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하면 모두가 역량이 너무나도 탁월하고, 탁월한 것을 넘어 그 역량을 자산화해서 모두가 쓸 수 있도록 전파하고 시스템화 하는 게 자연스러운 이 회사에서… 압박감을 느끼지 않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심지어 나는 이런 곳에 특정 분야 (글)의 전문가라는 포지션으로 들어왔다. 다른 사람들에게 문구와 글로 도움을 줘야함. 추가로 문구 역량을 끌어올리는 일도 포함돼 있다. 그러다 보니 압박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또 심지어..^^ 나는 이런 ‘문구 전문가’ 일을 처음 해보는 주니어다. 그래서 문구를 짜고, 전달하고, 다른 사람들을 교육할 때 마다 이런 생각이 맴돈다.
‘이 의견이 맞는 걸까?’
‘의뢰 주신 분이 나보다 훨씬 더 경험도 많고 글도 잘 쓰시는 것 같은데... 내가 감히 의견을 드려도 되나?’
‘이 퀄리티로 만족하실까?’
‘혹시 내가 너무 못해서 다시는 라이팅팀에 요청을 안 하면 어쩌지?’
‘내 작업물이 팀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 어쩌지?’
요즘엔 심지어
‘ChatGPT랑 같이 작업하는 게 더 나은 거 아닐까?’
까지 생각하게 됐다.
이런 압박감은 처음 입사했을 때부터 있었고,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하다.
글을 쓰고 깨끗한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는 이 작업이 너무 좋고, 다른 일은 이렇게까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만큼 버겁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 자리에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었으면 더 잘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일을 하는 내내 들었었다.
아마 그런 모습이 겉으로도 티가 났나보다. 팀원 중 한 분이 쑥스러움 같은 걸 조금 버리고 자신감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피드백을 주셨다.
뭐 그러다가… 방금 문득, 나는 여기서 정말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게 이 회사가 말하는 ‘잘한다’는 기준에 정확히 맞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가진 것을 다 쏟아내고 있다. 진짜로… 여기서 뭘 더 어떻게 열심히 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
그래서 이제 나를 괴롭히던 의심들을
이렇게 바꿔보기로 했다.
AS IS
경력도 많고 나보다 제품을 잘 아는 분들에게 문구 의견을 드려도 되나?
TO BE
난 그걸 하라고 뽑힌 사람임. 내 젤 뛰어나고 잘해서가 아니라, 걍 그런 역할로 이 회사에 온 사람이니까. 그냥 하면 되는 거임. 그게 모두가 나에게 기대하는 역할이니까
AS IS
누군가의 기대를 만족시키지 못할까봐 두렵다. 리더님이 기대하는 ‘잘하는 방향’에 못 미치는 것 같아...
TO BE
아무도 나에게 그렇게까지 기대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하라.
만약 그렇게까지 기대했다? 그건 그 사람이 잘못한거임.
AS IS
내 결과물에 디자이너 분이 만족하지 않으면 어쩌지...? 속으로는 별로라고 생각하면...
TO BE
그 사람들은 ‘클라이언트’가 아니라 ‘함께 일하는 동료’다. 내가 하는 일은 그들을 만족시키는 것이 아니다. 함께 고민하는 것이다. 더 나은 사용자 경험을 만들기 위해, 함께 문구를 고민하는 일.
그렇기에, 지향점은 ‘내가 잘했다는 평’이 아니라 ‘유저가 더 직관적인 경험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되어야 한다. 참으로 선하고, 간단하지 않은가. 이 일의 지향점이 선한 것이라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통제의 이분법으로 말해보자면,
결국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이 상황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그 뒤의 기대값까지 내가 컨트롤할 수는 없다.
앞으로도 나에 대한 의심이 몰려올 때면, 이렇게 사고 전환해보자.
ㅇㅅㅇ 마인드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