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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매력의 주인공

진주 목걸이 (pearl necklace)

by 아이스블루



지인의 결혼식장에 갈 일이 또 생겼다.

아름답고 좋은 계절이라서 그런지 축하할 자리가 많아졌고, 항상 집순이 패션으로 한없이 풀어져 있던

내가 갑자기 꾸밀 일이 많아져서 정신이 없다.

똑같은 하객룩이지만 어떻게 하면 분위기를 바꿀 것인지 머리를 써야 하기 때문이다.

간절기에 입을 용도의 똑똑한(?) 옷으로 두어 벌 구비해 놓았기 때문에 옷 입는 일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기는 하지만, 가끔 있는 이벤트라도 매번 똑같이 입고 나갈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재킷이나 원피스를 또 살 마음은 없고, 미니멀 리스트도 얼마든지 패셔너블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보이고 싶다.


**미션-- 공식적인 모임마다 등장하는 내가 가진 유일한 사교 룩에 변화를 줄 것.

**재료-- 나, 블랙 재킷 또는 블랙 원피스, 무채색의 옷 몇 가지, 끝.

**결과-- 미션임파서블.



진주(Pearl)


진주조개, 대합, 전복 등의 체내에 생기는 딱딱한 덩어리로, 탄산칼슘이 주성분이며, 우아하고 아름다운 빛깔의

광택이 나는 보석의 일종이다.


*천연진주(natural pearl)

살아있는 진주조개의 분비물에서 형성된다.

표면에서 무지개 같은 광택(이것을 오리엔트라 부른다)이 나는 진주층으로 씌워진 천연산물이다.

*양식진주

물의 성분에 따라 해수진주(Saltwater pearl)와 담수진주(Fresh-water pearl)로 나뉘는

것으로 엄연히 천연진주의 일종이다.

*진주가 생기는 이유

진주조개의 몸속에 이물질이 들어오면 진주조개가 그것을 없애기 위해 진주조개의 몸속에 있는 이물질을

탄산칼슘으로 계속 뒤덮어 덩어리가 생기는 데 이것이 바로 진주다.

자연산 진주가 매우 동그란 모양의 진주를 생산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 이유는 진주조개가 진주를 만드는 까닭이 아름다운 진주를 만들고 싶어서가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기 때문이다.


[출처-위키백과]



출처- unsplash



진주라고 하지....
이건 나를 지키기 위한 거야!




우윳빛깔의 진주 목걸이는 내 하찮은 룩을 놀랍도록 럭셔리하게 꾸며주는 비밀병기이다.

그냥 보아서는 다른 화려한 보석들과 달리 소박해 보이는 분위기지만, 목에 두르는 순간

그 고급스러운 아우라는.... 알 수 없는 무게감이 느껴진다.

Another level 이라고나 할까?

진주라는 보석은 자신을 화려하게 드러내지 않으면서도 함께 한 옷들을 조용히 돋보이게

해 주는 존재인 것 같다.


결혼식장에 입고 갈 옷을 몇 가지로 코디해 보니, 무채색의 이너 티셔츠는 색깔도 디자인도

너무 단조로워서 약간의 꾸밈이 필요했다.

그때 꺼내든 진주 목걸이는 별로 힘들이지 않았는데도 내 모습을 멋진 분위기로 바꾸어 주었다.

소박해 보이는 진주를 일단 목에 둘렀다 하면 그 어떤 보석보다 화려하고 신경 써서 꾸민 것처럼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평소의 내 스타일을 생각했을 때 크기가 좀 굵다 싶어서 망설였지만, 옆에서 보고 계시던 엄마는

그냥 걸고 가도 되겠다고 하셨다.

나이가 들면 액세서리에 있는 보석이 커진다고 하더니 나도 벌써 그렇게 들어 보이나~ 싶기도 하고

이렇게 보니 나에게 진주가 꽤 잘 어울리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대놓고 화려한 종류가 아니라서 더 마음에 들었다.


패션에 특별히 관심이 많지 않다면 여러 가지 옷을 돌려가며 입는 것은 너무 어려운 일이고,

차라리 액세서리에 무게를 두는 것이 더 간편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평범한 티셔츠, 청바지 차림에 진주목걸이를 두르는 순간 또 다른 느낌으로 변신하는 것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이것이야말로 액세서리의 힘이 아닐는지.

새로운 옷을 또 사서 옷장을 비좁게 하기보다는 액세서리 하나 장만해서 여러 가지 코디에

사용하는 편이 경제적인 면에서나 옷관리에 신경을 덜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훨씬 나아 보였다.

물론 보석의 가격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말이다.








요즘에는 진주의 디자인이나 크기도 다양해져서 캐주얼 복장에도 얼마든지 부담 없이 사용하는

보석이 됐지만, ‘내가 바로 진주라고요~ ’라고 말하는 듯 고급스러운 스웨이드 케이스에

담긴 묵직한 진주 목걸이라면 은은한 정갈함 속에 특유의 화려함까지 느낄 수 있다.

이것은 몸에 직접 걸었을 때도 뿜어내는 분위기여서 다른 장신구 없이 진주로만 악센트를 주어도

충분히 돋보이게 된다.

그러니 단조롭기 짝이 없는 티셔츠 코디를 범상치 않은 것으로 바꾸어놓을 수 있는 힘이 있는 것이다.


헤어와 메이크업을 마치고 준비한 옷을 모두 입고 외출준비가 끝날 무렵, 무엇보다 절제가

필요한 순간이 온다. 바로 액세서리를 고르는 시간이다.

하나라도 더 끼고 걸어서 꾸미려고 하기보다는 '뭘 하나 빼야 하나?' 고심한 후라면, 분명 과하지

않으면서 만족스러운 코디네이션이 완성될 것이다.

화려함의 종류나 꾸밈의 양이 그리 중요하지 않는 것은 진주 목걸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특별해질 수 있어서이다.


오늘의 테마가 진주라서 항상 끼고 다니던 내 몸과도 같은 은반지를 빼놓아야 했지만,

목걸이와 세트로 낀 심플한 진주 반지로 마무리한 하객룩이 꽤 마음에 든다.

품격 있는 아름다움이란 더하기보다 덜어냈을 때 나오는 것,

은은하게 화려한 진주 목걸이가 꼭 그렇다.


진주조개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천연진주를 만든다고 한다.

애써 아름다운 보석을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지키기 위함이 전부였기 때문에

예쁜 동그라미 모양이 아니라니.....

소박함 속에 감춰진 알 수 없는 묵직함은 이런 고통 속에서 나오는 것인가 보다.

앞으로는 덜 다듬어진 모양의 진주를 본다면 예쁜 모양의 보석보다 더 아름다워 보일 것 같고,

어쩐지 대견하게 느껴질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은은한 화려함이 느껴지는 우윳빛 진주 목걸이가 점점 더 좋아진다.


drawing by 아이스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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