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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에 집중하며 나를 바라보는 시간

#파주여행 1편-'콩치노 콩크리트'를 방문하다

by 민짱이

익숙한 듯 낯선 재즈 선율이 흘러나오는 커다란 홀에 약간의 거리를 둔 채 사람들이 앉아있다. 입구에서 이 만 원을 결제하니 무뚝뚝한 표정의 직원이 물 한 병을 주며 안내판을 읽어보라며 가르켰다. 조용히 음악감상을 위한 공간이니 떠들지 말아달라는 내용. 피해를 받는 것보다 내가 누군가에게 피해를 줄까 열심히 숙지한 후 겹겹이 쌓인 막 같은 구조들을 샅샅이 지나쳤다. 어느 자리에 앉을까. 공간은 널찍하다는 말로도 부족할 만큼 컸고 미로처럼 느껴지기도 했으며 하나의 전시장 같기도 했다. 각각의 구역 마다 매력적인 부분이 있었지만 돌고돌아 결국 도로와 강이 보이는 자리를 택했다. 약간의 자연과 약간의 인공물이 보이는 익숙한 느낌.


모두가 앉은 자리에서 각자 할 일을 한다. '음악감상홀'이라는 이름이지만 모든 시간을 음악 감상에만 쏟는 사람은 없었다. 핸드폰으로 뉴스를 보거나, 가져온 책을 읽거나, 연인과 몸을 기대고 눈을 감고 있거나, 혹은 나처럼 사람구경을 하거나. 이런 고요한 부산함이 공기중에 떠다녔지만 어쩐지 그것 마저 하나의 음악 같아서 가만히 눈을 감았다.


곧 한 남성분이 잘 보이지 않는 한 장의 LP판을 들며 '브람스는~'하며 선곡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웅웅거리는 마이크 소리에 대부분의 말을 알아듣지 못했지만 그를 깊이 애정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어조였다. 누군가의 애정에서 비롯된 말은 쉽게 전염되는 성질이 있어 괜스레 설레는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프랑수아즈 사강의 소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는 알아도, 브람스의 곡을 제대로 들어본 적은 없었기에, 오늘 여기서, 이 작곡가에 대한 첫인상이 앞으로의 만남을 결정할테다.


브람스라는 부드러운 이름과는 다르게 웅장하고 무거운 연주였다. 음악에 문외한인 내가 무슨 대단한 감상을 하겠냐마는, 어쩐지 어둡고 초조한 느낌이 들었다. 이 사람은 언제 어떤 연유로 이 곡을 창작했을까. 왜 나는 지금 슬픈 기분이 드는 걸까. 나는 앞으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어쩐지 음악 감상 보다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잡생각만 많아지고 있었다. 이또한 음악 감상의 일부라고 표현할 수 있을지, 혹은 집중하지 못하는 나일 뿐인지.


음악감상홀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색적인 공간. 매일 자극적인 정보나 힘든 인간관계에서 벗어나 눈을 감고 하나의 감각에만 집중하는 시간이 어쩐지 어색한 기분이 든다. 마치 소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처럼 머뭇거리게 되고, 간질간질하며, 견딜 수 없는 듯한 그런 느낌. 나라는 인간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그 시간. 하나의 감각에 집중한다는 게 그 무엇이 될 필요가 없이 내가 나로서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이제 크리스마스캐롤이 울려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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