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뭐 저런 컨셉의 TV 프로그램이 있나 싶었다. 진짜 가수와 모창 가수를 분간하는 프로그램이라니. 진짜 가수보다는 모창 가수들 정확히는 노래를 곧잘 하는 일반인에게 저런 무례가 어딨나 싶었다.
막상 그들의 무대를 보고 나니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자신의 노래를 할 수 있는 그들에게 자신의 목소리를 철저히 감추는 무대라는 점에서는 무례가 맞으나, 무대 위 공연을 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는 무례가 아니라 꿈의 실현이었다.
'히든싱어'는 막 뒤에서 진짜 가수와 모창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를 듣고 진짜 가수를 구별하는 TV 프로그램이다. 모창가수가 얼마나 똑같이 따라 할까 싶지만, 진짜 가수의 수십 년 지기 친구도, 동료도 구별하지 못할 정도에, 심지어 청중들이 진짜 가수 대신 모창 가수를 선택했던 회차도 있었으니까 말 다했다. 나도 좋아하는 가수 정도는 구별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나라고 대단할 게 있을까.
'히든싱어'를 같이 보는 사람과 늘상 하는 말이 있다.
세상엔 노래 잘하는 사람 참 많다.
그렇다.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아도 참 많다. 우리나라가 땅덩어리는 좁은데, 머릿수가 많아서일까 아니면 예로부터 흥이 넘치는 민족이라 그럴까. 아무튼 노래 잘하는 사람이 많은 민족임에는 틀림없다.
심지어 우리가 좋아하고 이제는 대가라 부를 수 있는 수준의 가수들과 구분이 되지 않는 수준의 일반인들이라니. 알고 보니 회사원이고, 알고 보니 전업주부, 옆집 아저씨지만 노래할 때만큼은 우리를 울고 웃게 만든 유명 가수들 뺨치는 명가수들이더라.
그런데 왜 서로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노래를 잘 부르는 수준이 아니라 진짜 가수와 구분이 되지 않을 만큼 부를 수 있고, 심지어 가수가 꿈이었다는데, 누구는 무대 위의 가수로, 누구는 무대 위 가수를 꿈만으로 품고 살아가는 회사원이 되었을까. 왜 그들은 무대에 서지 못하고 모창 가수로 밖에 설 수 없는가.
꿈을 꾸지 않았기 때문도 아니고, 그게 아니라면 혹시 간절함의 농도차 때문이었을까? 진짜 가수는 너무 간절했고, 모창 가수들은 덜 간절했던 걸까? 그렇게 결론 내리기엔 노래가 너무 하고 싶었다며 흘리는 눈물도 결코 가볍지 않다.
그렇지 않다면 노력이 부족했나? 어른들 흔히 하시는 말씀처럼 재능은 있는데, 꾸준히 노력하지 않았으려나.
아니면 안타깝지만 이른바 수저 색깔의 차이? 학력차? 그것도 아니라면 뭘까...
아무리 생각해도 결론이 나지 않는다. 더 생각해도 해를 찾을 수가 없다. 방정식이 달라지면 구하는 해가 다른 것처럼 사람과 상황의 차이에 따른 모든 경우의 답을 어찌 찾을 수 있을까.
하지만 두 가지는 확실하다.
하나는 꿈의 성취 여부와 꿈의 무게가 상관없다는 것. 또 하나는 함부로 남의 꿈의 무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
꿈을 이뤘다고 해서 또는 성취하지 못했다고 해서 어찌 그 꿈의 무게가 다를 수 있을까. 누구나 압도적인 꿈의 무게를 여러 모양으로 감당하며 살아간다. 그러므로 여러 이유로 꿈을 품고만 살아가는 사람에게 또는 꿈이 없다고 말하는 누군가에게 꿈이 뭐냐, 꿈을 위해 뭘 하고 있냐는 등의 꼰대질은 부디 그만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