨다고 해서 아이가 잘 따라가지도 않을 때면 이 돈을 들여서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 정말 고민스럽고 연주를 배우라고 보냈는데 감상만 하고 돌아오는 길엔 발걸음이 그렇게 무거울 수가 없었다.

그때는 내가 또 항암 방사선 치료를 받는 중이어서 체력적으로 몸이 매우 피곤할 때인데 아이마저 가르치는 것도 잘 받아먹지 못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그렇게 속상할 수가 없었다.

내가 해줄 수 있는 많은 것을 아이에게 최대한 해준다고 생각하는데 해주는 것도 못 받아먹는 걸 보면 그만둘까를 마음속에서 한참동안 고민한 것 같다.

이 돈으로 미국 주식을 사주는 게 더 낫지 않을까 솔직히 생각한 적도 많다.


그렇게 두 달 정도가 되었을 때 밀알 재단에서 운영하는 ‘날개’ 오디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원하게 되었고 서류 전형에 합격하여 오디션을 보러 갔다.

밀알 재단에서 지원받아 단원이 되면 개별 수업을 지원받고 오케스트라 활동도 할 수 있었다.

면접 날이 다가오고 전날이 되어 첼로를 연습하려고 열어보았다.


그런데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브릿지가 부러져있었다.

아마 악기를 다루는 게 아직 어색한 아이가 험하게 다니면서 첼로 앞부분을 어딘가에 부딪힌 것 같았다.

브릿지가 나간 악기로 연주를 할 수가 없었다.

밤 8시에 급하게 첼로 선생님이 아시는 사장님께 연락해서 40분 거리에 있는 악기사에 가서 악기를 수리를 맡기고 다른 첼로를 빌려왔다.

오디션 날에는 빌린 첼로로 연주를 하게 되었다.

세상일이 다 그런 건지 뭐하나 쉽게 되는 적이 없다.


면접 선생님이 아이를 칭찬하시면서 두 달밖에 안 되었는데 이렇게 연주를 할 수 있으면 더 발전될 수 있을 것이다.

손도 크고 음감도 있는 것 같다.

좋은 말씀을 해주셔서 나는 오디션에 붙은 줄 알았다.

그런데 오디션에 떨어졌다.

집에서 왜 떨어졌을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연주에는 잘했지만, 선생님의 지시에는 잘 따르지 않는 모습이 보였다.

예를 들면 ‘작은 별 이제 연주했으니 뒷장 해볼까?’라고 말하면 ‘작은 별 더할 거예요~’라며 자신이 하고 싶은 연주를 더 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런 기질적인 성향은 단체 오케스트라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아이를 다루어야 하는 선생님으로서는 지시 따르기가 잘 되는 아이들을 선호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1년 동안 주 2회 첼로 수업을 꾸준히 지도해서 아이가 어떤 곡도 잘 연주할 수 있도록 다듬고 지시 따르기가 잘 될 수 있도록 아이에게 잘 이야기해줘야 할 것 같다.

그렇게 1월부터 12월까지 꾸준히 첼로를 배우고 있다.

이 아이가 오케스트라 악단에 들어갈 수 있을 수준이 될지 아닐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클래식 음악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고 또 같이 연주할 수 있는 취미를 갖는 것만으로도 매우 의미 있는 배움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취미를 통해서 미래의 삶을 더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밤 7시 55분에 주2회 첼로 수업에 간다.

매거진의 이전글10. 진로를 고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