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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이스블루 Jul 08. 2022

아버지 오실 시간이다

현관

어릴 적 아버지의 퇴근시간이 가까워오면 우리 4남매는 분주해졌다.

깔끔한 성격이셨던 아버지는 항상 집안 정리에 철저하셨는데, 특히 현관의 신발정리가 안 되어 있는 걸 참아 넘기 질 못하셨다.


어질러진 신발을 나란히 정리하고 불필요하게 나와있던 신발은 신발장 안에 넣는다.


출처  unsplash


현관 바닥은 항상 깨끗하게 유지해야 아버지의 날벼락같은 호통을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때만 해도 어린아이였던 우리들이 당신같이 빈틈없이 정리 할리 만무했고, 평소에는 아무렇게나 벗어놓던 자유분방한 신발들이 아버지의 퇴근시간이 다가오면  그제야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내가 경험해 보지도 않은 군대 점호시간 풍경이 꼭 이와 같지 않았을까 생각될 정도로 우리는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때부터 난 현관 정리 하나만큼은 확실히 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현관의 모습은 눈에 거슬리는 물건은 밖으로 꺼내놓지 않는 것이다.

밖으로 자주 내가는 물건이다 보니 아예 꺼내놓고 쓰는 대표적인 것이 장 보기용 카트나 우산, 아이들이 있다면 각종 탈것들도 해당되겠다.

수시로 쓰는 물건이므로 자연스럽게 현관에 꺼내놓고 쓰게 되지만 그런 물건들이 현관을 복잡하게 만드는 주범이 된다.

또한 분리수거한 쓰레기를 현관에 놓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쓰레기는 어차피  밖에 내다 버리는데 뭐 하러 집안으로 가지고 들어가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집이란… 안에서 보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잠시 상상해보자 ~


퇴근 후 지친 몸을 이끌고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아무렇게나 널려있는 신발들, 접혀있지 않은 우산과 언제라도 마트로 나갈 준비가 되어있는 카트... 그리고 야무지게 분류해놓은 분리수거함까지.

과연 이런 현관을 지나서 선뜻 집안으로 들어오고 싶어 질까?

피로감이 가중되어 머리가 아파온다. 더 엉망이 되어있을 집안의 모습이 짐작되기 때문이다.


그 집의 첫인상이 되는 현관은 어느 곳보다도 부지런히 정리를 해놔야 하는 중요한 곳이긴 해도 생각해 보면 그렇게 신경 쓸 것이 많지 않다. 약간의 단순 작업만 해주면 된다.


폈으면 접어놓고, 꺼냈으면 들여놓는다.


현관 정리할 때 이것만 잘하면 완벽하다.

마트를 가야 할 때 비로소 카트를 꺼내고 비가 오면 우산을 꺼낸다.

현관 벽장에서 지금 꺼낸 우산은 물기가 잘 말려져 있으며 가지런히 접혀있을 것이다.

쓰레기는 현관에 두지 않고 버릴 것이 있으면 바로 내다 버리고 밖에서 돌아오면 신발은 잘 털어서 바로 신발장에 넣으면 된다. 현관에 나와있는 신발의 개수가 아무리 많아야 가족수를 넘기지 않는다는 원칙만 지켜 관리한다면 깨끗이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



공중 화장실에 단골로 써놓는 이 문구는 비단 화장실에만 해당되는 얘기가 아니다.

내가 사용한 물건을 쓰기 전의 상태로 정리해놓는 것은 아주 간단하고 사소한 일이지만 다시 사용할 때의 기분 좋은 편리함은 물론이고, 내가 무척 대접받는다는 느낌까지 든다.

채 1분도 걸리지 않을 정도의  간단한 과정만으로도 집에 들어서자마자 피로가 풀리며 편안한 현관을 만들 수 있다면 이건 정말 남는 장사가 아닐까?


살림을 편하게 하는 방법이라면 무엇이든 두 팔 벌려 환영하지만,

집안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정갈한 현관을 만들기 위해서 조금 번거롭다고 생각될지 모르는 "물건 되돌려 놓기" 정도의 수고는 감수해도 좋을 것 같다.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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