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명상을 통해 마주한 나 (1)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것들을 무의식 중에 습관적으로 행하고 있다. 숨을 쉬는 것, 발을 땅에 내딛는 것,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 밥을 먹는 것, 때론 위험천만하지만 매일 오가는 출퇴근길을 운전하는 것조차도.
의식하지 않고 행하는 것에 마음을 집중할 때 우리는 꽤 많은 것을 얻게 된다.
예를 들어 감정이 격해지거나 생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 호흡에 집중해 공기가 내 안에 들어오고 나감을 느끼다 보면 고요하고 명료해진 나를 발견하곤 한다. 이보다 나에게 좀 더 강렬한 감각, 감정, 깨달음 등을 주는 것은 두 발에 무게를 골고루 분산하여 바르게 서보는 것이다.
20대 초반 다니던 헬스장에서 처음 요가를 접했다. 체력장 유연성 테스트에서 겨우 마이너스를 면했던 몸을 가졌는지라 힐링요가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프로그램은 나에게 어디까지 고통을 참아내는지 인내심을 확인받는 시간이었다. 결국 나는 수업 참여 두 번 만에 요가 프로그램이 진행되던 실 방향으로는 시선도 두지 않았고, 이후로도 10년 넘게 내 선택지에는 없는 활동이었다. 요가가 다시 내 의식에 들어오게 된 건 '효리네 민박'이라는 프로그램을 매주 기다리며 챙겨보던 시기였다. 너무나도 단단하고 유연한 내면을 보여주던 이효리 씨를 보며, 나도 효리 씨처럼 요가 수련을 하면 조금이라도 지금보다는 단단한 내면과 마음의 평화를 가질 수 있을까 해서 시도해 보게 된 것이었다.
그 시기에 띄엄띄엄이라도 꾸준히 요가할 수 있던 이유 중 첫째는 내 몸을 구석구석 느껴본 첫 경험이 너무 벅찼기 때문이다. 역시나 나에게는 힘겹게 느껴지던 하타요가 수련 중 선생님께서 요가 매트 위에 서서 양 발바닥에 최대한 몸무게를 골고루 분산해서 서보라고 하셨다. 그게 뭐 특별한 행위라고 집중력 있게 진행되던 수련 중에 이런 걸 시키시는지 하고 생각하며 내 발바닥을 의식한 순간 소름이 돋았다. 내 무게는 양발의 바깥날 쪽으로 쏠려 있었고 발의 가장 안의 끝 쪽은 땅에 거의 닿아있지 않았다. 발바닥의 모든 부분이 최대한 비슷한 압력을 받으며 바닥에 닿도록 하는 행위는 식은땀이 날 정도로 나에게 힘든 일이었다. 찰나지만 내 양 발바닥이 온전히 땅에 닿았다고 느끼는 순간, 처음으로 내가 땅에 제대로 뿌리를 내리고 서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뿌리내리고 서 있는다는 감정은 다른 삶의 장면에서 마주했던 문제들에 대한 해답을 자연스레 끌어내 주었다. 외로움과 의존의 문제, 내 신체에 대한 부정, 불안의 문제 등 서로 전혀 연관이 없어 보이는 문제들이 하나의 주제로 관통되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한 가지만 예로 들어 이야기해 보면, 내 신체에 대한 부정 문제이다. 위와 같은 자세로 서기 시작했던 때가 어렴풋이 기억나는데 10대 시절이었다. 10대 시절의 나는 비만까지는 아니었지만, 과체중인 아이였다. 심리적 허기와 신체적 허기를 구분하지 못해 생긴 식탐이 항상 나를 따라다녔고, 움직이는 것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하는 활동을 좋아했던 탓도 있었다. 겉으로 표현한 적은 없었지만, 나도 여느 아이들처럼 조금이라도 늘씬하고 예뻐 보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래서 거울 앞에 서서 요리조리 살펴보다 찾은 자세 중 하나가 발목이 꺾일 정도로 양발의 바깥쪽으로 힘을 주어 안쪽 허벅지가 덜 눌리게 하는 방법이었다. 실제로 조금이라도 날씬해 보였는지는 모르겠지만, 10대의 나는 그렇게 느끼고는 의식적으로 그렇게 서 있으려 노력했었다. 있는 그대로의 내 몸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한 영향이 20년 뒤의 나에게 다양한 형태-잦은 발목 부상, 골반과 척추의 불균형, 통증, 심리적 문제 등-로 전해지고 있었음이 놀랍고 헛웃음이 났다.
두 발을 온전히 땅에 붙이고 똑바로 섰던 첫날, 유레카를 외치며 목욕탕을 뛰쳐나가던 아르키메데스처럼 바로 위의 알아차림이 왔던 것은 아니다. 여러 날의 요가 수련과 답답하면 밖으로 나가 내 왼발과 오른발이 땅에 닿음을 느끼며 걷던 날들이 모여 답이 점차 명료해졌다. 물론 저것들 또한 완전한 답이 아닐 수 있지만 나를 마주 보고 이해하는 과정에 놓일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이 글을 보고 계신 분들도 한 번쯤 양발에 체중이 골고루 실리도록 바르게 서보았으면 좋겠다. 그러면 내 몸의 정렬, 아픈 곳, 약한 곳을 느끼고 돌볼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인연이 닿는다면 마음의 어둠도 보듬을 기회를 얻을 수 있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