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클부츠 (ankle boots)
귀여운 양털부츠를 꺼내는 딸과 새로 산 첼시부츠를 길들이는 남편.
가을이 깊어지면 우리는 그만큼 깊고 포근한 신발로 겨울 채비를 해야 한다.
무더운 날에는 맨살로 다녀도 후끈하던 발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무언가로 따뜻하게 감싸주기를
바라고 있다.
어느 일요일, 자신의 퍼스널 컬러인 멋진 브라운 재킷과 잘 어울리겠다며 평소 눈독 들이던 나의 굽 낮은
가죽부츠를 신고 나갔던 딸아이는 어쩐 일인지 1시간 만에 돌아왔다.
발이 너무 아프다고 다시는 안 신는다며 돌아오자마자 부츠를 벗어버리고, 발 편한 운동화로
갈아 신고 다시 나가버린 것이다.
아직은 부드럽고 아기 같은 신발이 어울리는 나이....
저렇게 운동화로 가을을 나면 말랑말랑한 양털부츠를 겨우내 달고 다니겠지?
벌써 한여름의 시원한 신발들은 까마득히 잊은 지 오래, 길고 두툼하고 튼튼한 녀석들이 신발장의
앞자리로 옮겨 앉는 계절이 돌아왔다.
발목까지 가려지는 정도의 구두를 말한다.
방한용이나 비 올 때 신는 레인부츠의 디테일에 이용되기도 한다.
[출처-네이버 지식백과, 패션전문 자료사전]
당신의 자신감이 1만큼 상승되었습니다~
내가 구두를 고를 때 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은 안정감 있게 발을 잡아주는지의 여부이다.
발이 작고 살이 없다 보니 벗겨지기 일쑤고, 항상 운동화를 신어서인지 구두만 신으면 발이 너무 아팠다.
유독 구두 앞에서 약해지는 발이지만, 겨울이 오고 입는 옷이 두꺼워지면 그에 따라 튼튼한 가죽부츠가
필요해진다.
종아리까지 올라오는 롱부츠는 아무래도 옷 입는 데에 제약이 있어서 치마에는 물론, 바지 안에
감출 수도 있는 앵클부츠가 두루 활용하기 좋은 듯하다.
부츠는 구조상 안에서는 약간 여유가 있더라도 벗겨질 염려가 없고 굽이 좀 높은 것으로 골라도
통굽이라면 비교적 편안하게 신고 다닐 수 있었기 때문에 가을이 되면 재빨리 꺼내게 되는 신발이다.
마음까지 든든해지며, 내 키가 조금 더 커 보여서 기분이 좋은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겨울옷은 대부분 두껍고 긴 것들이니까 굽이 있는 신발을 신어야 다리도 길어 보이고 전체적인
밸런스가 좀 맞는다고 할까?
그렇지 않아도 추위에 몸과 마음까지 위축되는데 신발굽이라도 좀 높아야 겨울옷에 파묻혀있는 내가
그나마 덜 안쓰러워 보이는 것 같다.
패션에 진심인 남편이 애용하고 있는 첼시부츠(Chelsea boots)는 원래 승마용 부츠에서 생겨난
것이라는데, 그래서인지 옆선이 신축성 있는 고무소재로 덧대 있어서 신고 벗기도 편안한 디자인이
돋보인다.
방수가 되어 눈, 비에도 걱정 없을 것이고, 신을수록 멋스럽게 변신하여 이 신발의 진가를
드러낸다고 하니 아끼지 말고 신고 다녔으면 좋겠다.
자주 신지 않아서 언제나 새 신발처럼 보이기보다 자연스럽게 길들어가는 빈티지한 분위기가
더욱 매력적일 수 있는 것이 가죽부츠일 테니까.
첼시부츠를 새로 사 오고 남편 역시 새 신발처럼 보이는 게 싫다며 며칠 동안 집 앞에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때도 신고 다닌 적이 있었다.
새로 산 아이템이 빳빳한 촌티(?)를 벗으려면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 것이라서 어색한 기간을
조금이라도 단축하고 싶어 하는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출퇴근할 때만 신고 다녀도 저절로
길들어 갈 텐데 유난스럽다고 핀잔을 주고 말았다.
특히 가죽부츠만큼 새것이 탐탁지 않아 보이는 것도 없는 것 같다.
자꾸 신어서 가죽에 주름이 가고 색도 바래는 것이 훨씬 멋스럽고 예쁘니까 발도, 비주얼도, 힘겨운
이 기간을 잘 견뎌내야 한다.
옷 입기에서의 월동준비 격인 부츠 챙기기에서 언제나 아들은 이상하리만치 무심한데, 또래의 남자아이들
대부분이 신고 다니는 가죽 스니커즈나 워커를 보면 부럽지도 않은 걸까?
든든한 가죽신발을 잘 신고들 다니는데 이 아이는 발도 안 시린 건지 멋 부릴 줄을 모르고 한겨울에도
사계절 운동화 하나로 때워버리니, 새 신발 사달라고 조르지 않아서 돈은 굳어도 엄마는 걱정이 된다.
패션에 있어서 극과 극을 달리는 아들과 딸 사이에서 둘을 섞어 똑같이 나누었으면 하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 누가 더 낫다고 할 수도 없다.
단지 한겨울에 춥지 않도록 각자 하나씩 챙겨놓는 겨울 신발을 올해는 아들도 하나 사놓기를 바랄 뿐이다.
가벼운 신발은 위로 올려놓고 포근한 겨울 신발들을 곁으로 가져다 놓는 작업이 모두 끝났다.
새 신발을 들인 만큼 낡고 못 신는 신발을 비우느라 품이 꽤 드는 일을 마쳤기 때문인지 홀가분했지만,
겨울 옷을 정리했을 때 보다 이제 정말 겨울이 성큼 다가온 것이 피부로 느껴졌다.
이렇게 올 한 해도 저물어가고 있다는 쓸쓸한 마음과 함께.
거리마다 쌓여있어 본능적으로 밟게 되는 낙엽도 부츠를 신으면 왠지 더 운치가 있으니, 낙엽이 아직
남아 있을 때 후회하지 않도록 밟고 다니고 싶다.
하루새 갑자기 추워진 날씨 때문에 당연한 듯 부츠를 장착하고 택배 보내고 집으로 오는 길~
낙엽을 안 쓸었다며 투덜대는 누군가를 보면서, 그때까지 일부러 낙엽더미 쪽으로 걷고 있던 내 모습에
왠지 머쓱해졌다.
아이 같은 행동으로 보였으려나?
그래도 바삭한 질감의 마른 낙엽이 보이면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비가 오면 미끄럽기도 하는 등의 여러 가지 이유로 공공인력까지 동원하여 낙엽을 치우는 시대지만,
그렇게 치워지기 전에 실컷 밟아봐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든다.
단순히 "떨어졌다...."라고 해버리기에는 알록달록 예쁜 빛깔의 낙엽은 자연이 준비한
멋진 '가을의 선물'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