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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날았다곰 Nov 26. 2021

공부, 꼭 해야 하나요?

모른다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도 공부해야 배운다.

시험 문제의 보기에 '꼭', '반드시', '모든' 등의 극단적 단어가 들어가면 오답일 확률이 매우 높다. 당연히 글 제목의 질문의 답도 '그렇지 않다.'일 확률이 높다. 꼭 해야 하냐? 아니다. '꼭'에 방점이 찍히면 '아니다'라는 답이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꼭'이라는 단어를 빼면 답은 달라진다. 그렇다로.


한 번 풀어볼 텐가?


몇 해 전, '채연'이라는 연예인은 '두뇌 풀 가동!'이라는 자막과 함께 더욱 유명해졌다. 그리고 몇 년 후 그녀는 다시 온라인 상에서 소환되었는데, 영국의 워릭대학교 수학과 명예교수인 '데이비드 탈'이 쓴 논문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연예인들은 관심을 먹고사는 업종이라든데, 본의 아니게 국제적으로 '박제'까지 당하며 사람들의 관심을 받게 생겼다.


채연의 영상은 한동안 인터넷을 떠돌며 그녀의 흑역사로 남아 소소한 개그 소재가 되었는데, 만약 지금 저런 상황이 재현된다면 어땠을까. 모르긴 몰라도 국제적으로까지 유명세를 타진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었는데, 글쓴이의 입장에서는 채연의 영상을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짐작하 건데, 사칙연산의 혼합계산을 실생활에서 쓸 일이 있겠냐며 빨간 줄로 지운 내용의 말을 내뱉으며 옹호하지 않았을까 싶다. 한마디로 '꼰대' 아니겠나.


사실 우리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살아가기 위한 기본적인 지식과 교양은 대부분 초등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 누군가는 학교에서 안 배웠다고, 가르쳐주지 않았다고 열변을 토하던데, 결단코 아니다.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딴 소리로, 쉬는 시간에 잔소리로 가르치는 내용을 빼고서라도 수업 시간에 교과서를 배우는 내용만으로도 우리는 상당히 넓고 많은 양의 지식을 습득할 수 있다.


시계 보는 게 상식에 들어가냐고? 상식의 정의가 무엇인지는 차치하고 시계를 읽는 방법은 초등학교 2학년 과정에서 배운다. 초1부터 초2까지 배워야 하는 수의 범위 그리고 초2 때 반드시 통과해야 할 '구구단'이라는 관문까지 고려한 교육과정이다. 심지어 한두 시간 배우는 내용이 아니라,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지만) 대여섯 차시 이상 시간을 할애한다.


또 하나의 문제는 상식의 범위가 어디까지냐인데, 문자 그대로 상식(常識)은 일상적 지식이다. 그럼 또 일상이 뭐냐, 지식은 뭐냐라고 빠질 수 있으니 그런 얘기는 논외로 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상'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조건 이수해야 하는 초등 교육과정이라면 '일상적'이라고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제 저 질문을 바꿀 수 있겠다. '초등학교 때 배운 내용을 다 알아야 하는가?' 또는 '최소한의 지식을 습득해야 하는가?'로 말이다.


다시 답할 수 있다. 그렇다.


교대 시절 뭐 이런 글이 있냐며 읽었던 이홍우의 '교육의 목적과 난점'이라는 책이 있다. 그 책에서 교육의 목적은 정답이 아닌 질문을 갖게 되는 데 있고, 얼마나 아느냐 보다는 내가 얼마나 모르고 있냐를 확인하는 데 있다고(정확한 글귀는 기억나지 않는다) 했는데, 꽤 수긍이 되는 의견이라 다른 건 몰라도 그 내용만 용케 기억하고 있다.


굳이 그 책의 인용구를 꺼내지 않더라도 '내가 모르는 게 뭐! 어때서! 그런 거 몰라도 잘만 살더만!'이라고 사자후를 내뿜는 이들에게 '그런 거'를 10살 내외의 학생들이 배우는 중이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런 교육과정 때문에 1, 2학년 교실에는 디지털 시계를, 그 이상의 학년에는 바늘 시계를 준비하는 선생님들이 계시다고 설명해주고 싶다.


공부 꼭 해야 하냐고? 아니 꼭 해야 하는 건 아닌데. 아니, 꼭 해라. 그렇다고 수능시험을, 무슨 국가고시 봐야 하는 사람처럼 공부하라는 게 아니다. 최소한 바늘 시계 읽는 걸 상식이라 말하는 사람을 XX 웃기고, 남을 까(?)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사람으로 치부하진 말아야 하지 않겠나.


*초딩 교사로서 직업병

1. 시계로 확인하는 지금은 '시간'이 아니라, '시각'이다. 시간은 흐름 또는 간격, 시각은 시점이다.

2. 총 6 문장이 비문에 가깝다. 띄어쓰기, 문장 성분의 순서 등. 비문이 아닌 문장이 없다.

3. 오케이, 혈안 등은 아무렇게나 쓰면서 그 단어들은 왜 상식이냐 아니냐를 따지지 않는가.

4. 자기 이름을 한자로 쓸 수 있냐 없냐도 논란이라고. 보통은 등본 한 통 발급해보거나 이력서라도 내다보면 확인할 수 있지 않나. 이 사람에게는 '보통'을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는 게 함정이긴 하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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