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채용을 준비하며 꽤 많은 후기를 찾아봤는데, 개발자들은 특히 채용 후기를 많이 적는 것 같더라. 아직 최종합불 결과는 나오지 않았지만 이 과정에서 느낀 게 많아 나도 적어보는 토스 채용후기.
먼저 나는 방송국 뉴미디어 인턴, 인테리어 잡지사 어시스턴트, IT회사 UX리서치 오퍼레이터라는 조금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었고 이것 때문에 광고대행사나 카피라이터 / 아예 UX라이터.. 등에 지원하기 애매한 포지션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토스 UX 라이팅 파트너는 'UX 라이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있지만 주로 '마케팅카피'를 쓰고, '콘텐츠 마케팅'에 가까운 포지션이라는 점에서 내게 적합하다고 생각했다.
- 토스 라이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문구를 개선하고, 좋은 문구의 기준을 개발해요.
- A/B 테스트를 통해 효율 좋은 문구의 패턴을 발견하고, 가이드라인화해요.
무엇보다 이 지점이 마음에 들었다. 토스 라이팅 파트에서는 느낌적으로, 정성적으로 좋은 문구를 정의하기보다는 명확한 데이터와 근거로 정의하고자 한다는 점. 좋은 문구의 패턴, 즉 정답이 있는 글쓰기를 지향하고 가이드라인화 함으로써 효율적인 글쓰기를 추구한다는 점.
글쓰는 것 자체는 좋아하더라도 내가 생각하는 좋은 문구, 문장을 사람들에게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득시켜야 할지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고 고민했던 사람으로서… 글쓰기에 정성적으로 접근하는 게 아니라, 시스템적으로 접근한다는 점이 참 혁신적이라고 느꼈고, 동시에 매력적이었다.
포트폴리오는 방송국 뉴미디어 인턴을 하며 작성했던 썸네일들과, 현재 회사에서 리서치 패널에게 나가는 라이팅을 개선한 프로젝트, 그리고 개인적으로 하고 있는 뉴스레터에서 피드백 버튼을 개선한 사례를 넣어서 크게 3개의 챕터로 구성했다. 채용공고에 써있는 것에 따라서 포트폴리오를 만든다면 크게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을 것이다.
서류 합격 후에는 사전과제가 주어진다. 특정 날짜와 시간을 선택하면, 그 시점에 맞춰 과제 메일을 보내주시고, 24시간 안에 완료해서 제출하는 식이다. 과제를 수행하는 날짜가 정해져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편한 시간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직을 준비했기 때문에, 온전히 과제에 집중할 수 있는 추석연휴날을 선택했다.
원래 계획은 빠르게 과제를 마무리하고 가족들과 전을 부치는 것이었으나... 의외로 이 과제가 정말 하루 왼종일 걸렸다. 보안서약서를 작성해서 자세하게 어떤 과제였는지 말할 수는 없지만, UX 라이팅 파트너로 합류하게 되었을 때 실제 수행해야 하는 업무를 과제로 준 느낌이었다. 각 문항마다 실무자와 채용 담당자가 어떤 의도에서 이 문항을 냈을지 고민하며 최대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다양한 역량을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사전과제를 준비하는 동안 조금 막막해서 힘들기도 했지만, 오전 10시에 시작해서 새벽 2시에 제출하는 그 과정 동안 정말 즐겁게 임했다. 이렇게 몰입해본 것이 언제일까 생각이 들 정도로... 지금은 글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고 있지만, 역시 나는 글을 예민하게 다루는 일을 하고 싶다는 열정이 다시금 불타올랐던 소중한 기회였다. 단순히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다루는 일. 힘든 것과는 별개로, 그 일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나오는 그 기분 좋은 도파민을 즐길 수 있었다.
과제 제출 후 일주일 정도 후에 합격 연락을 받게 되었고, 원하는 시간을 선택해서 직무 면접을 봤다. 1시간은 이력서와 포트폴리오에 대한 리뷰, 1시간은 사전과제 리뷰로 총 2시간 동안 현업자와 면접을 보게 된다.
직무면접 안내를 할 때 "제출한 포트폴리오 이외에 추가적으로 제출할 자료가 있으면 단순 결과물 위주로 제출해달라"는 메시지가 있었다. 포트폴리오에 대부분의 결과물을 제출했기에 추가 제출은 하지 않으려고 했었다. 그런데 면접을 준비하면서 토스 라이팅 관련한 아티클을 더 심도깊게 찾아보았고... 그 과정에서 왠지 내가 접근했던 사전과제의 방향성이 잘못되었구나를 느꼈다. 그래서 아티클에서 얻은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사전과제를 재구성했고, 이 자료를 제출했다.
사실 이전에 한 번 토스 직무면접을 경험한 적이 있는 터라 (다른 직군으로) , 면접 준비 방향은 어렵지 않았다. 자기소개나 지원동기같은 상투적인 것을 물어보기보다는 내가 행했던 프로젝트에 대해 계속해서 꼬리질문을 하는 방식이기에,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를 다시 한 번 살펴보며 내가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었던 의도 / 진행 과정 / 결과 / 아쉬웠던 점 혹은 개선해야 할 점을 쭉 정리했다.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꾸며내지 않고, 서류에 기재했던 프로젝트를 정말 진심으로 임했다면 크게 어렵지 않은 질문들이었다.
사전과제 리뷰 인터뷰 시간은 특히 즐거웠다. PT면접처럼 사전과제를 발표하고 질의응답을 하는 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일방적인 발표라기보다는 상호간의 대화에 가까웠다. 실제로 면접관님도 "그냥 같은 현업자들끼리 즐거운 대화 나눈다고 생각해달라"고 말씀하셨는데, 정말 그런 느낌이었다. 글을 예민하게 볼 줄 아는 사람과 하나의 즐거운 업무를 수행했다는 느낌? 이 과정에서 감탄도 하고, 새로운 인사이트도 얻으면서 정말 즐겁게 면접을 봤다.
첫 번째 면접 때는 두 분, 두 번째 면접 때는 한 분이 들어오셨는데 세 분 모두 내 이야기를 매우 경청해주시고 반응도 잘해주셔서 그리 떨지 않고 면접을 볼 수 있었다. 확실히 나는 일방적으로 내가 말해야하는 면접보다는, 이렇게 상호간의 즐거운 커피챗 느낌이 나는 면접에서 더 나를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는 것 같다.
마찬가지로 일주일 후에 직무 면접 합격 연락을 받았고, 문화적합성 면접 일자를 선택했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문화적합성 면접을 봤다.
하... 사실 이 문화적합성 면접은 정말 어떤 식으로 준비해야할지 감이 안왔다. 후기를 찾아보아도 어떤 질문이 나오는지에 대한 내용은 없고, 소개팅을 하는 느낌이었다, 초등학교를 비롯해서 인생 전반에 대해 이야기 하고 왔다, 내 인생을 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는 느낌이었다... 는 추상적인 내용만 가득했기 때문에. 도저히 무슨 질문이 나올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다들 그냥 솔직하게 임하면 된다, 어차피 컬쳐핏이 맞지 않으면 와서도 힘들거다 라는 소리만 가득... 아니 근데 저는 일단 진짜 너무 간절하게 가고싶었단 말이에요...!!!!! 흑흑
어쨌든 나의 준비 방향은, 여느 블로그에서 말하는 것과 같이... 토스 피드와 유튜브 콘텐츠를 꼼꼼히 확인했다. 토스에서 강조하는 문화를 중심으로 내 경험을 정리했고, "컬쳐핏 면접", "인성 면접" 쳐서 나오는 문항들 위주로 준비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토스의 문화를 깊이 살펴보며 느낀 인사이트를 좀 적어보고 싶었다. 주관적인 느낌부터 적어보자면, 한 번 쯤 일에 미쳐보고 싶은 사람으로서 읽는 내내 정말 가슴이 뛰었다. 토스의 문화가 워낙 유명한 건 알았지만 정말 모든 구성원들이 입을 모아 이렇게 말하는 회사가 있다니... 이번에 기회가 닿지 않더라도 내 인생 한 번 쯤은 꼭 가보고 싶은 회사라는 생각을 했다.
자율성과 책임감이 가장 중요합니다. 자율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각자가 자신의 위치에서 최적의 의사결정과 최고 수준의 실행을 독립성을 가지고 수행한다‘ 는 의미입니다. 최적의 의사결정을 위해서는 최고 수준의 정보 공유가, 최고 수준의 실행을 위해서는 탁월한 역량과 책임감을 가진 구성원이 핵심입니다. 이 두 가지는 자율과 책임의 문화를 유지하는 데 있어 중요한 요소입니다.
토스에서 강조하는 자율과 책임. 모든 구성원이 DRI (Directly Responsible Individual) 를 가지고,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이때 자율은 독단적인 것이 아니라, 최대한 많은 정보, 그리고 동료들의 의견을 수용한 후에 진행된다. 자율에 따르는 것은 그만큼의 책임이다.
송길영 작가님의 <그냥 하지 말라> 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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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칙을 기반으로 인간의 일이 점차 창의적인 것으로 집중된다면, 역설적으로 회사는 점차 규칙을 만들지 않게 될 것입니다. 창의적인 사람은 규칙에 저항하니까요. 타율적 인간을 만드는 건 무척 쉽습니다. 뭘 하지 말라고 하면 돼요. 반면 창의성을 키우려면 과김히 규칙을 배제해야 합니다. 규칙이 없는 대신 규칙을 스스로 내재화할 만큼의 양심과 창의성을 가진 이들만 뽑게 될테고, 궁극적으로 본인을 스스로 관리할 수 있는 자율적 인간만 남지 않을까요?
(…)
더러는 노동강도가 높은데도 구성원이 헌신적으로 임하는 회사도 있으니까요. 스스로가 좋아서 하는 일은 규칙을 따지지 않고 한다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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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강도가 높은 데 구성원이 헌신적으로 임하는 회사
✔️ 스스로 좋아서 하는 일이기 때문에 규칙을 따지지 않는다
✔️ 창의성을 키우기 위해 규칙을 배제하고, 본인을 스스로 관리하는 자율적 인간만이 남는다
토스를 보고 쓴 구절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토스의 코어밸류와 해당 구절이 일치한다고 생각했다. 이 밸류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최고 수준의 자율'을 위해 '최고 수준의 정보공유'와 '경청'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독단적 결정이 아닌, 될 수 있는 모든 정보를 수집하고 최선의 선택을 하려는 그 과정 자체가 굉장한 성장의 거름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빠른 실행과 실험이 많은 회의와 완벽한 전략을 이긴다. 한 번에 완벽한 기획은 있을 수 없고, 변하지 않는 제품 전략은 없기에 완벽보다는 빠른 실행을, 논쟁보다는 실험을 우선시한다. 팀원 간 커뮤니케이션은 꼭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지는 못한다.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활동은 오직 실행뿐임을 인지하여, 결국 중요한 일들을 더 빠르게 시도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그것을 실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 변경 전 버전: Courage to Fail Fast. ‘실패’보다는 ‘실행’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경.
(토스 코어밸류 3.1 중)
<철학은 삶의 무기가 되는가> 에서 비슷한 내용이 나온다. 조직 내 구성원들의 동기를 자극하는 건 성과급같이 "예견된 보상"이 아니라, 실패해도 괜찮다는 안전기반, 안정감이 더 중요하다는 것. 처음 읽었을 때는 잘 와닿지 않았는데, 토스팀의 가치를 보니까 단번에 이해가 되었다.
무엇이든 작게 시도하고 실패해도 괜찮고, 오히려 실패를 널리 알리는 걸 장려하며, 실패 자체보다도 그 과정에서 얻은 러닝과 그 후 대처 방법이 중요한 문화. 이런 문화 속에서라면, 아무리 도전-실패의 경험을 많이 겪어본 적 없는 이들이라도 큰 부담 없이 도전하고 실패할 수 있지 않을까.
" 저도 그 답을 찾는 것이 책을 쓰게 된 이유고 목표였어요. 결과적으로는 각자의 동력은 모두 다른 것 같아요. 어떤 사람은 명예일 수도 있고, 돈일 수도 있고, 성장 그 자체이기도 하고, 다른 팀원과 협업해 결과를 만들어낼 때의 희열이기도 하고요. 그런데 공통점을 찾자면 ‘우리가 하는 일이 결국에는 세상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꿀 거야’라는 공감대가 있어요. 각자 다른 이유로 열심히 살지만 결국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힘이 되는 것 같아요. ‘위대하고 선한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이렇게 유난 떨고 남다르게 노력하지 않으면 사실 해낼 수 없다’라는 걸 이미 사람들이 알고 있는 것 같아요. "
(출처 https://blog.toss.im/article/toss-bookjournalism)
방송국 뉴미디어 때 부터 내가 꾸준하게 말해오는 가치가 있다. 추상적일 수는 있어도, 일에 대한 나의 가장 강력한 가치관은 "어떤 식으로든 세상에 1%라도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것이다. 사실 어떤 일에든 "좋은 영향"으로 뻗어나갈 수 있는 가지는 있다고 생각하고, 나도 내 모든 일을 "좋은 영향"으로 귀결시켜서 의미를 부여하고 있긴 하다. 예를 들면 지금 하고 있는 리서치 운영 일 같은 경우에는, 단편적으로는 우리 서비스 리서치에 참여하는 사람의 경험을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주고 있다는 점에서 "좋은 영향"이고, 회사 내부에서 리서처 / 디자이너 / 기획자가 편하게 리서치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영향"이고... 뭐 이런 식으로.
어쨌든, 이 아티클을 읽으며 너무 공감이 갔고... 결국 어떤 직무를 맡고 있든 간에, 일을 진정으로 즐겁게 하는 사람들의 공통된 동기는 이것이 아닐까 싶었다. 더 좋은 세상을 만들고자 하는 마음.
토스에서는 몰입을 굉장히 강조한다. 토스 채용 페이지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보이는 문구가 바로 "깊게 몰힙했던 무언가가 있나요?" 일 정도로.
그래서 나도 내가 생각하는 '몰입' 이 무엇인지 되돌아봤다. 내가 생각하는 몰입이란... 무언가 하고 나서 이런 생각이 드는 것.
와…나 이거 말고 다른 건 이렇게 못하겠다.
유료 뉴스레터를 쓸 때, 정말 시간가는지 모르고 6시간 동안 내리 집중해서 글만 썼었는데 그때 이 감정을 느꼈었다.
벅차오르는 얘기는 그만 하고 다시 컬쳐핏 면접으로 돌아와보자면, 결론적으로는 직무면접보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 이 경험 말고 이거 얘기할 걸...", "아니, 그런 얘기를 왜 했지?" 싶은 후회되는 지점들이 많았기 때문... 그치만 컬쳐핏 면접 준비 과정 자체에서는 더 어떻게 뭘 할 게 없었던 것 같다. 토스와 잘 맞다고 어필한 부분이 50, 엥 스러웠던 것이 50 인 것 같지만... 나머지 판단은 면접관님께 맡겨야지 ^^ ;;
혹 토스 컬쳐핏 면접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어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결국 나도 똑같이 말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어떤 정형화된 답변, 모범 답안을 준비하기보다는 자신의 경험을 잘 정리하며 솔직하게 답하는 것 밖에는 답이 없는 것 같습니다...!
위에서 말한대로 아직 결과는 모르지만, 그래도 한 달 여간의 채용 과정이 내겐 참 소중한 기회이자 경험이었다. 사실 어시스턴트 포함해서 토스는 이번에 세 번째 도전인데, 두 번째 도전에 실패했을 때 블로그에 이렇게 적어놓은 걸 면접 직전에 발견했다.
세 번째 도전이 실패하더라도 네 번째, 다섯 번째라도 또 도전하고 싶다. 언젠가 또 토스 채용 과정을 겪게 될 때 이 글을 보면 또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그때의 나를 위해 이 글을 남긴다고 생각하며...
란란의 커리어 방황기는 계속됩니다. 투비컨티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