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장 1
나는 20여년간 옷을 고를 때도 화장을 할 때도 내 눈에 예쁜 색이 나에게도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소심한 성격 탓에 파격적인 디자인은 밀어 두고 무난한, 무조건 무난하고 튀지 않는 색깔의 옷을 골라야 안전하다는 생각으로 말이다.
그래서 선택하게 된 건 너무 진한 검정도 아니고 때 타기 쉬워 부담스러운 파스텔컬러도 아닌 무난한 갈색. 디자인이 마음에 들면 으레 갈색은 없느냐고 물었다.
이걸 입으면 옷 잘 입는 친구처럼 잘 어울릴 것 같았지만 그렇게 구입한 옷을 자주 입은 기억은 없다.
갈색은 나와 전혀 어울리는 색이 아니었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오히려 그 색깔은 내 얼굴을 칙칙해 보이게 하는 피해야 할 색이었다.
(오해 마시라~ 갈색 옷을 입으면 찰떡같이 어울리는 사람들도 있다)
옷 정리를 시작하며 <캡슐 옷장>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베스트 컬러를 찾기 시작하면서 자연히 퍼스널 컬러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나를 돋보이게 해주는 몇 벌의 옷만을 남기기 위한 작업에서 색깔은 무척 중요했기 때문이다.
퍼스널 컬러의 옷으로 코디를 하면 이목구비가 돋보이면서 색과 조화를 이루게 되고, 반대로 맞지 않는 색은 얼굴의 잡티가 도드라져 보이고 나이 들어 보인다고 하니, 이렇게나 중요한 색깔~
옷이나 메이크업 선택할 때 꼭 참고해야 하는구나~
나를 더 예뻐 보이게 하는 색깔이 있다는데 반드시 찾아야만 한다.
줄기차게 갈색 계열의 옷만 사들였던 나의 베스트 컬러는 의외로 네이비였다.
차갑지만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흰색과 파랑, 전체적으로 파스텔 계열이 잘 어울리는,
굳이 네 가지 종류의 스타일로 분류하자면 여름 쿨톤에 가깝다고 했다.
그러니 웜톤인 사람에게 어울릴 만한 색상인 짙은 갈색 계열의 옷은 나에게는 최악의 선택이었던 것이다.
가만…. 남편이 좋아하는 영화배우 이영애가 여름 쿨톤이라는데, 이영애에게 어울리는 컬러가 나한테도 맞겠는걸? 그 옷 입는다고 이영애처럼 되는 건 아니지만 ㅎㅎ
참 실없다. 내 옷 좀 고르자~~
인터넷 검색 조금만 해봐도 컬러진단을 할 수 있는 사이트들도 많고 오프라인에서 전문가에게 진단받아 볼 수 있는 전문 업체도 있으니 재미 삼아 컬러진단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그러다가 운 좋게 정말 나에게 잘 어울리는 베스트 컬러를 찾게 된다면 여러모로 나를 꾸미는데 도움이 될 테니 말이다.
전문업체에 가서 상담을 받기 어렵다면 아쉬운 대로 집에서 셀프 테스트를 해볼까?
화장기 없는 맨얼굴에 여러 가지 색깔의 옷감이나 색상지를 하나씩 대어 본다.
이 그 그~ 얼굴이 왜 이렇게 칙칙해 보이지?
확~ 늙어 보이네.
얼굴과 옷이 왠지 어색하게 따로 논다.
이색도, 저색도… 차라리 그냥 바둑돌로 정해볼까?
그러나 흰색 검은색도 안 어울리면 못 봐주는... 색상표에 엄연히 한자리 차지하고 있는 고품격 컬~러이니
무시할 수 없는 색이다.
그러다가… 앗!! 갑자기 건강하고 화사해 보이는 얼굴로 바뀌었다!
몸에 쫙~ 감기는듯한 나와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색을 찾았다!!!
전문가가 진단해 주는 것만큼 정확하진 않더라도 나에게 어떤 컬러가 어울릴지 대충 감이 잡힐 것이다.
분위기도 이미지도 천차만별인 사람들에게 어울리는 색상의 스타일을 딱 4가지로 무 자르듯 정한다는 것도 좀 우습고, 각자 특유의 피부색, 머리색에 따른 스타일이 웜톤 쿨톤의 경계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당신은 웜톤이니까 따뜻한 색만 입어야 해요.”라고 규정짓기도 곤란하다.
그럼 어쩌라고요?
베스트 컬러 찾기의 해결방법을 제시한 것 아닙니까?
이것도 모호하다며 완벽하지 않다면서 뭐하러 이름도 생소한 퍼스널 컬러에 관한 설명을 장황하게 늘어놓은 건지 이해할 수 없다면 생각의 정리는 이제부터—
퍼스널 컬러도 어디까지나 좀 더 잘 어울리는 컬러를 찾아내는 수단일 뿐이고 무엇보다 다양한 컬러의 옷을 직접 입어보면서 나에게 맞는 색을 고르는 게 제일 정확할듯싶다.
입어보면 얼굴색과 조화를 이루는 색은 분명히 있을 것이고 그걸 선택만 하면 된다.
내 스타일을 찾을 때까지 얼마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를 돋보이게 하는 비장의 무기를 찾아내는 일이라면 얼마든지 투자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른 건 몰라도 실패 없을 물건 선택의 방법은 자신있게 제시할 수 있다.
옷이든 장신구든 직접 착용해봐야 어울리는지, 편안한지 알 수 있으니 쇼핑을 할 때 옆사람에게 물어보지 말고 “나에게” 물어보자.
이 옷을 입는 사람은 나이고 내 의견이 가장 중요한데 왜 자꾸 남에게 물어보는가?
나에게 필요한 것은
내가 제일 잘 아는 법이니까.
최신 유행만을 따른다고 반드시 패셔너블한 것은 아니다.
남이 입었을 때 예쁜 옷이 나에게도 어울리는 것은 물론 아니고 말이다.
나의 색을 알고 내 스타일을 찾는다면 몇 가지 적은 옷만으로도 충분히 나를 돋보이게 하는 옷차림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