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키운 농작물을 공짜로 받았을때

감자볶음, 가지찜,아삭이 고추무침

by 아이스블루


"바다는 누구에게나 공평하다. 때로 바다는 아무런 대가 없이 우리에게

은빛 선물을 던져주곤 한다. 그것을 낚아채는 것은 오직 깨어 있는 자의 몫이다."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1952년작) 중에서-




우연히 찾아온 행운! 땅이 건넨 반찬거리다.




매년 이맘때만 되면 우리 집에 감자 한 박스를 쿨~하게 내려놓고 가는 친정 언니.

고맙게도 형부와 주말마다 서울과 시댁이 있는 경기도를 오가며 직접 농사지은 감자를

몇년째 나눠주고 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집에서 쉴 만도 한데,

아침 일찍부터 밭에 가야 한다며 감자와 채소 몇 가지를 내려놓고 서둘러 가버렸다.

덕분에 여름마다 감자만큼은 떨어지지 않고 실컷 먹고 있지만, 재주가 메주인지라 매일 해 먹는 것만

해 먹는다는 게 어쩔 수 없는 내 한계였다.


감자 전, 감자볶음, 카레, 감잣국 … 여기서 뚝! 하고 그나마 있던 밑천이 동나버린다.

아! 작년에는 에어프라이어를 이용하여 그 이름도 낯선 <웨지감자 구이>를 만들어

딸과 친구들에게서 환호를 받은 적이 있긴 하다.

아주 오래간만에 새로운 요리 레시피를 검색해서 도전해 보았는데, 난이도 <하> 수준의 음식이긴 해도

망해서 버리는 일은 없었으니 내 요리 실력도 아주 가망이 없는 수준은 아닌가 보다.

처음 한 것치고는 비주얼이나 맛도 꽤 그럴싸하게 나와서 <돌려 막기 메뉴> 밑천으로 웨지감자도

추가되었다.




감자는 볶고 가지는 쪄준다.




마트에서 사 온 식재료와 지인들이 정성껏 키운 농작물의 차이라고 하면

우선 직접 키웠다는 사실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묵직함이 이미 마트의 그것과 비교 불가하다.

때문에 이걸 활용하여 어떻게든 훌륭한 밥반찬을 만들어서 남김없이 먹어야 한다는

일종의 의무감까지 느끼게 된다.

정성껏 키운 농작물을 동생과 아낌없이 나눠먹는 고마운 언니와 형부에게 보답하는 길은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다 부려가며 맛있게 먹어주는 길이 최선일테니까.

그나저나 감자와 가지, 그리고 아삭이 고추로 뭘 만들어 먹어야 하나??


반찬거리 사기에도 부담스러운 고물가 시대.

마트에 나가 장 한번 보려고 하면 손끝이 저절로 오그라들어 세일 때나 되어야 이것저것

욕심껏 담아보게 된다.

대형마트마다 세일 때가 되면 오픈런은 일상이 돼버렸고,

그마저도 인기 품목은 개장 5분이면 품절이 된다.


먹거리 사 먹는 거 하나도 부담인 요즘에 이렇게 싱싱한 식재료를 공짜로 한 아름 받다니...

마치 로또 맞은 기분이다.

식재료를 챙겨주는 지인이 옆에 있다는 것도 ‘참 복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하기 전에는 마음 깊이 와닿지 않던 사실이 이제는 공감백배이다.

한동안은 같은 요리를 먹게 되어 지겹기도 하겠지만 다 먹으면 또 그 재료가 아쉬울 테니

먹을 수 있을 때 실컷 먹기로 했다.


"또 감자야??!!"
"응~ 아직도 많아. 부지런히 먹어.
반찬투정하면… 알지??"


가지무침, 감자볶음, 고추 된장무침 그리고 투박하게 끓여 낸 김치찌개로 얼떨결에

저녁밥상이 완성됐다.

어느 여름 주말, 가족들을 위해서 내가 만들 수 있는 특별한 반찬을 해본다고 아무리 고민해 봤자

이보다 더 훌륭한 밥상을 차려내지는 못할 것 같다. 그것도 돈 한 푼 안 들이고 말이다.


비싸고 화려한 식재료가 없어도

훌륭한 음식 솜씨를 뽐내지는 못해도

특별한 레시피로 무장한 식단이 아니어도

곁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사소한 일상을

지켜나가기 위해서 항상 기억해야 하는 말.


잘 좀 해 먹고살자!!



훌륭한 한상이 완성되었다. 잘 먹겠습니다~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