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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강의 편안함

레깅스(leggings)

by 아이스블루



레깅스 4개를 질렀다.

모든 면에서 내가 원하던 것이었기 때문에 많다 싶었지만 망설임 없이 구입해 버렸다.

두께와 밑위길이, 허리 조임 정도, 다리길이, 전체적인 통까지… 몸에 빈틈없이 들어맞고

소재나 색깔까지 (그레이 색이라도 다 같은 것이 아니다) 완벽하게 바라는 걸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와 같아서 나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게다가 이월상품으로 90% 세일가에 득템 했으니 흥분할만하지 않나?


항상 완벽하게 원하는 핏을 못 찾다 보니 이번에도 적당히 맞으면 그냥 입을 생각으로

한 개만 샀다가 “따봉”을 외치며 3개를 추가로 구매한 것이다.

레깅스는 매장에서 입어보고 선택할 수도 없으니 어차피 복불복이다.




출처-unsplash




레깅스(leggings)


원래는 하체에 착용하는 덧옷류를 의미했지만 지금은 영어권에서도 하의의 일종으로 의미가 완전히 확대됐다.

흔히들 레깅스(leggings)를 요가 팬츠(Yoga Pants)라고도 한다.

기본은 검은색이지만 스타킹과 같이 진갈색이나 흰색 등 여러 색상이 있다.

무늬가 있거나 레이스가 붙어 있는 등 여러 가지로 변화를 주었으며 드물게 원색 계통도 볼 수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치마바지 레깅스라는 변화된 형태까지 생겼다.

13~16세기 르네상스 시대에 유럽 남성들이 입었으며 오래된 그림이나 고전 영화를 보면 이러한 장면이 나온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대중적인 아이템이 아니었다. 미니스커트 안쪽에 입는 짧은 속바지 역할로 색상도 검은색 하나였다. 2000년에 가까워질수록 치마 길이가 극단적으로 짧아지자 속바지가 치마보다 아래로 내려오는

기현상이 일어났는데 이때부터 레깅스라는 단어가 널리 쓰였다.


[출처- 네이버 나무위키]




이걸로 20년은 버틸 수 있겠어.




평소 즐겨 입는 두 가지 색깔로 2개씩 구매했으니 이것으로 한동안은 추운 계절을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을 것 같다.

말도 안 된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생각해 보면 허황된 기간도 아니다.

가을, 겨울만 입는 것으로 도톰하고 튼튼한 레깅스 4벌이면 아무리 열심히 입더라도 20년 정도는

충분히 입어낼 수 있다.

요즘은 마음에 꼭 드는 물건을 발견하고 품질이나 활용도 면에서 수긍이 가는 금액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구입하고, 그 아이템에 대해서는 다시 검색할 일 없이 신경을 꺼둘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그냥 그거 하나만 쭉--쓰면 되니까.

옷은 몇 년 지났다고 해서 상하는 물건도 아니고 내가 유행에 민감한 타입도 아니어서 이월상품을

싸게 구입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원단도 훌륭한 상품을 90%나 싼 가격에 살 수 있다니… 정말 신나는 일이다.


세일 때문만이 아니라 겨울에 입을 레깅스를 한 번에 4벌씩이나 사서 쟁여놓을 만큼 중요한 이유가

하나 더 있기는 하다.

부담 없이 차려입고 외출할 때나 집 앞 마트에 잠깐 나갈 때, 도톰한 레깅스에 가디건 하나 걸치고

롱패딩을 입으면 순식간에 훌륭한 외출복 차림이 되고 참 따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레깅스에 앵클부츠를 신으면 예쁘기까지 하다.

착용감이 우수해야 하는 건 당연하고 예쁨도 포기할 수 없으니, 비주얼 역시 물건 선택에서 중요한

요건이 된다.

아무리 잘 늘어나는 소재의 옷이라도 내 몸의 형태와 차이가 많이 난다면 그리 편안함을 느끼지 못했다.

아주 미세한 차이로도 착용감에서 큰 차이가 나는 레깅스와 같은 옷은 운 좋게 딱 맞는 것을

만난다면 편안한 만큼 보기에도 좋아서 오랫동안 만족스럽게 입을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집밖으로 한 발자국도 내딛기 싫은 날이지만 나가야 할 때가 있다.

이런저런 집안일로 며칠 무리를 했더니 몸살이 나고 말았고, 병원에 가야 했기 때문이다.

움직일 때마다 온몸이 아프고 뼛속까지 서늘한 공기가 스며드는 것처럼 으슬으슬하여

이불 안에 콕- 박혀있고 싶지만, 이 감기를 어서 떨쳐내려면 싫어도 나갔다 와야 한다.

오늘은 옷이 몸을 스치는 것 자체가 힘겨웠지만 어쩔 수 없이 옷을 갈아입고 외출을 해야 한다.

그것도 아주 따뜻하게 입고 싶다.

지금이야말로 무게감이 느껴지지 않으면서 부드럽고 따뜻하게 감싸주는 레깅스가 드디어

제 임무를 발휘할 시간이다.

아침부터 따끔거리는 목상태가 심상치 않아서 찾게 된 병원, 진찰결과는 예상대로 몸살감기였다.

6시간 이상은 충분히 잠을 자야 하고, 따뜻하게 지내라는 의사 선생님의 말씀과 함께 몸살약과

가글약도 처방받아왔다.

목감기가 더 심해지기 전에 잘 자고 가글도 열심히 해야겠다.


어떤 아이템보다 내가 아끼고 좋아하는 것이기 때문에 레깅스야말로 누가 처음 만들었고,

무슨 계기로 생겨나게 된 것인지가 무척 궁금했는데 알 수 없어서 좀 아쉽다.

아마 본인이 편하게 입고 싶어서 만들게 되지 않았을까 추측도 해보게 되는데,

꼭 필요하지만 마땅한 게 없다면 누구나 직접 만들고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이미 머릿속에서는 개인 브랜드를 벌써 여러 개 론칭한 내 남편처럼 말이다.

만약 내 추측대로 레깅스가 생겨나게 된 것이라면 본인의 필요도 충족했을 것이고

인류에도 큰 공헌을 했다.

이것은 입을 때마다 정말 편안하고 좋은 옷이라는 생각이 드니, 슬림한 옷을 좋아하는 나에게

날씨가 추워지면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아이템이다.

레깅스를 처음으로 발명한 분에게 무한한 감사를 표하고 싶다.


몸이 아플 때는 그 어느 때보다 극강의 편안함을 주는 옷이 필요해진다.

내 몸 어디에도 자극을 주지 않고 포근하게 감싸주는 가벼운 옷들과

레깅스가 더욱 소중하게 느껴진다.


drawing by 아이스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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