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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차원의 우아함

카디건 (Cardigan)

by 아이스블루



-붕어 싸만 ㅇ

-메로 ㅇ

-비비 ㅇ

-누가 ㅇ


밤 8시, 오늘도 가족들의 아이스크림 주문을 받아왔다.

나는 무더운 여름에도 아이스크림 먹는 일이 드물지만 딸과 남편은 한겨울까지도 아이스크림을 달고 살기

때문에 추운 날에 마트에서 장을 볼 때면 손이 시리도록 아이스크림을 골라 담아야 한다.

아직 날씨가 많이 추워지지 않아서 아이스크림을 사는 일이 그다지 꺼려지지는 않지만, 언젠가 체감온도 -20도를 육박하는 혹한의 퇴근길에 아이스크림 주문 문자를 확인할 때는 아주 잠깐 장갑을 벗었을 뿐인데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듯한 고통을 경험한 적도 있다.

몸이 추운 거랑 먹는 거랑은 별개라는 이유로 당당하게 각자 원하는 아이스크림 이름을 줄줄이 나열했고,

나는 투덜대면서도 집 앞 마트로 들어섰다.

어쩌겠어? 먹고 싶으면 먹어야지.


이렇게 추운 날 외출을 하기 위해서는 따뜻한 겨울옷은 물론 장갑과 부츠, 머플러등으로 중무장을

해야 한다. 멋 부리기도 좋지만 뭐니 뭐니 해도 따뜻한 게 최고니까.

하지만 겨울이라고 해서 안팎으로 무조건 두툼한 옷만을 입게 되지 않는 이유는 자가용으로 이동할 일도

많고 실내로 들어가면 두꺼운 풀오버가 Too much인 상황도 생기기 때문이다.

실내에서의 두꺼운 니트는 행동을 둔하게 하고 난방으로 인해 더워지기까지 한다.

그렇다고 확- 벗어버릴 수도 없고…

더워서 겉옷 하나를 벗더라도 풀오버이기에 헤어스타일과 메이크업을 망쳐가며 벗기보다는,

슬쩍 팔만 빼면 가벼운 옷차림이 되는 가디건이 여러 가지로 훨씬 편하고 스타일도 살릴 수 있어서 좋다.

그래서 얇은 옷 위에 걸쳐 입을 가디건이 필요한가 보다.




카디건(Cardigan)


1890년대 초부터 영국에서 입기 시작하였는데, 일명 "카디건 스웨터"로 앞 트임 식 스웨터의 총칭.

V넥, 라운드 넥, 칼라 달림, 무지, 무늬, 버튼 여밈, 지퍼 여밈 등 그 디자인은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카디건 넥이라고도 불리는 V넥의 평 짜기 또는 이랑 짜기로 이루어진 디자인이 대표적이다.


카디건이란 이름은 1853년~1856년 크림전쟁 당시 이름을 떨친 영국의 군인귀족이자, 카디건 가문 7대 백작인

카디건 백작(Earl of Cardigan), 제임스 토마스 부룬델(James Thomas Brudenel,1797~1868)이 추운 날씨에 부상당한 병사들을 치료할 때 쉽게 입고 벗을 의복으로 칼라 없는 앞 트임의 손뜨개질 상의를 처음 고안해서

애용하기 시작한 것부터 명칭이 생겼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패션전문자료사전]




출처-unsplash



본래 ‘자장면’의 비표준어였으나 2011년

가디건이라는 말이
왠지 더 포근하게 느껴져



영어로의 올바른 표준어 발음은 카디건이지만 이제껏 가디건이라고 불러오기도 했고,

왠지 더 따뜻한 느낌이 들어서 "가디건"이라고 부르고 싶다.

짜장면의 표준어가 자장면이지만 짜장면이라고 불러야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처럼 말이다.

그게 더 짜장면 같다.

모두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원래는 자장면만 표준어였으나 짜장면이 널리 상용되기 때문에

2011년에 짜장면도 복수표준어로 인정되었듯이 아마 모두들 표준어인 카디건보다 "가디건"으로

즐겨 부르고 있을 것이다.


편리한 디자인만큼이나 활용도가 뛰어나서 우아하고 여성스러운 분위기에서부터 편안함과 깔끔한

옷차림으로의 연출이 가능한 아주 다재다능한 패션 아이템이다.

달랑 면티셔츠를 하나 입었을 뿐이지만 얇은 캐시미어 가디건을(특히 가디건은 소재가 중요한 것 같다)

살짝 걸쳐 입는 순간, 포근하면서도 세상에서 가장 우아한 차림새가 된다.

오버사이즈로 보이시하고 발랄한 이미지를 연출할 수 있다는 점도 가디건이 다양한 연령대로부터

두루 사랑을 받는 이유일지도 모른다.

그뿐인가?

어깨 노출이 신경 쓰이는 민소매 원피스 위에 살짝 걸쳐 입으면, 체형보완이 되면서 여성스러운

분위기까지 얻어낼 수 있는 시원한 리넨 가디건도 내가 정말 사랑하여 여름철이면 즐겨 입는 옷이다.


평범한 스웨터이지만 앞을 터서 단추로 입고 벗으며 체온 조절까지 할 수 있는 이런 획기적인 디자인을

도대체 누가 생각해 냈단 말인가?

다양한 소재로 사계절을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카멜레온 같은 가디건이 처음 만들어진 배경에는

여러 가지 설이 있다.

먼저 18세기 어부들이 바닷바람을 막기 위해서 입었다는 설과 의외로 총탄이 날아드는 험악한

전쟁터에서 시작되었다는 설이 그것이다.

이를테면 어부의 작업복 혹은 환자복에서 착안된 옷이라고 봐도 되려나?

개인적으로 후자의 경우가 좀 더 그럴듯한 가설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뭐 그 유래가 환자복이면 어떻고

어부의 작업복이면 어떤가? 지금 나에게는 사시사철 없어서는 안 될 완소 아이템이 되었다.


사회생활이라고 말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가끔 있는 외출에서 손에 잡히는 것이 결국은 평범한 청바지에

티셔츠와 에코백이 최선인 패션 무식자인 나의 죽은 코디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생존 아이템의 결정체는 바로 여유 있고 포근한 가디건 이다.

내가 한없이 기댈 수 있게 해주는 느낌의 옷이라고나 할까?

나를 모두 드러낼 자신이 없는 코디를 할 때 뒤에 살짝 숨을 수 있게도 해준다.

자신감이라는 것은 패션에서 빠져서는 안 될 요소지만, 무언가를 입어서 그런 느낌이 든다면

그건 나한테 꼭 필요한 아이템일 것이다.


우리 집 앞에는 조그만 무인 아이스크림 전문점이 있다.

가깝기도 하고 사람들도 별로 안 다니는 골목길이라서 요즘 같은 날씨에 잠깐 나갈 때는

파자마 차림에 기다란 가디건 하나만 걸치면 된다.

밤 9시. 아이스크림 귀신 둘과 함께 밤쇼핑에 나섰다.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아서 먹지도 않는 내가 밤중에 왜 파자마바람으로 끌려 나온 건지 몰라도,

기다란 캐시미어 가디건 앞자락을 잔뜩 여미고 따라 나와있다.

주말밤의 아이스크림 쇼핑은 일주일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함이라는 부녀의 꼬임에 버티다가

마지못해 나올 때 필요한 거라면, 이렇게 손쉽게 몸을 가려주는 가디건 만한 것이 없을 것 같다.


drawing by 아이스블루


‘램 ‘자장면’의 비표준어였으나 2011년 8월 국립국어원에서 ‘자장면’과 동일한 뜻으로 널리 쓰이는 것으로 판단하여 복수 표준어로 인정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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