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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았다곰 Nov 26. 2021

더하기 말고 빼기

대학교 시절 동아리에서 어깨너머 눈에 익혔던 믹서, 앰프, 스피커 따위가 다시 내 삶에 발을 들일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 가르치는 일이 주업인 교사의 업무에 방송이 웬 말인가 싶겠지만, 교사 특히 초등교사는 할 줄 알아야 하는 일이, 아니 해내야 하는 업무가 무궁무진하다.


그중에 방송 업무는 업무량과 상관없이 기피하는 일 중 하나. 결국 신규교사 아니면 학교에서 짬밥(?)이 가장 적은 후배, 그것도 아니라면 기계를 능숙히 잘 다룰 수 있으리란 맹신의 피해자인 남교사에게 돌아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얘기를 하려고 한 게 아니니 각설하고, 덕분에 믹서, 앰프, dB, 임피던스 등 생소한 단어가 난무하는 영상을 보며 공부 중인데, 영상의 주인공 즉 음향 전문가들이 믹서라는 기계를 말하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마음에 와닿아 글을 남긴다.

Hendrik B 님의 사진, 출처: Pexels


소리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노브(스위치 정도라 생각하면 편하다)를 설명할 때 하는 말,

"믹서의 기본은 더하는 게 아니라 빼는 겁니다."


말하는 사람의 소리가 너무 높으면 높은 음역대를 빼고, 너무 낮으면 낮은 음역대를 빼라는 건데, 나 같은 초보는 반대로 이것저것 손대다 보면 스위치의 중앙을 넘어 최대치까지 가기 일쑤다.


비단 그뿐이겠는가.


열정이 넘칠 때는 학급운영에 필요하다 싶으면 이 선생님, 저 선생님의 노하우와 자료들을 섭렵하다 못해 겹치는 경우가 허다한데, 보통 업자들끼리는 '백화점식 학급 운영'이라 말하는 실수를 하곤 한다. 수업은 또 어떻고. 이 얘기, 저 얘기도 해줘야지 하다 보면 5분짜리 동기유발이 15분, 20분을 넘기는 건 예삿일이다.


교사가 아니라 공감이 되지 않는가? 운동을 좋아하는 사람은 알 텐데, 레슨 받을 때 제일 많이 듣는 말. "힘을 빼세요!" 미술이나 디자인하는 사람들 역시 "심플"을 강조하고, 음악의 세션들은 치고 빠지기를 잘해야 고수 소리를 듣는다. 양념이 간간한데 맛있어야 대가로 인정받고, 할 말이 많은 논문이야 말로 간결하기 그지없다.


맘을 다시 다잡는다. 힘을 빼자. 간결하자. 줄여보자.

이래 놓고 글은 또 길어지다니.


무엇하나 서투르지 않은 데가 없으니 초보라지만, 반쯤 살아온 인생에도 초보면 어찌할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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