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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란 Sep 13. 2021

어쩌면 행복은 초가을 노을 같은 것이 아닐까

초가을 분홍빛 하늘과 행복의 공통점



오늘 퇴근 지하철에서 내리고 잠깐, 아주 잠깐 분홍색이 칠해진 예쁜 하늘을 봤고 내가 사진을 보정하고, 엄마에게 전화를 하는 사이 저 뒤로 넘어가버렸다 아주 짧았다


그래서 갑자기 어쩌면 행복은 초가을의 노을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 짧게 지나가버려서 내가 직접 고개를 내밀고 달려가서 적극적으로 쟁취해야 하는 건데

보통은 그저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는 것.

으레 그런 줄 아는 것



예쁜 노을을 보면 좋겠다, 고 생각한 적은 아주 많지만 이쯤 해가 지니까 이때는 꼭 저녁을 먹고 나가서 하늘을 봐야지 라고 맘먹은 적은 없는 것 같았다. 일출은 시간 계산해서 보려고 가는데. 일몰은 그보다 더 보기 쉬운데 왜 적극적으로 눈에 담으려고 안 했을까? 남들이 인스타에 올리는 황홀한 노을 사진을 보며 부러워하면서도 내가 굳이 그 그림을 담으려는 노력은 안 했지. 그냥 그런 노을이 내 눈앞에 알아서, 우연히 찾아오길 바랬다. 어쩌다 한 번 그런 노을을 마주할 때면 아주 만족했고, 거기서 끝이었다. 이렇게나 행복하고 예쁘니까 다음에도 이 시간 여기에 나와야지!라는 생각까지 이어진 적은 없던 것 같다.


내 노을은 내가 알아서 챙겨야 한다. 예쁜 하늘을 보고 싶다면 해가 언제 지는지 알아보고 밖에 나가 있어야 한다. 이걸 유난이라고 생각하면 안 된다. 그냥 길을 걷다가, 퇴근을 하다가, 쓰레기를 버리러 나갔다가 노을이 예쁘게 지는 시간에, 노을이 예쁠 날씨에, 해가 넘어가는 게 잘 보이는 장소를 우연히 발견하기를 기대해선 안된다. 이 삼박자가 곱해져서 만들어지는 행운은 잘 찾아오지 않는다. 어쩌다 한 번 일 뿐. 이 어쩌다 한 번 찾아오는 것을 ‘가만히 기다리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해선 안된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그냥 행복한 순간이 생기기를, 기분 좋아지는 일이 있기를 멀뚱멀뚱 기다리고만 있으면 안 된다. 스스로 행복해지는 법을 알아야 하고, 그걸 부지런히 행해야 한다. -나는 이걸 필승의 행복 법이라고 부른다.- 기분이 안 좋으면 힘내서 러쉬로 샤워를 해야 한다. 유난일지라도 좋아하는 노래를 틀고 펜을 잡고 글을 써야 한다. 억지로, 계획적으로라도 그렇게 해야만 행복해질 수 있다.


노을도 행복도 아주 짧은 순간이다. 좋다는 느낌이 들면 금세 넘어가버린다. 방금 하늘이 어떤 색이었나? 내가 어떤 식으로 행복했나? 어리둥절 할 정도로 아주 빠르다. 그래서 그 짧은 순간들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한다. 내가 발로 뛰어야 한다! ‘누가 그런 걸 의식적으로, 계획해서해? 그냥 그런 기분이 들면 자연스럽게 하는 거지.’라는 생각은 금물이다. 오히려 부자연스럽고 오버스러워야 행복해질 수 있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날씨가 맑은 날에 힘을 내서 서쪽으로 걸어가 볼까 한다.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곳이 우연히 서쪽이기를 바라기보다는.




<초가을 노을과 행복의 공통점>


1. 짧다. 순간적이다.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

2. 그냥 가만히 있을 때 찾아오기도 한다. 그치만 그런 순간만 곱씹으며 찾아오길 기다리면 안 된다. 보고 싶으면 내가 직접 가야 한다.

3. 인스타에서는 많이 보인다. 맨날 나만 없다.

4. 계획적으로 의식적으로 하려 하면 왠지 오버 같기도 하다. 그치만 어쩔! 내가 좋으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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